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8일 중국 상하이 교통경찰이 방호복을 착용한 채 봉쇄 조치가 내려진 푸둥 방향 터널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AFP PHOTO

어떤 감염병은 세계사의 경로를 바꾼다.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저서 〈전염병의 세계사〉 서론에서 ‘역사가들이 (감염병이 역사에 영향을 끼친) 그런 일화들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100년 만의 팬데믹으로 불리는 코로나19 유행도 역사의 물줄기를 틀어놓을까?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이런 전환을 온전히 알아채기 어렵다. 다만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조짐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는 있다. 2020년 이래로 가장 큰 규모의 유행을 겪고 있는 중국이 그런 조짐 중 하나다.

4월27일로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는 봉쇄 한 달째에 접어들었다. ‘공식’ 통계상 100명대에 불과했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월 들어 1000명대로 껑충 뛰어오르고 그중 절반가량이 상하이에서 나오자 중국 정부는 인구 2600만명 규모인 이 도시를 폐쇄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이후 ‘세상에 이런 일이’급 뉴스들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한때 하루 2만3000명을 넘어섰던 상하이 신규 확진자 수는 장기간 봉쇄를 거치며 2만명대 안팎을 오르내리는 수준으로 안정(?)되었다. 4월25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1만6950명이었다. 2만명 넘게 최고점을 찍었을 때조차도 다른 나라와 비교한다면 매우 낮은 수준의 감염 발생률이다. 그러나 중국이 자랑하는 ‘제로 코로나’ 전략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숫자이다.

2020년 초 우한에서 큰 타격을 입은 이후 2년 동안 공산당 정부는 코로나19 광풍에서 중국 대륙을 비교적 안전하게 지켜냈다. ‘동태청령(動態淸零)’이라 명명된 극단적인 차단 전략이 효과를 봤다. ‘역동적인 제로 코로나(Dynamic Zero-COVID)’ 정책이라고 번역된다. 지역사회에서 적은 수의 확진자만 나와도 그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해 숨어 있는 감염자를 찾아낸다. 확진자는 대규모 시설에 수용되며 밀접접촉자뿐 아니라 밀접접촉자의 접촉자까지도 격리시킨다.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하는 조치였지만 전 세계적 추세에 견주면 ‘절대적으로 적은 확진자·사망자’라는 방역 성과가 강조되면서 ‘제로 코로나’는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상징으로 등극했다. 얀종 황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올해 1월 〈포린 어페어〉 기고문에서 지난 2년간 팬데믹을 통치 기반으로 중국 정치가 작동한 방식을 이렇게 분석했다. “미국을 비롯해 여러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유행 통제에 실패한 것을 끊임없이 설파하면서, 적어도 공중보건 영역에서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발생시키고, 이 성공을 국가적 자부심의 원천으로 선전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승리를 선언했다. 2020년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은 코로나 퇴치 표창대회를 열어 “코로나19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성과는 중국공산당과 사회주의 제도의 우수성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그 가운데 2021년 11월 승리 선언은 상당히 공교로운 측면이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험대에 들게 한 오미크론 변이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현하던 시기가 바로 그 무렵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극단적인 형태를 취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대응에서 ‘차단 전략(Containment)’의 스펙트럼 위에 있던 나라가 중국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 호주(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이 있고 한국의 K방역도 이 연장선상에 있었다. 적극적인 방역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감염 확산을 억제해온 국가들이다. 그러나 전파력이 월등하게 높아진 오미크론 변이가 이런 국가들에서 우세종이 되며 차단 전략으로 유행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속속 확인됐다.

‘제로 코로나’가 불러온 역설

동시에 오미크론은 ‘팬데믹 게임’의 규칙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코로나19의 종식은 없으며 엔데믹이 최종 귀결점이라면, 인구의 일정 비율 이상이 면역을 획득해야 유행이 안정 국면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각 나라의 백신접종률이나 숨은 감염자 규모 등에 따라 다르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대략 인구의 20~25%가 누적 감염되었을 때 유행 곡선이 꺾였다. 한국도 누적 확진자가 전체 인구의 약 20%에 도달한 3월 중순부터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팬데믹 게임의 규칙에서 중국 대륙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인구의 일정 비율을 채워야 ‘골인’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중국은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특정 인구 집단이 보유한 면역의 크기는 ‘자연 감염’과 ‘백신 접종’을 더한 합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감염 자체를 막는 효과는 떨어지지만 면역을 키우는 데 분명히 일조를 한다. 그렇게 보면 중국은 ‘자연 감염’과 ‘백신 접종’ 두 개의 동그라미 모두 크기가 매우 작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정책적으로 자국 백신만 사용해 예방접종을 진행했는데 중국 시노팜·시노백 백신은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에 비해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데이터가 나온다.

