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

직원이 1~4명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을 적용받지 못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될 수 있고(제23조), 법정 노동시간이 적용되지 않으며(제50조), 연장·야간·휴일 근무를 해도 추가수당을 받을 수 없다(제56조). 연차 유급휴가도 없다(제60조). 1998년 이후 변함없는 사실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2014년 기준 전체 사업체의 69.8%(131만3892곳)이고, 여기서 일하는 이들은 전체 노동자의 19.2%(359만6000명)에 달한다(고용노동부, 〈4인 이하 사업장 실태조사〉, 2016). 2018년 기준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0.1%에 불과하다.

근로기준법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비영리단체가 있다.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unioncraft.kr, 이하 권유하다)’이다. 이 단체 대표는 쌍용자동차 해고자 출신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다. 2015년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18년 가석방된 뒤, 최근 특별사면을 받았다. 조직노동의 최정점에 있던 한 전 위원장은 감옥에 있으면서 노동조합 바깥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 지난 노동운동을 돌아보게 되었고, 미조직 노동자를 위한 운동에 헌신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가 수감 생활을 하며 모은 영치금을 종잣돈으로 내놓았고 121명이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해 지난해 10월 ‘권유하다’가 출범했다. ‘주춧돌 기금’도 모으고 있다(온라인 후원은 2월10일까지 socialfunch.org/unioncraft에서 가능하다).

‘권유하다’는 전태일 50주기이자 제21대 총선이 있는 올해 본격 활동에 나선다. 입춘인 2월4일 '권리찾기유니온'을 개통하는 게 그 시작이다. 취약 노동자들이 채팅방이나 게시판, 제보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모바일 페이지를 공개한다. 근로기준법을 피하려 직원을 프리랜서로 위장하거나 사업체를 복수로 쪼개는, 이른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고발 운동도 시작한다.

1999년과 2019년, 헌법재판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핵심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것을 ‘합헌’이라 결정했다. ‘영세 사업장의 경제적·행정적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 2018년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정진우(51) ‘권유하다’ 집행위원장은 “노조를 접할 기회가 없거나 노조의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단결하며 권리를 찾아가는 ‘운동장’이 되려 한다. 역시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에서 배제된 초단시간 노동자나, 노동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권리를 빼앗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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