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유행이 최정점을 지나던 지난 3월 며칠간을 경기도 안성에서 보냈다. 집단감염이 생긴 요양시설에 방문 진료를 가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의료진을 동행 취재했다. 찾아간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방호복 대신 평상시에 입는 앞치마를 걸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코로나19에 걸린 상태이거나, 막 격리가 해제된 이들이었다.
현장 취재를 나갔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았다. 감염자가 나온 요양원은 극도로 위축된 상태였다. 보호자들 앞에서 요양원과 요양보호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죄인이 됐다. 믿고 맡겼는데 2년 넘게 갇혀만 있던 부모님이 어떻게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냐는 원성이 빗발쳤다. 하지만 들불처럼 번지는 오미크론 확산에서 요양시설만 코로나19 청정구역으로 남아 있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문제의 원인을 찾자면 팬데믹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근시안적 태도 탓이 크다. 적어도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코로나19가 사라지는 형태의 종식은 없을 거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언제까지나 바이러스 앞에 높은 성벽을 치는 방역 태세로 살아갈 수는 없다. 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과 가족들 사이에 면회를 영원히 금지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요양시설 내에 코로나19가 유입되더라도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했다. 그러나 한국 방역 당국은 최근까지도 요양시설 종사자가 주당 1~2회 PCR 검사를 받도록 하는 낡은 정책만 붙들었을 뿐이다.
시야가 좁았으므로 논의의 토양 역시 협소할 수밖에 없다. 이 이슈를 다루는 언론의 논조는 확진된 요양보호사가 확진된 노인을 돌보는 참상이 요양시설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식이다. 물론 틀림없는 비극이다. 그러나 당장 대체인력을 구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올곧은 지적은 듣기 좋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그사이 감염의 위험 속에서 아픈 노인들을 돌봤던 요양보호사들은 희생에 대한 보상에서도, 헌신에 대한 예우에서도 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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