〈그림 1〉은 인구 100만명당 각 나라의 누적 확진자 수를 표시한 그래프다. 일제히 우상향하는 다른 나라의 곡선과 달리 중국 곡선은 거의 가로축에 붙어 있다. 4월26일 기준 중국의 100만명당 누적 확진자 수는 600명이다. 감염 비율이 전체 인구의 0.06%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한국은 100만명당 누적 확진자 수가 약 33만명, 미국 32만명, 홍콩 15만명이다. 엔데믹으로 가는 레이스에서 중국은 갈 길이 까마득히 먼 것이다. ‘제로 코로나’ 전략의 압도적 성공이 불러온 역설이다.

‘차단 전략’을 택했던 나라들은 대부분 두 손을 들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중국식 봉쇄는 괴력을 발휘할지 모른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에 앞서 인구 1750만명 도시인 선전을 일주일간 ‘록다운’하며 오미크론 확산을 저지한 경험이 있다. 더 앞서 2020년 우한 봉쇄는 73일간 지속되었다. 그러나 초장기간 봉쇄라는 강수를 두어 상하이의 유행을 통제한다 해도 팬데믹 게임의 규칙에 비춰본다면 이는 일시적인 성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으로 ‘불확실성’을 꼽았다.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이다. 상하이에서 잡는다 해도 오미크론 불씨가 다른 지역으로 옮아갈 것이다. 최근 베이징에서도 케이스가 발견돼 일부 구역은 봉쇄에 들어갔다. 그런 식의 봉쇄가 지속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제로 코로나 전략을 고수한다면 중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유행을 통제할 수 있는 집단면역을 얻는 데 10년이 걸릴지, 그 이상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상하이 봉쇄는 지금도 전 세계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19일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며 2022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1월 예상한 4.4%에서 0.8%포인트 낮은 3.6%로 수정했다. IMF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세계경제의 위험 요소로 꼽았다. 세계의 공장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떠받치는 중국 경제가 가다 서길 반복하면 세계경제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 한국 업체들은 이미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GM은 중국산 부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부평1공장 가동 시간을 단축했다. 아모레퍼시픽 등 상하이에 제조 공장을 둔 여러 기업들도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 상황은 밀입국자들 탓”

중국 정부가 강력한 봉쇄 정책을 거두고 ‘위드 코로나’로 전략을 전환하다면 해결될 문제일까? 낸시 첸 노스웨스턴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에서 중국이 출구전략을 찾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치 지도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을) 온건한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렇게 하면 예외 없이 더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확진자, 사망자의) 총숫자가 미국만큼 커지지는 않겠지만 ‘0’을 기대하게끔 길들여진 중국인들로서는 수천 명의 사망자 증가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 교수는 중국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방역 성공을 애국심과 강하게 결부해왔다. 중국 출신 학생들과 얘기해보면 지금 상황을 ‘제로 코로나’ 전략의 한계가 아니라 몰래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밀입국자들 탓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2020년 9월8일 시진핑 주석(가운데)이 코로나19 방역 공로자 표창대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PA

중국공산당은 올가을 중요한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10월로 예정된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된다. 최소한 당대회 전까지는 고강도 방역 기조를 유지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4월11일 사설에서 “흔들림 없는 제로 코로나가 방역전 승리의 관건이라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서구의 ‘위드 코로나’ 정책은 면역능력이 떨어지는 약자를 대량으로 도태시키는 잔혹한 사회 다원주의다”라고 주장했다.

중국공산당이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는 사이 정치적 구호와 현실의 괴리는 나날이 커져가고 중국 인민들의 고통은 가중될 것이다.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사람들 역시 하나둘 늘고 있다. 4월7일 〈뉴욕타임스〉는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를 겪으면서 상하이 주민들이 그간 코로나의 위험을 강조했던 정부의 방역 조치에 회의적으로 되어간다고 보도했다. 바이러스 학자인 진둥옌 홍콩대 교수는 “(상하이 주민들은) 이 바이러스와 질병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출발한 코로나19 유행이 돌고 돌아 다시금 중국 대륙을 흔들고 있다. 진폭은 2년 전보다 한층 더 크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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