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는 ‘뜨거운 감자’다. 화제성 면에서 배우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넘어선다. 신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향후 국정 방향을 가늠케 하는 중요 정보다. 그럼에도 지난 5월10일 취임부터 6월22일 현재까지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보다 낮은 경향을 보였다(〈그림 1〉 참조). 임기 초 대통령 부인에게 쏠리는 관심이라고 보기에는, 같은 임기 초반 문재인 정부 때(2017년 3월10일~4월22일)와 비교해도 다른 양상이다(〈그림 2〉 참조).
처음에는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제공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김 여사의 본격 행보가 시작되었다. 6월13일 봉하마을행을 기점으로 국민의힘 4선 이상 의원 배우자 오찬(6월14일), 김정숙 여사 만남(6월17일), 고 심정민 소령 추모 음악회 참석(6월18일) 등의 일정을 단독으로 소화했다. 특히 봉하마을 방문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당시 뒤에 서 있던 이들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김 여사의 10년 지기인 김량영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김 여사가 대표였던 회사 코바나컨텐츠 출신 대통령실 직원 유 아무개씨와 정 아무개씨가 포함되어 있었다.
청와대 제2부속실에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이렇게 평했다. “언론에 알려지는 대통령 부인의 일정에도 당연히 메시지가 있다. 이를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실무자들은 동선, 참여자, 선물, 드레스 코드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심지어 찍히는 사진을 염두에 두고 해가 어디 있는지 등도 확인한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김건희 여사 외의 인물들이 왜 사진에 같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VIP 의전·홍보 등을 해본 ‘선수’가 주변에 없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사고다.”
대통령실이 동원된 행사에 지인이 동행했다는 점, 김건희 여사를 보좌할 시스템이 공식적으로는 없다는 점, 김 여사가 앞으로도 공사 구분이 애매한 영역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대선 캠페인 시절 내세운 ‘조용한 내조’ 약속을 깼다는 점 등이 논란이 되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인연이 있다고 밝힌 일명 ‘천공’이 김 여사의 적극 행보가 더욱 필요하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올려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6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 입을 열었다.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거기 때문에 공식·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될지 대통령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어떤 식으로 정리해서 해야 할지 저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한번 국민 여론 들어가면서 차차 생각해보겠다.”
해당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면이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허위이력 논란에 대응하는 차원이었다. 또한 지난해 12월22일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면서 당시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 “제 처(김건희)는 정치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본인이 전시하고 본인 일하는 데서 공개적으로 나설 순 있지만, 남편 정치하는 데 따라다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없이 출범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나뉘었던 제1부속실(대통령 담당)과 제2부속실(영부인 담당)을 통합해 부속실로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부활에 부정적이다. 대신 부속실 안에 관저팀을 만들어 사실상 제2부속실 역할을 하게 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김 여사의 행보를 공식적으로 보좌하고 관리할 제2부속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야를 막론하고 나온다. 관례상 대통령 배우자에게 국가의 예산과 인력이 배치될 수밖에 없는 행사가 있고, 그에 맞게 책임성과 투명성을 더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김건희 여사도 동행하는 등 김 여사의 행보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지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사IN〉과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 각 실별로 비밀 취급 인가 수준이 다르다. 제1부속실과 제2부속실이 직제에 따라 다루는 정보가 차이 나기에 부속실 안에서 팀을 나누기보단 제1부속실과 제2부속실로 인력을 배치해 공무를 하는 게 낫다. 지금도 김 여사의 오빠가 김 여사의 사진을 바깥으로 전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업무가 분장되지 않으면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선 당시 공약을 파기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면 될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조용한 내조를 한다고 말한 적 없다”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 또한 제2부속실과 같은 대통령실의 공적 조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시사IN〉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집에만 계시고 돌아다니지도 말고 조용한 내조를 하라는데, (김 여사는) 조용한 내조를 한다고 말한 적 없다.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다. 왜 시끄럽게 구느냐는 건 논리에 안 맞다. 말싸움을 하기 전에 현실론으로 돌아와야 한다.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역할과 지위가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해 12월26일 김 여사의 기자회견을 정확하게 보라는 말이다.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당시 김 여사는 공개 사과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그렇기에 지금의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란은 본질적으로 ‘김건희 리스크’로부터 기인한 점이 크다. 당시 불거진 주가조작·허위이력 논란 등을 사과하며 내놓은 해법에서 지금의 논란이 상당 부분 파생됐기 때문이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 등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다 보니, 김건희 여사 행보를 두고 한국 사회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과 활동 범위에 대해 논할 때 많은 것이 뒤섞여버리는 지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주가조작·허위이력 논란이 가시지 않는 이상, 김 여사에 대한 논란은 어떤 방식으로든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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