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트랜스젠더 정치인 임푸른씨가 평소 선호하는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지나치게 여성스럽거나 남성스럽지 않은 옷을 선호한다.

한참 동안 옷방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던 임푸른씨(37)가 원피스 하나를 찾아냈다. 평소 지나치게 여성스럽거나 남성스럽지 않은 스타일의 옷을 선호하는 그였다. 다른 트랜스젠더들과 마찬가지로 임씨 역시 자유롭게 외모를 가꾸고 드러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신체적으로 이차성징이 뚜렷하게 오지 않음을 자각했던 10대에는 남자 교복이 불편하다고 여기며 살았다. 20대부터 서서히 여자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자신을 ‘크로스 드레서’ 정도로 생각했다. 호르몬 치료를 받거나 성별 정정을 위한 수술을 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감정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현재 자신을 이분법적 성별에 속하지 않는 ‘논바이너리(Non-binary) 트랜스젠더’로 소개하는 임씨는 이제 한국의 ‘유일한’ 트랜스젠더 정치인이다. 그와 같은 길을 걸었던 김기홍씨는 지난 2월2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씨는 곧바로 제주도에 차려진 빈소에 다녀왔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또 한 명의 트랜스젠더가 세상을 떠났다.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부고 소식을 접한 그는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의 빈소에 다녀올 힘이 도무지 나지 않았다.

성소수자 안에서도 말 그대로 ‘소수’인 트랜스젠더들은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과 다른 겉모습 때문에 사회에서 쉽게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는 일도, 동료로 인정받는 일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대학 전공을 살려 3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한 임씨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퇴사 후 재취업을 위한 면접에서 법적 성별과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번번이 탈락했다. 차별은 일상이었다. 임씨는 성소수자끼리 조직된 단체활동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정치 영역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가시화하고 세력을 넓히기로 마음먹었다.

2017년, 유일하게 성소수자위원회가 있는 정의당 당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에서 상근자로 일하며 당시 충남도당에 없던 성소수자위원회를 만들고 충남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으니 그의 업무능력이 부각됐다. 임씨는 2020년 총선 당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다. 성소수자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스로 다음 성소수자 정치인을 위해 길을 닦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자신이 선택한 성정체성을 드러낸 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치를 통해 하나씩 바꿔나갈 예정이다. 

ⓒ시사IN 신선영임푸른씨의 옷방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옷이 빼곡하다.
ⓒ시사IN 신선영3월15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푸른씨(뒤 가운데)가 유튜브 영상을 만들기 위해 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임푸른씨의 주민등록증 뒷번호는 1로 시작한다. 일상에서 오해와 불편을 줄이기 위해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
ⓒ시사IN 신선영3월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 추모 행동에참석한 임푸른씨.
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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