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6월10일 코로나19 백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오른쪽)와 이를 지켜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Photo

미국의 코로나19 백신접종률은 이르면 오는 7월에 70%를 넘겨 이른바 ‘집단면역’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런 성과를 발판으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코로나19 양성 진단 환자들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18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한 미국 정부는 확진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감염 초기에 동네 약국에서 간편하게 구입해 복용할 수 있는 알약 형태의 치료제 개발에 3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최종 임상시험에 돌입한 굴지의 제약사들이 올 연말까지 치료제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코로나19 치료제 시대’가 성큼 다가올 전망이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한때 하루 평균 20만여 명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6월 들어서는 1만5000명 이하로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6월21일 하루 확진자는 1만1000명, 병원 입원자는 1만7000명까지 떨어졌다. 백신접종이 그만큼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백신접종률을 살펴보면 6월 하순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65%에 해당하는 1억7730만명이 두 번 접종 중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체 접종 대상의 45%가 접종을 완료했다. 미국의 확진자 추세는 급감하고 있지만 누적 확진자는 3350만명을 넘어섰을 정도이므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백신접종이 대성공을 거뒀다는 게 미국 내의 지배적 견해다.

문제는 코로나19 백신과 달리 치료제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트럼프 전 행정부가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치료제 개발을 소홀히 했고, 그나마 치료제 개발 지원도 렘데시비르를 비롯한 일부 항바이러스 약품에 국한됐다. 그러다 지난 1월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항바이러스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대한 지원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예상대로 연방 보건부는 6월17일 국립보건원,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등과 함께 코로나19 및 미래에 등장할 수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 개발을 위한 ‘반팬데믹 항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32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가 개발한 렘데시비르가 유일하다. 이 치료제는 코로나19 증세로 의료기관에 입원한 12세 이상 어린이와 어른에게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된다. 원래 이 약은 출혈열의 일종으로 알려진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각광받았지만 코로나19 환자에게도 효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50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을 상대로 한 국제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1월 렘데시비르가 입원 환자들에게 “효과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라고 사용 반대 권고를 제시한 바 있다.

렘데시비르가 WHO로부터 사실상 퇴짜를 맞은 가운데 화이자, 머크 같은 굴지의 제약사들은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현재 임상시험 속도를 감안할 때 이들 치료제는 백신처럼 FDA 긴급승인과 함께 올 연말 이전에 시중 약국에서 판매될 것이 확실하다. 감염 초기의 확진자들이 알약 치료제를 복용해 상태 악화를 막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렘데시비르를 정맥주사가 아닌 알약 형태로 감염 초기의 환자들에게 투여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렘데시비르의 성분상 경구용이 아닌 정맥주사를 통해서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근본 한계다.

바이러스 복제 억제하는 항바이러스

2020년 6월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왼쪽) 특례수입을 결정했다. ⓒ연합뉴스

현재 치료제 개발에 한창인 대형 제약사로는 백신 개발로 성가를 높인 화이자를 비롯해 굴지의 제약사인 머크, 아테아 등을 꼽을 수 있다.

머크 사는 바이오제약사 리지백과 손을 잡고 MK-4482(성분 몰누피라비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미국 연방 보건부는 FDA 승인을 전제로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머크 사와 이 치료제 170만 정을 12억 달러에 선구매하기로 약정했다. 아테아 역시 알약 형태의 AT-527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현재 임상 3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 12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출시한 화이자도 지난 3월부터 ‘PF-07321332’로 알려진 알약 치료제 개발에 착수해 7월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회장은 최근 그리스에서 열린 경제포럼에 참가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을 만한 훌륭한 이유가 있다”라고 한껏 자신감을 드러낸 뒤 “이르면 올 연말 미국 FDA에 긴급승인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구용 치료제 개발도 백신 못지않게 난관이 많다. 백신은 일단 맞으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인체의 면역력을 만들어준다. 반면 현재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치료제는 이미 감염된 환자의 인체 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시키는 항바이러스다. 머크 사의 MK-4482, 아테아 사의 AT-527의 작동 원리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체 내 복제를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화이자의 PF-07321332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세포에 침투해 자기복제를 하는 과정에서 ‘프로테아제’라 불리는 효소의 발생을 억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치료제가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바이러스가 인체에 퍼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건강한 세포를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백신보다 치료제의 개발이 더 까다로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화이자, 머크, 아테아 등 알약 치료제 개발에 나선 제약사들이 최종 임상시험에 들어간 만큼 치료제 개발 전망은 밝은 편이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들 회사가 내놓게 될 알약 치료제의 대상은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가 아니다. 확진판정을 받았지만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감염 초기의 환자들이 주된 대상이다. 제약사들의 최종 임상시험의 대상도 감염 초기 환자들로 제한되어 있다. 이를테면 아테아 사는 알약 치료제 AT-527의 임상시험 대상을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지 5일 이내의 환자로 한정했다. 머크 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머크 사는 지난해 봄 항바이러스 성분의 몰누피라비르를 코로나19 입원 환자들에게 투여했지만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초기의 확진자들로 대상을 바꿔 임상시험을 재개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MK-4482이다. 머크 사는 늦어도 오는 10월까지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화이자의 치료제 대상도 감염 초기 확진자들이다. 미아켈 돌스텐 최고과학책임자는 로이터 통신에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크게 확산되지 않은 감염 초기에 확진자를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감염 초기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설령 경구용 치료제를 복용해 나름의 효과를 보더라도 이들의 병원 입원율이나 사망률이 얼마나 줄어들지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코로나19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다년간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연구해본 결과 처음부터 홈런을 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치료제 개발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말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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