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이스트들이 노조 만든 이유
  • 전혜원 기자
  • 호수 652
  • 승인 2020.03.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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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윤무영

문신은 한때 조직폭력배의 상징으로 쓰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깨에 고양이, 쇄골에 복숭아, 발등에 펭귄, 골반에 범고래…. 상상할 수 없이 작고 귀엽고 감각적인 ‘타투’가 인기다. 한국에서 타투를 시술받은 인구는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문신은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수 있는 의료 행위’라는 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 비의료인 타투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1만~2만명에 이르는 타투이스트(문신사)들은 종종 시술 뒤 ‘신고하겠다’며 금액 협상을 시도하는 고객의 협박에 시달린다. 단속 때문에 고민하다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다.

타투이스트들이 목소리를 냈지만 번번이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노동조합이다. 2월27일 타투이스트들의 노동조합 ‘타투유니온(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유니온지회)’이 출범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인데 왜 노동조합을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 김도윤 지회장(40)은 “우리도 노동을 하고 있으니까요”라고 답했다. “고용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교섭할 대상이 없다고 해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타투이스트는 그림을 사람 살에 옮기는 일로 수입을 얻는 노동자이고, 노동조합은 유일하게 헌법이 권리를 보장하는 이익집단이다. 나와 우리의 삶이 나아지는 데 노동조합이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다.”

타투유니온의 첫 번째 목표는 타투이스트의 ‘일반 직업화’다. 전 세계에서 타투를 의료 행위로 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인데, 지난해에는 일본에서도 “타투는 의사의 업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김 지회장에 따르면 ‘코리안 타투’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한국 타투는 전 세계 타투 유행의 최전선에 있다. 배우 브래드 피트, 한예슬 등 국내외 유명인이 김 지회장의 고객이다. 2015년 고용노동부는 정부가 육성할 ‘신직업’ 중 하나로 타투이스트를 꼽았다. “타투이스트가 일반 직업이 되면 작업자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안전한 공간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대법원 판례가 타투의 부작용이나 바늘로 인한 감염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모든 타투이스트에게 의사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법의 틀 안에서 정확한 감염관리 지침을 만들어 보급하는 편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낫다고 타투유니온은 본다.

타투유니온은 현재 의료계와 협업해 자체적인 위생 및 감염관리 지침을 만들고 있다. “아파서 일을 못하면 끝”인 조합원들을 위해 건강검진을 추진한다. 법률 보호를 지원하며, 자율적인 노동시간 가이드라인도 만들 예정이다. “노동의 개념도 이전의 제조업 중심을 넘어서 확장되어야 한다. 우리가 잘해서 성공하면 ‘첫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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