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경호처(경호처)가 경호업무에 투입된 군과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는 내용으로 논란이 된 시행령 개정안이 수정돼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됐다. 문제가 된 ‘지휘·감독’ 문구가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로 변경됐다.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되 시행령 개정 취지는 살린 것으로 보인다.
법제처 정부입법지원센터에 따르면, 대통령실 경호처가 지난해 11월9일 입법예고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해 5월16일 공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안은 지난해 입법예고 직후 논란이 되면서 개정 절차가 잠시 중단됐다. 올해 5월1일 법제처 심사를 마쳤고, 5월4일 차관회의를 거쳐 5월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공포와 함께 시행되었다.
지난해 경호처는 개정안에 “(경호)처장은 경호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경호구역에서 경호활동을 수행하는 군·경찰 등 관계기관의 공무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라는 조항을 새로 넣어 입법예고했다. 시행령이 그대로 개정될 경우 대통령경호처는 경호업무에 투입된 군과 경찰 등을 직접 통솔하게 될 것으로 해석됐다. 개정안은 ‘경호구역에서 경호활동을 수행하는’이라는 제한을 뒀지만 경호처가 군·경을 ‘지휘·감독’한다는 것은 1976년 유신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월권 논란과 함께 시행령이 상위법인 ‘대통령경호법’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통령경호법은 경호처장의 지휘·감독권 대상을 ‘경호처 소속 공무원’으로만 제한하고 있었다. 국회를 통해 법률을 고치지 않고 시행령으로 경호처장 권한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방부와 경찰청도 “경호처장은 국군조직법상 국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 “경호처가 경찰에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는 문구는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맞지 않는다”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경호처는 “기존에도 대통령경호처는 경호활동 과정에서 원활한 임무수행을 위해 군·경 등 관계기관의 경호활동을 지휘·감독해왔다. 다만 내부지침 등의 형식으로 규정돼 있던 내용을 시행령으로 명확히 한 것일 뿐이다”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경호처는 이후 시행령 문구를 재조정하겠다고 다시 밝혔다.
올해 국무회의를 통과해 공포된 개정안에는 문제의 ‘지휘·감독’ 문구 대신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가 들어갔다. 오해 소지가 있는 문구는 삭제하고 경호업무와 관련한 군·경 업무협조라는 시행령 개정 취지는 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수정된 전체 문구는 "(경호)처장은 경호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법 제15조에 따라 경호구역에서의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인력·시설·장비 등에 관한 사항을 조정할 수 있다”이다.
경호처가 권한 재정비를 추진한 것은 대통령실 이전으로 경호업무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정부까지 경호처의 주요 경호 지역은 통제된 청와대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경호업무 구역 범위가 넓어졌고, 경호 대상도 증가했다. 군·경 업무협조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그 밖에 개정안에는 경호처장이 경호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독자적 또는 산학협력 등을 통한 경호 연구개발사업의 수행으로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한 과학경호 발전방안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라는 조항도 포함됐다.
※ 자세한 내용은 다음 주에 발행되는 〈시사IN〉 제819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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