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에서 아이들이 겪는 폭력의 단면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웹툰 〈집이 없어〉. ⓒ네이버웹툰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7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9%가 올해 추석에 귀성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설문에서 57.7%가 귀성을 포기한다고 답했는데, 2년 연속 귀성 포기자들이 절반을 넘었다. 어느 때보다 집에 머물 시간이 많은 추석이다. 〈시사IN〉 기자들이 ‘방콕 정주행’에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한다. 타이완 드라마, 자연 다큐멘터리, 스포츠 소재 다큐·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 등 각자의 취향을 담았다. 랜선을 통해 세상과 감동을 만나는 추석 연휴가 되기를 소망한다.

〈집이 없어〉
서로가 서로에게 돌아갈 ‘집’이 된다

집은 공간 그 이상이다. 예컨대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할 때 그 ‘집’은 단순히 특정한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은 관계로 이루어진다. 단골 카페 또는 식당과의 관계, 집 안 물건들과의 친숙한 관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갖춰질 때 집은 비로소 집이 된다. 반대로 그 관계들이 끊어진다면 같은 공간이라도 집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익숙한 주변 상권이 사라지거나 내 물건들이 모두 없어진다면 그곳은 ‘집’이라고 하기 어렵다.

네이버 웹툰 〈집이 없어〉의 주인공들은 집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가족과의 관계에서 결여를 겪는 아이들이다. 각자의 사정은 다양하다. 해준은 교통사고로 홀어머니를 잃었고, 마리는 구타를 일삼는 오빠, 방관하는 홀아버지와 함께 살아야 한다. ‘정상 가족’ 범주에 해당하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결여를 겪는다. 하라는 그들 자신의 꿈을 강요하는 부모로부터 재능을 끊임없이 의심받고, 주완은 자녀에게 집착하는 부모 밑에서 사생활을 빼앗기기도 한다. 해준의 말을 빌리자면 “집은 힘들고 지칠 때 빨리 오고 싶어져야 집이다”. 관계에서 결여를 겪는 아이들에게는 집이 있어도, 집이 없다.

〈집이 없어〉는 물리적 폭력부터 정서적인 폭력까지, 가족관계에서 아이들이 겪는 폭력의 단면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 단면이 너무 적나라해서 때로는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까지 느껴진다.

아이들은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력감에 빠지거나 분노한다.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며,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한다. 오빠에게 구타당한 마리가 “오빠가 나 되게 잘 챙겨줘…. 우리 평소에 장난도 많이 치고”라고 변명하다가 “오빠가 화나면 내가 나로 있는 게 안 돼…. 내가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 된 거 같아. 야생에서 사는 것 같아”라고 깨달음을 얻게 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가족관계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들은 서로에게서 대안적인 관계를 발견한다. 물론 아이들은 갈등하고, 서로를 의심하기도 한다. 상처 많은 아이들이 만나 서로에게 흠 하나 없는 낙원이 되어주리라는 낙관은 환상일 뿐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때때로 서로를 지지해준다. 한 기숙사 안에서 같이 살아가고, 학교생활을 함께하며 트라우마가 자기만의 것이 아님을 알아간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생겼을 때 돌아갈 ‘집’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 ‘집’이 되어준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겪은 사람이 〈집이 없어〉 속 주인공만은 아닐 것이다. 가까이 지낸 기간이 긴 만큼 누구에게나 가족에게서 받은 아픈 기억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주인공들이 서로를 알아가듯, 독자도 아이들의 상처를 알아가며 이해하고 미움을 덜어내고 마음 깊은 곳에서 응원하게 되는 과정을 겪는다. 각기 다르면서도 비슷한 아이들의 상처를 알아가는 과정은 동시에 독자가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집을 다시 짓는 일이기도 하다.

기자명 주하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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