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4일 〈시사IN〉과 만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시사IN 이명익

송영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는 ‘비문’이라는 표현 대신 ‘비주류’라는 말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정치 커리어만 놓고 보았을 때에는 남부러울 게 없는 인물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인천광역시장) 경험을 갖춘 5선 국회의원. 그러나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당권 도전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세 번째 도전. 지난 4월7일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곧바로 이어진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대표에게 ‘대선 승리’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송영길이라는 인물의 스타일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민주당 당원들이 보다 ‘전략적’인 선택을 내렸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당내 ‘강성 지지층’의 표를 얻은 홍영표 후보와 득표율 차이가 0.59%포인트에 불과했다. 송 대표는 자신의 당대표 선출이 “민주당이 변화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당대표에 취임한 이후에도 당내 강성 지지층을 향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송영길 대표가 지휘하는 민주당은 이제 본경선을 앞두고 있다. 당내 경선이 격화될수록 후보들 사이에서는 당대표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민감한 반응이 흘러나온다. 취임 100일을 앞둔 8월4일, 국회에서 송영길 대표를 직접 만나 당내 현안과 내년 대선 전략을 물었다.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내년 대선이 양강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는데.

우리로서는 잘된 일이다. 구도가 간명해졌다. 야권의 단일화 이벤트가 사라졌다(편집자 주: 정당 외부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교섭을 시도할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의미). 우리가 국민의힘보다 한 달 먼저 후보를 확정하게 된다. 그동안은 후보를 먼저 뽑는 것에 부담이 있었다. 우리 쪽 후보가 정해지고 난 뒤 야권에서 단일화 이벤트가 크게 벌어져 컨벤션 효과가 발생하면 불리하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그런 변수가 사라졌다.

컨벤션 효과가 사라졌다는 점은 이해하겠다. 그런데 후보를 선출하는 ‘시기’도 대선에서 유불리를 만들어내나?

먼저 뽑혀야 경선 후유증을 수습하며 통합하기 용이하다. 우리가 후유증을 달래는 동안 야권에서는 치열한 내부 경쟁이 진행될 것이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데에도 일찍 후보를 뽑는 쪽이 유리하다. 경선 과정에서는 각 후보가 자기만의 비전을 자유롭게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야 하니 강성 지지층의 여론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경선 과정에서) 중도층을 공략하는 전략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가령 부동산 정책만 해도, 현재 (민주당) 후보들이 문재인 정부와 대비되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한 달이라도 야당보다 먼저 후보를 선출하는 건, 후보를 중심으로 새로운 미래 비전을 만들고 보여주는 시간을 그만큼 벌었다는 의미가 된다.

2012년 18대 대선과 구도상 유사한 부분이 많다.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 후 치른 대선이었고, 당시에도 본선에서 일대일 구도가 펼쳐졌다.

정권 지지율 차이가 있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는 친인척 비리, 자원외교 등으로 국민적 분노가 컸다. 국정 지지율도 10%대까지 떨어졌다. 그에 비해 문재인 정부는 친인척 비리 같은 특별한 게이트 사건이 없어 높은 국정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또 당시에는 제3지대 가능성이 오래 남아 있었다. 당시에 비하면 지금이 조금 더 나은 상황이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 하더라도 결국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후보의 경쟁력 아닌가?

지금 문재인 대통령 집권 말 인기가 다른 대통령에 비해 좋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오바마 때 힐러리 클린턴이, 빌 클린턴 때 앨 고어가 떨어지지 않았나. 현 정부 지지율이 곧바로 표가 되진 않는다. 어차피 새로운 후보를 중심으로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본격적으로 경선 국면에 돌입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외부에 있을 때에 비해 엄청난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일시적으로 당의 지지를 얻어 전체 지지율이 상승할 수도 있겠지만, 당내 치열한 검증과 상호 공격을 받게 된다. 민주당에서도 양대 후보인 이재명·이낙연 후보 간에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앞으로 펼쳐질 국민의힘 경선에서 예상되는 싸움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본편이 시작될 것이다.

