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1 라이더가 배달 콜을 받고 점주로부터 음식을 받아들고 있다.ⓒ시사IN 윤무영

서울 광진구에서 해물 요릿집을 운영하는 장 아무개씨가 앱 ‘배달의 민족(배민)’의 ‘배민1’(한 번에 한 집만 배달)에서 주문을 받았다. 고객이 지불한 매출금액은 3만6500원. 음식값 3만3000원에 ‘배달팁(고객이 내는 배달료)’ 3500원을 합한 액수다. 그런데 5일 뒤 장씨에게 입금된 금액은 2만6830원이었다. 왜?

배민1 기본형 요금제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점주는 주문 1건당 배달료 6000원(부가세 포함 6600원)을 내야 한다. 고객과 나눠서 낼 수 있는데, 이 경우 고객이 배달팁 3500원을 냈으니 장씨가 나머지 3100원을 낸 것이다.

또한 배달료 외에 ‘중개이용료’라 불리는 주문중개수수료가 음식값의 6.8% (부가세 포함 2468원)만큼 차감되었다. 고객이 음식을 많이 주문할수록 주문중개수수료도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배민 결제정산 시스템을 이용한 대가로서 나중에 카드사나 결제대행 업체, 배민 등으로 가는 ‘결제정산 수수료’가 주문 1건당 매출금액의 3%만큼 빠진다(장씨 같은 영세 자영업자는 매출금액의 1.5%, 부가세 포함 602원).

결국 매출금액 3만6500원에서 배달료 6600원, 주문중개수수료 2468원, 결제정산 수수료 602원 등 총 9670원이 차감되어 2만6830원이 된 것이다. “여기서 재료비 등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 특히 배달료가 너무 비싸다. 5000원일 때는 그래도 할 만했는데….” 장씨가 말했다.

배민1이 처음 출시된 2021년 6월, 점주가 내야 할 주문중개수수료는 음식값의 6.8%가 아니라 건당 1000원이었다. 음식값에 비례해 수수료가 커지는 ‘정률제’가 아니라 ‘정액제’였다. 배달료도 5000원(모두 부가세 별도)에 그쳤다. 그러나 이는 점주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한시적 프로모션(판촉)에 불과했다. 약 10개월 뒤인 지난 3월 배민은 요금제를 바꿨다. “프로모션을 계속해서는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무슨 말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배달 시장의 변화를 볼 필요가 있다. 과거 배달음식의 메뉴는 치킨·피자·중식 요리 등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이런 식당에서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 주문을 처리했다. 이게 달라졌다. 2010년 배민, 2012년 요기요가 등장하면서 종전에는 배달이 되지 않던 한식·일식·분식 등으로 배달음식의 범위가 넓어지고 배달 수요가 폭증했다. 이에 한 식당에 고용된 게 아니라 여러 식당의 배달을 대신 수행해주는 ‘배달 대행업체’가 생겨났다. 라이더들은 바로고·생각대로·부릉 등 배달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았다.

그런데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는 점심과 저녁으로 정해져 있다. 한정된 시간에 최대한 많은 배달을 마쳐야 한다. 이러다 보니 라이더들은 한 가게에 음식을 가지러 가서 배달을 마친 뒤 다른 가게 음식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여러 가게에서 음식을 받아 여러 고객의 집을 돌며 ‘묶음 배달’을 하기 시작했다. 배달을 한 번에 6~7건씩 처리하다 보니, 일찍 주문했는데도 40분 넘게 기다려 식은 음식을 받는 경우도 생겼다.

‘한 번에 한 집 배달’이 부른 갈등

2019년 5월 배달 시장에 뛰어든 쿠팡이츠는 바로 이런 소비자 불만을 파고들었다. ‘일편단심 한 집 배달’을 내걸고 한 번에 한 고객의 주문만 처리하는 ‘단건 배달’을 선보인 것이다. 그런데 특정 시간에 주문이 몰리는 배달의 특성상, 라이더가 한 번에 한 주문만 처리하도록 하려면 기본적으로 더 많은 라이더가 필요했다. 건당 수수료로 돈을 버는 라이더들은 되도록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배달을 하길 원한다. 이들을 ‘단건 배달’로 유인하려면 건당 수수료가 더 비싸야 했다.

