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정책 언팩쇼’.ⓒ연합뉴스

여론조사 관련 보도들을 읽다 보면 댓글난에서 종종 한국 사회의 낮은 신뢰도를 실감하게 됩니다. 해당 언론의 입맛에 맞춰 조사 결과를 유도했다거나 심지어 ‘조작’이라고 반발하는 의견들이 꽤 많습니다. 그러나 아주 드문 악질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여론조사의 타당성이 현실에서 완전히 부인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나름의 방식으로 종합하며 ‘어두운 방에서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나마 ‘물밑의 트렌드’를 대충 짐작해나가는 편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여론조사라는 것을 꽤 신뢰합니다. 게다가 지난 수년에 걸쳐 조사기관들이 ‘데이터 분석’ 기법들을 채택·활용한 성과들을 보면서 믿음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최근 여론조사들은 단지 응답자의 외형적 답변만으로 결과를 내는 방식을 훌쩍 넘어섭니다. 심지어 시민들이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 ‘내심’을 잡아내기까지 합니다. IT 기술이 시민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면서 수집 가능한 데이터가 엄청나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컴퓨터 연산능력의 발전 덕분에 과거엔 불가능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 추정 과정이 삽시간에 완료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SNS에 뜨는 ‘맞춤형 광고’를 보면서 ‘이 광고를 추천한 AI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군’ 하며 놀라곤 합니다.

앞으로 8개월여 뒤에 실시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정치권은 물론 매체에도 중요한 행사입니다. 저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국가와 민족을 위한 큰 뜻’을 정책으로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려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거꾸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시민들의 인기를 끌 만한 정책을 내놓는 것으로 보는 쪽이 정확하지 않을까요. 이타적 의도가 다른 사람들을 반드시 이롭게 하지는 않으며, 각 개인들의 이기적 동기가 사회·경제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동력인 이 나라에서 정치인에게만 ‘그러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출마 의도와 상관없이 해당 정치인의 정책이 시민들의 바람과 욕망을 잘 반영해서 공익 확장에 기여하고 실현 가능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선거를 앞둔 기간에 언론이 해야 할 일이 고작 겉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내걸고 속으로는 지지 후보를 위해 보도하는 정도는 아닐 것입니다. 이보다는 시민들이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 바람과 욕망과 의도를 드러내 이를 반영하기 위한 정책 경쟁을 부추기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보도 방향을 데이터 분석과 어떻게 결합시킬 수 있을지 고심 중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만족하실 만한 ‘정치 기사’를 풍성하게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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