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뉴스레터를 통해 노동법의 내용을 설명할 뿐 아니라 구독하는 사람들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고통당하거나 차별받은 사연을 익명으로 제보받는다. 주로 차별 사례가 많다.
우선 비정규직이라서 차별받고 있다는 사례다. 기간제(계약직) 노동자 또는 단시간 노동자(일주일 동안 정해진 노동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일주일 동안 정해진 노동시간에 비해 짧은 노동자)라는 이유로 아예 성과급 지급 대상이 되지 않거나 복리후생 명목의 선물 또는 명절수당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 등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사용자는 기간제 노동자라는 이유로 또는 단시간 노동자라는 이유로 그 사업장에서 같거나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등 다른 노동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적 처우가 발생했다면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을 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에서 차별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는데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다. 만약 회사가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그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결혼도 하셨고 아이도 있는데 왜…”
다음은 성차별이다. 신문사에서 근태가 좋지 않은 남자 인턴이 무단결근을 해 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여자 인턴들이 나눠서 하는 일이 종종 생기는 것에 대해 회식 자리에서 이야기하던 중, 앞에 앉아 있던 부장이 갑자기 여자 인턴에게 “너랑 ○○랑 둘이 같이 공채 최종에 올라오면 나는 ○○를 뽑아. 기자는 남자가 해야 하는 일이거든”이라고 소리쳐서 너무 당황스러웠다는 사례, 대학원 연구실에 강사 자리가 들어오면 ‘아이가 있는 나이 든 남성 가장’에게 강사 순서가 돌아가게 되어서 우수한 논문으로 졸업했는데도 그 연구실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수 추천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례, IT 업체 면접을 보았는데 실무 면접에서 “결혼도 하셨고 아이도 있는데 왜 계속 일을 하시려고 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으며, 심지어 임원 면접에서는 “남편 직업이 뭐길래 여자가 계속 일하려고 하느냐” “(남편 직업을 듣고 난 후) 남편 직업이 불안정하니 일하셔야겠군요” “여자들은 대기업 레떼루(라벨)만 달고 싶어 하고 일은 잘 안 한다” “와서 업계 최초 여성 상무 뭐 그런 거라도 하고 싶으냐” 같은 발언을 들었다는 사례 등 다양하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성별,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것을 ‘차별’이라 정하고 모집과 채용, 임금과 임금 외 금품, 교육·배치와 승진, 정년·퇴직과 해고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사업주가 차별을 했다는 것이 인정되면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내년 5월부터는 이러한 차별에 대해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에서 차별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는데도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2007년에,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1988년부터 시행되었음에도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차별과 성차별은 여전히 너무나 만연해 있다. 그러니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학력이나 지역 출신,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을 받는 사람’은 얼마나 더 많을지 알 수 없다. 이것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청원하는 시민들의 숫자가 10만명이 넘은 이유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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