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3일 한양대 인문관 앞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 학생 10여명과 이를 반대하는 중국인 유학생 50여명이 대치했다.ⓒ한양대 학생회 제공

정부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답방을 추진해왔다. 언젠가 정부 관계자가 한 중국 전문가에게 물었다. 시진핑의 한국 답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 전문가가 이런 답을 돌려줬다.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 오면 태극기 부대와 홍콩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좌파들이 광화문광장에 함께 서는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시사IN〉과 한국리서치가 기획한 ‘반중 정서 리포트’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앞선 전문가의 말처럼 반중 정서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으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세대론’이 등장하리라고 예측하지는 못했다. 2030 세대의 강력한 반중 정서는 뜻밖이었다. 여론조사 결과인 만큼 ‘핵심 팩트’로 받아들이면서도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자)’ 현상에 또 하나의 파편을 더하는 건 아닐까 개운치 않은 마음도 있었다.

조사 결과를 들고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중국 사회의 변동과 그로 인한 한·중 갈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학자다. “반중 정서가 짐작보다 훨씬 심각하다”라며 입을 연 그는 2030 세대의 반중 정서를 이해하려면 국내 대학의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부족에 허덕이는 국내 대학들이 그 해법으로 중국인 유학생을 대거 유치하면서 대학이 한·중 젊은 세대가 서로 반목하는 공간이 되어간다는 말이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인 유학생 수는 약 7만1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약 16만명)의 44%가량 된다. 한국 학생은 조별 과제 등에서 중국인 유학생과 억지로 섞여야 하는 수업 시스템에 불만이고, 중국인 유학생은 자신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학사관리에 실망한다. 이것이 대학 진학률 80% 시대 2030 반중 정서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했다. 이대로라면 국내 반중 정서는 물론 중국 젊은 세대의 ‘반한 정서’도 점점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세대론이 금과옥조의 진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애써 무시할 필요도 없다. 1990년대 X세대부터 최근 MZ 세대까지, 세대론의 등장은 결국 무언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국내 대학의 현실을 몰랐다면 2030 세대 반중 정서의 이유를 추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대론을 외면하지 않되, 그 현상들 아래 깔린 육중한 현실을 살펴야 한다. 세대를 둘러싼 저 무수한 이야기들은, 한국 사회라는 잠수함 속의 토끼인지도 모른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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