2016년부터 인천에서 배달 대행업체 지점을 운영하는 강성원씨는 쿠팡이츠 등장 이후 변화를 이렇게 기억한다. “쿠팡에서 초기에 배달 기사를 모집하려고 건당 2만원씩 준다고 프로모션을 했다. 2020년 겨울쯤에 기사가 400명 있었는데 50% 이상이 쿠팡으로 이탈했다. 결국 우리도 건당 3000원이던 배달료를 지난해 3500원으로, 올해 4000원으로 올릴 수밖에 없었다.”

쿠팡이츠 단건 배달이 치고 올라오면서 배달 시장의 고객이 분산됐다. 쿠팡이츠 점유율이 서울 강남 3구에선 45%까지 늘어나 업계 1위 배민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추월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배민도 이에 질세라 2021년 6월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을 출시했다. 쿠팡이츠와 배민1이 점유율을 높여가며 서울과 수도권에서 단건 배달이 자리를 잡아갔다.

쿠팡이츠는 출시 당시 점주들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주문중개수수료 1000원, 배달료 5000원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후 출범한 배민1도 똑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3개월 단위로 프로모션을 8차례 연장하던 쿠팡이츠는 지난 2월 수수료 체계를 바꿨다. 기본요금제는 주문중개수수료 9.8%에 배달료 5400원이다. 역시 90일, 30일 단위로 프로모션을 수차례 연장하던 배민1도 쿠팡에 뒤이어 지난 3월 주문중개수수료 6.8%에 배달료 6000원을 기본형으로 하는 새 요금체계를 내놓았다.

문제는 배달료다. 점주와 고객이 주문 1건당 6000원의 배달료를 나눠 낸다고 해서 라이더가 매번 배달료 6000원을 받는 것이 아니다. 배달료 6000원이 배민 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입금되면, 우아한형제들이 자신의 배달 담당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에 외주용역비로 준다. 우아한청년들은 배민1 배달만 수행하는 ‘전업 라이더’ 4500명과, 일반인 부업 아르바이트로 알려진 ‘배민 커넥터’ 2만명에게 배달을 맡기고 건당 배달료를 지불한다. 주문이 별로 없는 시간대이거나 단거리라면 배달료가 3000~4000원에 그치지만, 주문이 몰리는 피크시간대이거나 장거리, 악천후 시의 배달료는 8000~1만2000원에서 최고 2만4000원에 이른다.

주문이 몰리지 않는 시간이나 단거리 주문의 배달료는 3000~4000원 수준인데도 왜 어떤 주문이든 6000원씩 점주와 고객이 나누어 부담해야 할까? 이에 대해 배민1 관계자는 “단건 배달 시장의 경우 주문 수요 대비 라이더 수가 부족해서 ‘라이더 모시기’ 프로모션 경쟁이 일반화되어 있다. 건별로 따지면 배달료가 6000원보다 낮은 경우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들어가는 실제 경비는 건당 7000원이다. 만약 이렇게 변동성이 큰 배달료를 점주에게 그대로 적용한다면, 예컨대 비 오는 날에는 건당 배달료 1만원을 점주와 고객이 나눠 내라고 한다면 오히려 점주들에게 불리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건 배민이 운영을 편하게 하려는 정책에 불과하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씨가 말했다. “배달료가 오른다고 해도 일시적으로 몰릴 때뿐이지 그런 상태가 지속되진 않는다. 라이더에게 3000~4000원 줄 때도 점주에게서 6000원을 미리 빼가서 나머지는 적립해놓고 다른 라이더에게 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배달료가 3000원이면 3000원, 6000원이면 6000원을 빼가는 게 맞다. 6000원이 넘어가면 배민 본사가 부담해야지, 회사 비용을 가게들에게 전가시키는 것 아닌가.”

이는 비단 배달료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점주들이 부담해야 할 부가세와 결제정산 수수료가 고객이 낸 배달팁을 포함한 매출금액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이러면 총배달료가 높아져 고객 배달팁이 높아질수록 점주들의 부가세 등 세금과 결제정산 수수료도 늘어난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월 기준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이 57.7%, 요기요 24.7%, 쿠팡이츠 17.5% 등이다. 배민 측은 높아진 점유율을 바탕으로 단건 배달 등에 이미 쏟은 비용을 회수하고 영업이익률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배달료 1000원 인상과 6.8% 주문중개수수료 도입은 그 일환이다. 점주들의 생각은 다르다. 경기도 용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이렇게 말했다. “배민이 처음 시장에 진출할 때 점주들에게 ‘수수료 0원’을 외치면서 가맹점을 모집한 것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이 크다.”

