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0일 서울고검에서 ‘검수완박’ 입법에 대응하기 위해 열린 평검사 대표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 수사권 폐지 논의가 한창이다. 검찰이 우려를 표명하는 주된 논거 중 하나가 검찰이 수사를 안 하면 고소인들, 피해자들이 억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처리가 늦어지고 피해자들이 억울해할 무혐의, 무죄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근본 해답은 검찰 수사권 유지가 아니다. 경찰, 검찰 가운데 어떤 조직이 권한을 더 갖느냐는 범죄 피해자에게 큰 의미가 없다. 자기들끼리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뿐이다. 일부 언론은 검찰 대변지처럼 검찰 쪽 입장만을 보도하고 있을 뿐 피해자들의 입장은 제대로 취재조차 하지 않는다. 검찰 스스로도 왜 검찰 수사권이 유지되어야 하는지 피해자 만족도 등 제대로 된 통계나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던 결과이자 현실이다. 피해자는 수사 절차에서 소외되었다. 실제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도 피해자들이 억울한 경우가 많았다. 피해자들은 분명 사건 당사자임에도 수사 밀행성을 핑계로 검찰로부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 수사 결론도 마찬가지였다. 억울한 무혐의에 대한 피해자의 항고, 재항고, 재정신청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 항고 인용률은 9%, 검찰 재항고 인용률은 2.7%, 재정신청 인용률은 0.49%(2018·2019년 기준)였다.

선택적·자의적 수사에 대한 경각심은 당연한 것

수사기관이 한번 결정하면 그걸 뒤집는 일은 법원의 항소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피해자를 대리하면서 체감했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가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정식 소통 창구도 없다는 점이다. 재판처럼 정해진 기일에 가서 주장을 하면 되는 게 아니고 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것조차 어렵다. 검사에 따라 스타일도 다 다르다. 게다가 검사가 수사 능력을 키우는 데 치중하다 보니 판사보다도 소통능력이 떨어지고 위압적인 편이라 당사자로서는 접근이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돈 있는 사람만 검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접근하게 되었고, 전관예우와 ‘전화 변론’이 문제가 되었다.

이렇게 피해자와의 소통에 무감했던 검찰이 수사권을 계속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거가 피해자를 위해서라니? 그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제도개선에 대한 어떤 약속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무엇보다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권 유지를 주장하기에 앞서 범죄피해자보호법상 피해자의 권리를 어떻게 현실화·구체화할지 답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현재 민주당의 기소권-수사권 분리 논의는 검찰의 수사권 행사가 너무 자의적이었다는 국민의 불안과 평가를 반영한 것이다. 많은 국민이 조국 전 장관 사건 등에서 검찰의 ‘과잉 수사’를, 김건희씨 등 검사 가족 사건에서는 ‘과소 수사’를 목격했다. 일부 법조인들은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폐지를 감정적·비합리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택적·자의적 수사에 대한 경각심은 당연한 것이다. 정권에 밉보이면 언제든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불안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게다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었고, 한동훈 전 검사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상황인 이때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는 어떤 식으로든 절실하다. 이번 기회에 정말 당사자의 입장에서 싹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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