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김용익 돌봄과 미래 이사장(70)은 한국 보건의료 개혁 역사의 산증인이다. 1990년대 의료보험 통합과 의약분업 때 핵심적 역할을 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 제19대 국회의원 등을 거치는 내내 보건의료 분야에 새로운 의제를 던지거나 제도를 개선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4년간 맡아온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자리를 떠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퇴임 인사를 남겼다. “퇴임 후 우리 사회가 꼭 풀어야 하지만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가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꼭 풀어야 하지만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란 무엇일까? 김 이사장이 지난 9월24일 출범시킨 학술 및 사회운동 단체 ‘돌봄과 미래’ 명칭에 바로 그 의제가 담겨 있다. 김 이사장은 우리 사회 돌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확신한다.

어느 시점에선가부터 ‘돌봄’은 부정적이고 답답한 느낌의 단어가 되어버렸다. 모두가 그것으로 인한 고통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인 대부분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임종을 맞이한다. 다수의 신체·정신 장애인들은 시설과 병원에 갇혀 일생을 산다. 가족들은 고달픈 돌봄노동과 시설 수용의 죄책감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돌봄과 미래는 이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지역사회 돌봄’ 구축을 제안한다. 노인과 장애인 등이 시설과 병원이 아닌 자기 집에서 보건의료·사회복지·요양서비스를 받으며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선 돌봄의 탈시설화와 동시에 탈가족화가 필수적이다. 아프거나 늙은 가족의 돌봄을 개별 가족이 아닌 국가와 지자체, 전체 사회가 나누어 맡아야 한다. 돌봄의 사회화, 혹은 ‘전 국민 돌봄 보장’의 실현이다. 김 이사장은 “돌봄이라는 단어를 본래의 긍정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의미로 다시 돌려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프다고, 늙었다고, 장애가 있다고 무조건 병원이나 시설에 ‘감금’되지 않는 삶.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동네, 익숙한 집에서 인간다운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 그러면서도 가족들이 돌봄노동과 비용의 짐을 떠안지 않을 수 있는 방법. 소수 상위계층만이 누려오던 이 조건을 모든 중산층·중하층 국민의 여생에도 갖추게끔 만드는 일이, 올해 일흔을 맞은 김 이사장이 꿈꾸는 “마지막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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