배민이 비판의 표적이 되는 이유

배민은 그동안 음식값의 10%가 넘는 주문중개수수료를 부과하는 요기요 등 다른 배달 앱과 달리, 월 8만8000원 정액제 광고 상품 ‘울트라콜’로 점유율을 높였다. 특정 주소를 정해 그 주소로부터 반경 1.5~3㎞ 고객에게 자신의 상호와 예상 배달 시간을 노출하는 방식이다. 가게 주소와 다른 주소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설정할 수 있다(이를 ‘깃발을 꽂는다’고 표현하는데, 10개씩 꽂는 경우도 흔하다). 기존 6.8%의 주문중개수수료도 어디까지나 앱 상단에 3개까지 무작위로 상호를 노출해주는 ‘오픈 리스트’라는 광고 상품을 통해 들어온 주문에만 해당됐다. 이번에 나온 배민1의 ‘6.8% 주문중개수수료’는, 비록 단건 배달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광고를 하지 않음에도 무조건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쿠팡이츠의 수수료율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배민이 비판의 표적이 되는 이유다.

배달 앱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 배달 앱의 각종 수수료율은 음식값의 약 30%에 달했다. 지난해 8월, 미국 뉴욕시 의회는 도어대시·그럽허브·우버이츠와 같은 배달 앱의 수수료 상한선을 정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르면 배달 앱이 점주에게서 받을 수 있는 배달 수수료는 음식값의 15%, 광고 수수료는 음식값의 5%를 넘을 수 없다.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한시적으로 적용된 규제를 영구화한 것이다. 프란시스코 모야 뉴욕시 의회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식당들을 희생시켜가며 수십억 달러짜리 회사와 그 투자자들이 더 부유해지게 하려고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에 앞선 지난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코로나19 기간 적용된 배달 수수료 15% 상한을 영구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배달 앱 업체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의 점주 단체들이 주목하는 해법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다. 배민 같은 플랫폼 업체가 점주에게 계약서를 작성해 교부하고, 계약이 변경될 때는 사전에 통지할 것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가 법안을 발의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규제 영역 다툼으로 흐지부지되었다. 윤석열 당선자는 플랫폼 문제에 대해서는 ‘자율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의 피자집 점주 김씨는 “자율 규제가 되었다면 이런 상황이 오지도 않았다. 프랜차이즈도 해봤지만 거기는 계약이 변경되면 미리 알려준다. 여기(배달 앱)는 계약서를 써본 적도 없다. 조건이 변경되면 통보할 뿐, 승인하지 않으면 가맹이 해지된다는 식이다. 상거래면 서로 협의해야 하는데 일방적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도어대시의 배달 기사가 주문을 받고 있다.ⓒEPA
도어대시는 음식 주문·결제·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AP Photo

단건 배달이 가져온 배달 시장 변화에서 흔히 라이더들이 ‘승자’로 지목되곤 한다. 업체와 점주, 고객은 비용이 늘었는데 라이더는 ‘연봉 1억원’을 번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주 70~80시간 정도의 엄청난 노동시간을 일하거나 피크타임·장거리·악천후 등 극단적 프로모션을 가정한 결과이지 일반적 사례가 아니다. ‘위드 코로나’ 이후 배달료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라이더들은 업체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이다. 산재·고용보험 정도만 가입되는데, 그나마도 ‘투잡’을 뛰는 라이더는 일정한 조건을 만족해야 산재 처리를 해준다. 이런 가운데 라이더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9일에는 서울 신논현역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배민1 배달을 수행하던 조 아무개씨(62)가 신호위반 택시에 치였다. 그는 사경을 헤매다 3월20일 숨졌다.

라이더들의 노조는 있다. 배민1 전업 라이더로 이뤄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와 독립 노조 ‘라이더유니온’이다. 이 노조들은 대형 플랫폼 업체나 지역 배달 대행업체와 단체교섭을 하기도 하지만, ‘배민 커넥터’나 ‘쿠팡이츠 파트너’ 같은 일반인 부업 라이더 대부분과 전국의 수많은 배달 대행 라이더 상당수는 아직 조직되지 못한 상태다. 숨진 조씨의 동료인 김문성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북부분회 부분회장은 “시간대에 따라 배달 단가가 심하게 차이 나니 피크시간대에 주문을 많이 처리하지 못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위험한 노동인 만큼 프로모션으로 과도한 동기부여를 하기보다는 시간대별로 안정적이고 고르게 배달료를 받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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