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임기 마무리를 앞두고 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방역 현장 근무자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정은경 당시 질병관리청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대응 일선에서 손발이 되어 구슬땀을 흘린 이들 120명이 초청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감염병 위기를 지나 서로의 노고를 격려하고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왔구나, 조금은 감격스러웠고 안도감이 들었다. 동시에 슬픔이 마음 한구석을 채웠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K방역이 거둔 ‘승리’와 ‘성공’에 대한 찬사로 가득했다. 그는 “K방역은 우리의 자부심”이며 “결코 폄훼될 수 없는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말했다. 모두 인정할 만한 얘기였다. 실제로 한국은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 같은 객관적인 의료 지표에서 다른 나라보다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방역에 성공했다고 해서 재난의 속성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한국에서도 2만명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지인을 떠나보냈다. 학교에 가지 못해서, 생계 위기에 내몰려서,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져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고 코로나19 유행 기간 가혹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이들의 수는 정확한 집계조차 하기 어렵다.
지난 2년을 되돌아보는 국가 지도자의 발언에서 재난 시기 특정 집단에 집중되었던 고통스러운 기억과 삶이 위태로워진 이들의 존재는 자리를 배정받지 못했다. 찬사를 받는 K방역 뒤에서 성찰되지 못하고, 온당하게 위로받지 못하는 희생과 상실은 당사자에게 더욱 아프게 다가올 터였다.
지난해 ‘위드 코로나’ 인터뷰로 만났던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말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돈다. “애도 없는 사회는 회복에 탄력적일 수 없다.” 감염병의 기세는 수그러들었지만 재난이 할퀴고 간 자리는 남았다. 그 자리를 지운 성공의 기억이라면 자랑스럽게만 여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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