일부 후보 캠프가 경선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중립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어떤 대선이든 나올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내 모든 판단 기준은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이지 특정 후보의 승리에 맞춰져 있지 않다. 지금 중립성 관련해서 논란이 된 게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경선을 연기하지 않았다는 건데 이건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걸 그대로 지키자는 입장이었다. 추미애 후보나 박용진 후보도 원래 규정대로 하자고 주장하지 않았나. 이걸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

7월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선거 ‘원팀’ 협약식에 참석한 송영길 민주당 대표(맨 왼쪽)와 대선 예비후보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기지를 찾아간 것(7월20일)도 마찬가지다. 모든 시도 예산정책협의 후엔 언제나 그렇게 현장을 (지자체장과) 방문했다.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와도 그렇게 했다. 다른 후보들에게도 이런 기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박용진 후보와는 (7월30일) LH에, 엊그제(8월3일)는 김두관 후보와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낙연 후보와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함께 가기로 했다. 민주연구원에서 ‘대선 핵심공약 개발계획’에 ‘생활기본소득’이 포함되어 있다고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사실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노웅래 원장의 보고를 들어보니 이전 원장 때부터 연구가 진행되던 것이라고 하더라.

경선이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심이라고 불리는 당원과 지지층의 의사가 중요한 것 아닌가?

경선은 선거인단으로 뽑히니까 (대선 후보 결정 과정에) 당원의 결정만 작동하진 않을 것이다. 선거인단이 200만명까지 확대되었는데, 이 정도 숫자에 이르면 이른바 당심과 민심의 간극이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과거와 같은 ‘조직 선거’가 어렵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입당한 당원들의 성향을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에서는 당심을 단순히 ‘친문’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단순 분석이 이제는 힘들다고 보아야 하나?

그럼 어떻게 송영길이 당선되었겠나. 여기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준석 대표의 당선은 TK(대구·경북) 주류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한 결과이지 않나. 이준석이라는 인물이 마음에 안 드는 여러 가지 약점이 있는데도 과감하게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잖나. 하지만 나는 당내 주류가 나를 떨어뜨리려 총력을 다했다. 그걸 뚫고 이겼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앞으로 정세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고 평가하는가?

그렇다. 당대표 선거 당시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중진 의원들을 만나보면 “이준석 대표가 당선되는 걸 보고, 송영길 대표가 당선되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냐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한다. 곧 취임 100일인데, 당대표를 맡은 뒤 당에 변화가 생겼다고 본다. 당을 떠난 사람들이 다시 민주당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당이 안정을 찾아가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당선된 뒤 자신감 있는 행보를 보여왔다고 판단해도 되나?

그렇다. 당원들이 도와줘서 당대표가 된 것이지만, 특정 계보에 기대 당대표가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 소신껏 말할 수 있다. ‘당대표 선거로 민주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정권 창출이 어렵다’는 당원들의 뜻이 반영되었다고 본다.

4월 재보궐 선거에서 2030 유권자의 이탈이 발견됐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민주당이 청년층 이야기를 들을 자세가 안 되어 있고,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져 ‘꼰대’ 같은 느낌을 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급등 문제가 발생하고 LH 사태와 청와대 고위층의 부동산 문제도 터지면서 청년층 사이에서 배신감이나 이른바 ‘내로남불’ 느낌이 불거졌을 것이다. 계속 노력하겠다. 만나고 부딪히고 일단 듣고, 당내에서부터 2030의 역할을 계속 마련해주는 것들이 필요하다.

2030 여론을 위해 특정 정책을 내놓는 게 가능할까? 본질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그것(청년층 공략 정책)만으로 다 되진 않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필요한 일은 결국 코로나19 팬데믹 해결이고, 부동산 문제 해결이다. 이 두 가지를 잘 해결하면 (청년층 여론 문제도)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19는 어떻게 청년층 여론과 연결되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유로운 활동이 제한되고, 이로 인한 피로도가 축적되고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20·30대 청년은 (정당의) 공정함과 유능함을 본다. 도덕성도 중요하겠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유능함이 중요하다.

