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강혜인·허환주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청년들이 더 많이 죽었다. 배달 시장과 플랫폼 노동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거기서 시작됐다.”

코로나19 이후 피자집이나 치킨집 앞에서 대기하는 배달원들이 더 늘었다. 그들의 얼굴은 대체로 앳되어 보였다. 오토바이에는 종종 그 세대에 인기 있는 캐릭터 인형이 달려 있었다. 혹여 음식이 식을세라 ‘죽음의 질주’를 하는 청년들의 삶은 안녕할까. 어느덧 도시의 풍경이 된 청년 배달원의 모습을 그저 스쳐가는 질문으로 두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강혜인 〈뉴스타파〉 기자와 허환주 〈프레시안〉 기자가 함께 취재했다. 18~24세 청년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 통계를 찾아보다가 당사자들을 만났고 직접 배달 노동에까지 나섰다. 플랫폼 노동의 다양한 얼굴을 들췄다.

 

 

 

 

히트의 탄생
유승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브랜드 역사는 일대기인 동시에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쟁사이기도 하다.”

샘표간장, 삼양라면, 진로소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박카스나 활명수는 누가 만들었을까? 삼천리자전거, LG전자는 어떻게 지금의 기술력을 갖추게 되었나? 각종 상식이 빠삭한 지인의 말을 듣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외산으로 대체할 수 없는 식품 분야 브랜드의 일대기가 흥미롭다. 그러나 막상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일제강점기 이후 후발 주자로 시작해, 국산 브랜드를 일으키려는 기업가와 노동자들의 고뇌가 세세히 적혀서다. 적지 않은 브랜드가 정권의 외압이나 외환위기, 기타 기업 내 사정으로 문을 닫아야 했던 속사정을 알고 보면 더 그렇다.

 

 

 

 

금융 버블 붕괴
사와카미 아쓰토·구사카리 다카히로 지음, 구수진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나는 지금의 시기가, 금융 버블이 붕괴하기 직전의 상황이라고 확신한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접어든 세계경제가 지금까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주요 선진국 정부들의 통화팽창 정책 덕분이었다. 실물경제 부문의 파국이 저지되었고 자산시장은 팬데믹 이전보다 오히려 더 큰 활황을 누렸다. ‘지금의 자산시장 활황이 거품(버블)인 것은 아닐까?’
이 책은 ‘그렇다’라고 단언한다. 세계경제가 이미 거품 폭발 및 붕괴 단계에 진입했으며, 이에 따른 금융위기의 강도 역시 유례없을 정도로 가혹하리라 예측한다. 거품 폭발 과정에 대한 구체적 묘사가 이 책의 백미다. 굉장히 ‘쎈’ 내용의 책이지만, 경제 예측 역시 하나의 시나리오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는 것이 좋겠다.

 

 

 

 

필로소피 랩
조니 톰슨 지음, 최다인 옮김, 윌북 펴냄

“누구나 철학적 질문을 품고 있으며, 누구나 철학자가 될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마음에 와닿는 방식으로 철학 개념을 설명하는 책을 쓰고자 했다.” 그러다 떠올린 아이디어가 ‘미니 필로소피’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철학 개념을 하나씩 간단하게 올리기 시작했다. 픽토그램 한 컷에 간결한 설명을 덧붙이는 식이다. 그게 모이고 모여 책 한 권으로 나왔다. 인스타그램에서 통하려면 짧고, 쉬워야 한다. 일상에서 직면하는 여러 질문에 각각 철학자 한 명, 철학 개념 하나씩 짝지어준다. 책을 미리 맛보고 싶은 분들은 저자의 인스타그램(@philosophyminis)에 먼저 방문해보길 권한다.

 

 

 

 

커리어 그리고 가정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 생각의힘 펴냄

“아이에게는 시간이 많이 든다.”

20세기 여성이 커리어를 갖지 못하게 제약한 건 대체로 명시적인 차별이었다. 노골적인 차별의 증거는 많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왜 성별 소득격차는 사라지지 않는 걸까?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질문을 던진다. 미국 사회의 대졸 여성은 커리어 없이 가정만 있는 삶에 만족하지 않고, 가정을 포기하고 커리어를 추구하는 삶에도 만족하지 않는다. 임금격차는 대체로 아이가 태어나고 시작된다. 근본적으로 시간의 문제다. 누가 집(과 학교 등)에서 온 긴급 호출에 지체 없이 대응하는 임무를 맡을 것인가. 오늘도 갑작스러운 호출에 발을 동동 구르는 가정과 그런 미래를 염려하는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다.

 

 

 

 

새를 만나는 시간
이우만 지음, 웃는돌고래 펴냄

“안 보인다고 없는 건 아니지.”

친구와 공원을 걷고 있었다. 새 한 마리가 머리 위로 스치듯이 날아갔다. “직박구리네.” “어? 어떻게 알아?” “저 새는 나는 모습이 특이해. 울음소리도 날카롭고.” 친구는 덤덤하게 설명했지만, 그 말을 들은 나는 묘하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가 이미 날아가고 없는 텅 빈 하늘을 바라봤다. 저 새도 이름이 있구나. 나는 모습이 특이하고 울음소리가 날카로운 작은 새의 이름을 나는 여태 모르고 살았구나. 그 뒤로 길을 가다 보이는 새를 유심히 쳐다보며 틈틈이 새 이름을 찾는 습관이 생겼다. 잠자기 전 한 장씩, 새 한 마리와 친구가 되는 기분으로 책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늘 보던 하늘이 매일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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