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을 종종 시켜 먹는다. 어느 날은 요즘 유행하는, 흐물거리는 달걀이 들어 있는 토스트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그런데 주문하지 않은 탄산음료가 딸려 왔다. 음료 뚜껑에는 큼지막한 별 모양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런 문구와 함께. ‘리뷰는 별다섯 ☆☆☆☆☆ 부탁드리옵니다!’
삼겹살을 시켰는데 역시 주문하지 않은 볶음김치가 ‘리뷰 이벤트’ 명목으로 딸려 왔다. 타코를 시켰더니 정성스러운 손글씨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어느 신문에서는 나쁜 리뷰를 지워달라고 고객 집 앞까지 찾아온 자영업자의 이야기를 읽었다. 바야흐로 ‘리뷰의 제국’이다.
‘배달의 민족’을 처음 만들 때 길거리 전단지를 그러모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배달 앱 리뷰로 인해 소비자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고, 자영업자는 소비자의 반응을 알 수 있게 된 것만 같다. 리뷰 이벤트 같은 일종의 ‘마케팅’도 가능해졌다. 모두가 윈윈인 아름다운 풍경일까.
서울 동작구의 한 김밥집에 새우튀김 3개를 시킨 고객은 그다음 날 새우튀김 3개 중 1개의 색깔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배달 주문을 중개한 앱 쿠팡이츠는 이 건으로 ‘사장님’에게 수차례 전화했다. 사장님은 전화를 받다가 쓰러졌고, 3주 뒤 숨졌다. 환불 요구 과정에서 해당 고객은 “개념 상실한 주인”이라는 문구와 함께 별점 1점을 남겼다고 MBC는 전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라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폭언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고객의 행위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한국 취업자 4명 중 1명은 자영업자다. 프랜차이즈 점주의 경우 가맹본사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배달 플랫폼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배달 플랫폼의 수익은 인공지능 개발자뿐 아니라 배달 라이더,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자영업자의 노동이 있기에 가능하다.
쿠팡이츠의 상담원은 쓰러진 사장님 대신 전화를 받은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동일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저희 사장님께 좀 전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쿠팡이츠는 보도 이후에야 고객 리뷰에 자영업자가 댓글을 다는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리뷰를 잘 쓰지 않는데, 다음에는 별 다섯 개를 꼭 남기려 한다. 오늘도 혼신의 힘을 다해 손글씨를 쓸 사장님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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