“사실 저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줄 거라고 처음부터 예상하긴 했어요.” 스토킹에 이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신당역에 처음으로 추모 공간을 마련했던 김 아무개씨(28)가 말했다.
신당역 여자 화장실 입구에 추모 패널과 국화꽃을 두자, 역사 직원들이 그곳에 추모 공간을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씨와 친구들은 적당한 공간을 찾아 신당역 인근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찾은 장소가 신당역 10번 출구 옆 환풍구였다. 추모 공간이 마련되자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패널 근처에 국화꽃을 놓고 포스트잇에 추모의 메시지를 써서 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에도 추모 공간이 다시 마련됐다. 김씨의 예상처럼 신당역 10번 출구와 여자 화장실 입구에는 수천 개의 추모 메시지가 붙었다.
9월17일에는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추모 집회가 열렸다. 참석한 사람들 100여 명은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여성을 향한 폭력이 계속되는 현실에 분노하고, 비극을 막지 못한 경찰 및 사법 당국을 규탄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자신의 피해 경험을 증언하기도 했다. A씨(23)는 자신 역시 중학생 때 스토킹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도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저한테 ‘원래 네 나이 남자애들은 그렇게 호감 표시를 하는 거야’라고 말하더라고요. 근데 그건 분명 폭력이었거든요. 그걸 2년이나 당했으니 피해자분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싶어요.” A씨는 신당역으로 오는 동안 핸드폰에 쓴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옮겨 적었다. ‘언니에게’로 시작하는 메시지였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것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다.” 불법 촬영과 스토킹이라는, 일상에서 여성이 겪는 불안과 폭력이 응축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렇게 되물었다. “지난 홍수에 반지하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그냥 사망사건이라고 하지 않았잖아요. 반지하가 만들어지게 된 사회적 구조를 지적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번 살인사건에서는 그 뒤에 있는 여성 대상 폭력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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