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중턱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시사IN 조남진

윤석열 대통령 관저의 인테리어 공사 수의계약이 입찰공고부터 낙찰자 결정까지 불과 3시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인테리어 공사를 발주한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입찰공고명을 ‘대통령 관저 공사’로 쓰는 대신 ‘○○주택 인테리어 공사’로 다르게 표기했다. 공사 현장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아닌 세종특별자치시로 지정해 계약을 체결했다.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업체가 김건희 여사가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할 당시 전시를 후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사IN〉이 조달청 나라장터를 확인한 결과,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 시설총괄과는 지난 5월25일 오전 10시11분 ‘○○주택 인테리어 공사’라는 제목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계약 방법은 수의계약으로, 공사금액은 12억2400만원이었다. 공사 현장은 세종특별자치시였다.

입찰참가자격 등록은 같은 날 오전 10시30분까지로 지정했다. 입찰 개시 일시는 30분 뒤인 오전 11시까지였다. 입찰 마감 일시는 한 시간 뒤인 12시, 개찰 일시는 오후 1시였다. 최종 낙찰자는 오후 1시 개찰과 동시에 결정됐다. 입찰공고부터 최종 낙찰자 결정에 이르는 모든 절차가 3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30조(수의계약 대상자의 선정절차 등)를 보면, 계약 담당자는 수의계약 체결을 위해 2인 이상으로부터 견적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견적서 등 구체적인 정보들은 ‘공고서 참조’로 갈음됐지만 공고서는 나라장터에 공개되지 않았다.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에 대해 유사 실적, 기술 능력, 경영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사업수행능력 평가(PQ 심사)는 생략됐다. 실적심사 신청서도 ‘없음’으로 표기됐다.

수의계약 근거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6조 제1호 나 항목이다. ‘국가안전보장, 국가의 방위계획 및 정보활동, 군시설물의 관리, 외교관계,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로서 보안상 필요가 있거나, 국가기관의 행위를 비밀리에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조달청과 인테리어 공사를 발주한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 시설총괄과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주택’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였다. 두 기관 관계자들은 입찰공고 일자, 입찰공고 번호 및 참조 번호 등을 통해 대통령 관저에서 이뤄진 공사가 맞다고 확인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시사IN〉과 통화에서 “수요기관(행안부) 요청에 따라 진행된 계약이다. 업체를 지정해 수의계약을 맺고 나라장터에 계약 정보를 올렸다. 이러한 형태의 계약이 없진 않지만,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됐다. 공고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수의계약이라 공고서 등이 없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달청 관계자는 “공사 현장을 실제 현장과 다른 세종특별자치시로 쓴 것은 잘못됐다. 사유는 알 수 없다. 조달청은 2차 검증은 따로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직접 입찰공고를 담당한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 시설총괄과 관계자는 〈시사IN〉과 통화에서 “(대통령 관저 공사인) ○○주택 계약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시사IN〉 취재진이 나라장터 전산망에 올린 관저 공사 입찰공고명을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가 아닌 ‘○○주택 인테리어 공사’라고 다르게 적고, 공사 현장도 세종시로 기재한 이유에 대해 재차 묻자 “관저에 대해서는 보안 사항이라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주택 인테리어 공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A사가 맡았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015년 6월 설립된 이 회사는 실내건축공사업·인테리어디자인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공시를 보면, A사는 실내건축공사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액은 38억747만6000원, 기술능력평가액은 5억898만3000원이다. 기능사 3명, 기사 1명 등 기술자는 4명이다.

A사는 코바나컨텐츠가 2016년 주최한 ‘르 코르뷔지에전’과 2018년 주최한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 후원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코바나컨텐츠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설립하고 대표를 지낸 업체다. A사 관계자는 〈시사IN〉과 통화에서 “관저 공사 내용은 보안 사항이라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라고만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5월25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OO주택 인테리어 공사’라는 제목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 “과정에 문제 없다”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5월27일 B사와 ‘○○주택 인테리어 감리용역’과 ‘설계용역’을 체결했다. 수의계약이었다. 이 계약에서도 공사 현장을 세종특별자치시로 표기했다. 설계용역 역시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설계용역은 B사가 주계약업체, 또 다른 업체가 도급업체로 계약을 맺었다. 다만 설계용역 공사 현장은 ‘서울시 용산구’로 지정했다. 같은 현장을 두고 계약 내용이 서로 달랐다. 대통령 관저 계약이 허술하게 체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마이뉴스〉는 B사가 인테리어 시공업체 C사와 서울 시내 한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B사 대표와 C사 대표는 부부라고 보도했다. B사 대표의 배우자인 C사 대표는 종합건축사사무소인 D사에 근무한 이력이 있다. D사는 2015년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마크 로스코전’과 2016년 ‘르 코르뷔지에전’,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을 후원했다.

대통령실은 업체들의 공사 참여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월2일 〈시사IN〉에 “관저 인테리어 업체는 보안상 수의계약을 맺고 진행한 만큼 확인해드리기 어렵다. 업체는 경호처의 검증을 거쳐 선정됐고, 경호처 감독하에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이 코바나컨텐츠 후원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해당 업체들과 코바나컨텐츠 사이 관련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관계자는 “관저 공사와 별개로 후원 업체들은 과거 코바나와 정상적인 계약을 맺고 전시장 인테리어 등을 시공했다. 무료 지원과 같은 개념이 전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대통령실 공사 관련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대통령실 청사 리모델링 공사 당시에는 신생 영세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2021년 12월 ‘다누림건설’이 공사 규모 6억8000만원대의 대통령실 청사 간유리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다누림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3억원대로, 설립 이후 수주한 관급공사는 3건, 수주액은 8300여만원이었다. 다누림건설은 대통령비서실이 직접 업체를 선정해 계약했다. 〈시사IN〉 보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8월3일 논평을 내고 “수의계약이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공고부터 낙찰자 결정까지 불과 3시간 만에 이뤄졌다니 시나리오 짜놓고 첩보전 하듯 계약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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