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유독 미신이 많이 달라붙는 동물이다. 검은 고양이를 마녀의 분신으로 여겨 함께 처형했던 중세 시대부터, 불임의 원인을 애꿎은 고양이에게서 찾는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이 동물을 둘러싼 인간의 망상은 그친 적이 없다. 고양이 뼈를 고아 먹으면 관절염에 좋다던 풍문은 높은 데서 떨어져도 잘 다치지 않는 고양이의 유연성에서 비롯된 속설이니 그나마 합리적인 편이라 해야 할까?
미신을 부추기는 것은 무지만이 아니다. 비과학적 사고에는 빈약한 상상력도 한몫을 한다. 편견에 기반한 한 줌의 정보 이상으로 대상을 이해하지 못할 때, 미신과 괴담은 그럴듯하게 들리고 급기야 대상을 배제하거나 공격할 근거가 된다. 상상력의 폭은 그렇게 우리가 타자를 바라보는 시야를, 타자를 대하는 태도를 규정해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동물 학대 뉴스를 접하는 요즘이다. 특히 집 없는 길고양이들이 폭력의 손쉬운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과거와는 이유가 좀 달라졌다. 고양이는 이제 더 이상 ‘요물’이라서 죽임 당하지 않는다.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힘없고 만만한 개체이기 때문에 혐오의 레이더망에 걸리는 것이다.
만만한 동물을 향한 해코지는 집 안에서도 일어난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호칭은 그럴싸하게 바뀌었지만, 동물을 사유재산으로 간주하는 관점은 사라지지 않은 까닭이다. 개인이 소유물에게 가하는 폭력 앞에서 ‘주인’이라는 편협한 상상력은 훈육과 체벌이라는 시대착오적 명분을 제공할 따름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번지는 잔인한 놀이
한편, 물리적 폭력보다 어쩌면 더 가혹한 학대도 있다. 반짝 유명해진 품종을 유행 따라 사들였다가 시들해지면 버리는 일이 그렇다.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이루어지는 학대도 있다. 작고 귀여운 체구, 개성 있는 외형을 만들기 위해 개와 고양이의 품종을 개량해온 역사 말이다. 인류의 악취미 덕분에 지나치게 조그만 몸, 극단적으로 눌린 코 등으로 신체를 ‘교정’당한 동물들은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쉽게 병들고, 일찍 죽는다.
최근에는 학대의 방식이 한층 교묘해졌다. 주택가의 길고양이를 포획해 도로나 먼 곳의 야산에 풀어놓는 방사 행위가 인터넷 커뮤니티 유저 사이에 놀이처럼 번지고 있다.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서식지를 갑자기 옮기면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를 겪는다. 로드킬 위험도 높아진다. 고양이의 생태적 특성을 알고서 실행하는 잔인한 전략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처벌할 근거가 없다.
현행법에서는 동물을 때리거나 죽여도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수준으로 간주하기에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어왔다. 4월5일, 법사위에 계류 중이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넣은 민법 개정안은 아직 논의 중이다. 혐오와 폭력의 의미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닌 생명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넘어, 단순히 폭력에 대한 처벌의 수위를 조정하는 일을 넘어, 이제 법도 우리도 새로운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나쁜 쪽으로만 발달하는 인간의 상상력에 맞불을 놓을 또 다른 방향의 상상력을. 그 누구도 다른 생명을 소유할 수는 없다는 섭리를. 소유하지 않고도 가족일 수 있는 가능성을. 주인이 아닌 채로 돌보는 태도를. 사랑을 빌미로 함부로 대하거나 망가뜨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그렇게 다른 존재와 함께 사는 세상을, 더 열심히 상상하고 궁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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