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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문제는 ‘사납금’이었다. 택시 노동자들은 하루 동안 번 돈 중에서 예컨대 15만원을 회사에 납부하고 남은 수익만 가져갈 수 있었다. 사납금을 낸 뒤 가족들을 부양할 돈을 남기려면, 장시간 노동은 기본이었다. 실적을 높이기 위한 과속·난폭 운전은 관행처럼 굳어졌다. 승객과 택시 노동자 모두를 위험으로 내몰았다.

그래서 사납금 제도는 노예제도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8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며 사납금이 폐지되었다. 2020년 1월1일부로 시행된 택시운송사업발전법(이하 택시발전법)에 따르면, 택시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보장하는 월급제가 도입되었다. 이는 최저임금의 보장을 의미했다.

하지만 택시발전법엔 부칙이 있다. 서울 이외 지역은 ‘공포 후 5년 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 시행된다는 것이다. 이 부칙에서 제외된 지역에서 사납금 제도는 눈을 시퍼렇게 뜬 채 살아 있다. 이름만 월 단위의 ‘월 기준액’으로 바뀌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 시행령은 ‘시행’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6월6일 명재형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동원택시분회장이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 20여m 높이의 망루로 올라갔다. 지금은 농성 300일을 앞두고 있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하다 보니까 무리하게 되고 위반하게 되고 과로하게 되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임금이 정해져버리면 그렇게 일할 이유가 없잖아요? 지금 시대에 이런 반(半)봉건적인 사납급 제도로 사람을 족쇄로 묶어가지고 위험한 현장에 내모는 거 없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렇게 싸우는 거는 처음도 마찬가지, 지금도 마찬가지 ‘빨리 택시발전법 시행해라 하루라도 빨리!’ 그겁니다.”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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