젠더 이슈도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다. 특히 야당에서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젠더 이슈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박원순·오거돈 시장의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특히 오거돈 시장의 피해자는 직접 찾아가서 만날 계획도 있다. (만나서) 사과하고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 (야권에서 주장하는) 여가부 폐지나 여성할당제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시도당 광역자치단체장 연석회의를 한 적이 있는데 17명 전원이 남자더라.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안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 상층부는 압도적으로 남자가 더 많다. 실국장 회의, 당정회의를 해보면 여성 국장 찾기가 어렵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을 위해 배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걸 제로섬 게임으로 대립시키는 건 옳지 않다. 여전히 남성과 여성 간 임금 격차도 크고, 업종에 따른 진입장벽 제약 같은 것도 남아 있다. 그렇게 여성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고, 무엇보다 (성별과 관계없이) ‘청년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본다.

안산 선수의 ‘숏컷 논란’은 어떻게 봤나?

‘택도 아닌’ 소리로 이슈를 키웠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 안산 선수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서(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7월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선수를 언급하며 “이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 대변인이라는 자리가 수많은 정무적 판단과 정보가 쌓여야 가능한데, 당 밖에서 일반 사회생활을 하던 분을 토론 배틀을 통해 대변인으로 뽑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이런 일이 또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8월5일 송영길 대표가 서울 양재동 한 마트에 방문해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내년 대선에서 가장 민감한 어젠다는 아무래도 부동산 가격 급등 문제라고 보아야 하나?

그렇다. 돈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가격이 오른 것도 기가 막히는데, 전세금마저 올려달라고 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나도 2억4000만원짜리 전세에 살고 있는데, 조만간 전세금을 올려줘야 할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이야 돈을 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일반 서민들은 그 목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으니 대출이라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신용등급에 따른 차별 없이, 보증금 대출을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이율(고정금리)로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준비 중이다. ‘누구나 보증’이라는 정책인데 이걸 활성화하겠다.

어쨌든 부동산 문제만은 민주당의 피할 수 없는 핸디캡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전에 주택 공급을 체계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당대표 취임 이후 추진한 ‘누구나집(집값의 6~16%만 내고,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내며 10년간 거주하다, 훗날 최초 입주 당시 분양가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도 그때(내년 대선)부터 공급되기 시작한다.

이 밖에 내년 대선에서 쟁점이 될 법한 이슈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대선에서 논의해야 할 가장 시급한 사회 현안은?

기후변화가 가장 큰 문제다. 우리가 지금 얘기하는 모든 논쟁을 무의미하게 만들 만큼 심각한 문제다. 내년 대선에서도 탈탄소 패러다임을 누가 선도해서 끌고 갈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에너지 이슈가 부각되면 야권에서 ‘무책임한 탈원전 프레임’을 씌우며 공격하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탈원전이 아니다. 정확히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지 않았나. 2024년에 (신고리 6호기가) 완공되면 이게 수명이 40년 정도 된다. 한 번 수명을 연장하면 20년 더 쓸 수 있고. 그럼 2080년까지 원전이 유지되는 셈이다. 이게 어떻게 탈원전인가, 더 추가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탈석탄, 탈가스다. 에너지 이슈가 등장하더라도 민주당 후보들이 꿀릴 게 없다. 야당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출마 선언하며 월성 1호기를 명분으로 삼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재생에너지를 크게 확대했지만 아직도 국제 기준에 못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프레임 싸움이 분명 벌어질 것이다. 우리가 처음에 이 문제의 프레임을 탈원전으로 가져간 것이 잘못되었다. 조정하겠다. 핵심은 에너지 전환이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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