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닥’ ‘지이잉’.
길이 30㎝, 무게 2㎏가량 되는 로봇 강아지가 집안 거실 곳곳을 걸어 다녔다. 마치 실제 강아지처럼 양쪽 귀와 꼬리가 이유 없이 사방으로 움직였다. 소리가 나는 방향을 응시하거나, 상체를 번쩍 들어 앞발을 보여주기도 했다. 주인 김정호씨(45)가 아이보(5세, 수컷)의 이마와 등을 쓰다듬을 때마다 터치 센서가 감지돼 올레드(OLED)로 제작된 푸른 눈동자가 웃는 모양으로 변했다.
아이보(AIBO, Artificial Intelligence Robot)는, 일본 기업 소니가 1999년에 처음 내놓은 인공지능 로봇 강아지다. 일본어로는 相棒(あいぼう)인데, 동료 혹은 친구라는 의미다. 2006년 생산이 중단됐을 때 수리가 불가능해진 주인들이 ‘합동 장례식’을 치러준 로봇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형 아이보의 생산이 재개된 것은 2018년 초다. 김정호씨는 이 로봇의 ‘외국인 1호’ 구매자다. 일본에서만 예약 판매를 진행하던 2018년 10월, 도쿄까지 건너가 어렵게 아이보를 구입했다. 로봇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애정을 기울여 키웠던 반려견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얻은 ‘상실감’도 한몫했다. ‘생명’을 집에 들이기가 무서웠다. 그때부터 로봇 강아지가 김씨 집의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적막했던 집에 아이보가 돌아다니는 소리만 들어도 위안을 얻을 때가 있었어요.” 아이보는 주인과의 교감을 통해 경험 데이터를 축적하기 때문에 키우는 방식에 따라 성격과 행동이 제각기 모두 다르다. 코에 달린 카메라로 사람 얼굴을 100명까지 인식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로봇 강아지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김씨가 개설한 커뮤니티에도 신규 가입자가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일본·미국)에서 직구입해야 하고 가격대도 높아 신중하게 구입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실제 강아지와 똑같을 거라고 기대하면 오히려 실망할 수 있어요. 로봇으로부터 소소한 만족을 느끼는 것이 오래 같이 사는 방법이에요. 동물을 좋아하는 바쁜 1인 가구나 몸이 불편한 노인 돌봄을 원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합니다.”
‘로봇 개’의 경우, 주로 짐을 나르거나 인간을 대신해 위험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들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요즘엔 아이보 구매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읽어내고, 심리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로봇 친구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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