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 York Times

키즈메키아 코벳(35)은 젊은 과학자다. 2014년부터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사스·메르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수행했다.

“2019년 12월31일이었죠. 새벽 6시에 그레이엄 박사한테 메일이 와 있더라고요. 우리한테는 흔한 일이잖아요(웃음). 중국 우한에서 호흡기 바이러스가 돌고 있으니 2020년을 준비하라는 내용이었어요.” 5월28일 프랜시스 콜린스 국립보건원장이 진행한 페이스북 라이브에서 코벳 박사는 코로나19에 대한 첫 기억을 이렇게 떠올렸다. 얼마 뒤인 2020년 1월10일 중국 과학자들에 의해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공개됐다. 인간을 감염시키는 7번째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이었다.

코벳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곧바로 ‘스파이크 단백질’에 주목했다. 수년간 사스와 메르스를 연구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백신의 타깃 부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에 돌기처럼 돋아난 부분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백신리서치센터의 코로나바이러스팀은 100일 안에 후보 물질 개발과 동물실험을 마치고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은 빨라도 1년 이상 걸리던 과정이다.

NIAID 연구팀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 mRNA-1273은 2020년 3월16일 임상 1상에 돌입했다. 연구에 착수한 지 66일 만이었다. 같은 해 11월 임상 3상에서 94.5%의 효능이 확인된 mRNA-1273은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역사상 두 번째로 상용화된 mRNA 백신이 되었다. 대중에게는 ‘모더나’ 백신으로 알려져 있다.

CNN 인터뷰에서 코벳 박사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다는 책임감에 대해 말했다. “실수할 공간이 전혀 없다고 느꼈어요. 무척 어려웠죠. 왜냐하면 실수는 과학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일부이거든요.” 과학자를 꿈꾸던 시절에 대해서도 말했다. “과학 교과서에 있는 모든 내용이 누군가의 발견이라는 사실을 점차 알게 됐죠. 나도 교과서 속 한 줄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키즈메키아 코벳’이라는 이름이 과학사의 한 장면에 기록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는 2021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떠오르는 인물 100인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추천인은 NIAID 수장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 파우치 박사는 추천사에 “그의 연구는 10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호흡기 감염병 팬데믹을 종식시키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썼다.

코벳 박사는 흑인 과학자로서 ‘백신 헤지턴시(백신 거부 현상)’를 해소하는 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 의향은 인종별로 크게 차이가 나는데 흑인과 히스패닉은 일관되게 낮은 수치를 보인다. 6월 코벳 박사는 하버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더 많은 사람들을 접종으로 이끌려는 그의 노력은 보스턴에서도 계속될 예정이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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