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할렐루야!” 자한당 버팀목 개신교?
  • 이상원 기자
  • 호수 638
  • 승인 2019.12.0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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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하던 현장 분위기는 종교색이 짙었다. 종교로 뭉친 단식 지지 세력은 예상보다 거칠고 끈끈했다. 전광훈 목사의 ‘활약’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시사IN 이명익지난 11월22일 단식 농성 3일째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모습.

11월20일 단식을 시작하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한민국을 구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꼽은 안건은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이었다. 다른 효과도 기대했으리라는 추측이 나왔다. 당분간 당내 혁신 목소리를 누르고, 보수 세력 내 입지를 다잡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반응을 지켜봤다. 종교로 뭉친 지지 세력은 예상보다 더 거칠고 끈끈해 보였다.

단식 장소인 청와대 사랑채 앞은 매일 소란스러웠다. 황 대표는 입을 열거나 움직이는 일이 드물었다. 그를 둘러싼 인파가 끊임없이 큰 소리를 냈다. 단식 장소 반경 10m의 울타리 너머에서, 지지자들은 “황교안!”을 연호했다. 주기적으로 나오는 ‘지소미아 파기’ ‘공수처 설치’ ‘연동형 비례제’ 선창에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매일 아침 일찍부터 늦은 밤까지 울타리 근처에는 30~50여 명이 있었다. 당 안팎 관계자나 정부 인사가 현장에 오면 흩어진 인원들이 일제히 합류해 2~3배로 늘었다.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50~60대로 보였고 여성이 더 많았다. 별다른 사건이 없을 때 이들은 옆 사람을 붙잡고 시국을 성토했다. 대체로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바는 대한민국 공산화였다. 스스로 ‘탈북민’이라고 밝힌 이는 “나는 김정은이 밑에서 살아본 사람이다. 문재인은 빨갱이가 확실하다. 내가 안다”라고 말했다. ‘독립유공자의 며느리’를 자처한 어떤 이는 “우파는 너무 점잖아서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욕은 하지 말자’는 말에 한 대꾸였다.

단식 4일째까지 황교안 대표는 앉아 있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담요를 덮었다. 주로 작은 탁상 위에 놓인 문서를 읽고, 당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대화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 가면 당 관계자가 막았다. 지지자들이 큰 소리로 응원하거나 이름을 부르면 이따금 목례를 했다. 방문객이 오지 않으면 거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11월22일 그가 급한 몸짓으로 일어난 뒤 맞이한 이들이 있었다. 북한에 억류되어 2017년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모였다. 웜비어 부부는 황 대표에게 “당신이 매우 자랑스럽다” “당신은 영웅이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 지지자들은 웜비어 부부를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반면 청와대나 여당 인사들이 방문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퍼졌고, 이름 석 자가 나오자마자 즉각 욕설이 들렸다. 11월22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11월2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장에 머무르는 내내 욕을 들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방문객을 향한 함성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기점 중 하나는 단식 5일째, 황교안 대표가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상황을 취재할 수 없게 된 기자들은 방문객에게 대화 내용과 황 대표의 상태를 물었다. 질의응답을 하는 동안 황 대표 지지자들은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거나 욕설을 내뱉었다. 정작 질의응답 내용이 함성에 파묻혀 지근거리가 아니면 듣기 어려웠다.

ⓒ시사IN 신선영황교안 대표가 농성하던 장소 인근에서 장기 집회 중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회원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소식에 ‘함성’

소리뿐만 아니라 구호 내용도 점차 바뀌어갔다. ‘황교안 개인’에 대한 응원이 늘었다. 단식 3일째인 11월22일 저녁 묘한 상황이 있었다. 청와대가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밝힌 뒤 마이크를 잡은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산 하나를 넘었다. 황 대표가 목숨을 걸고 단식을 통해 공수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겠다고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인파 여기저기에서 “와!” 하는 환호성과 함께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단식을 계속한다는 발표가 기뻐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며칠 뒤 황 대표가 자리에 눕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면서부터 ‘감사하다’는 소리보다 걱정하는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렸다. 텐트를 향해 “사랑합니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울먹이는 사람이 나왔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자 “황교안”과 “홍준표”를 연호하는 외침이 경쟁하듯 퍼졌다. 이날 홍 전 대표는 “정치라는 게 결국 협상이다. (…) ‘하나(공수처법) 내어주고 선거법은 정상적으로 협의하는 게 맞다’고 말씀드렸다”라고 말했다.

단식 현장에는 유튜버들이 많았다. 이들은 ‘셀카봉’에 스마트폰을 꽂고 보조배터리까지 연결한 채 분주히 청와대 사랑채 앞을 누볐다. 황 대표의 텐트 앞 역시 삼각대에 놓인 유튜버들의 스마트폰으로 상시 촬영됐다. 경찰은 황 대표의 텐트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기자나 정당 관계자 등만 오가도록 했는데, 일부 유튜버는 출입이 제지당하자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여당 정치인이나 청와대 관계자가 오면 몇몇 유튜버들은 욕설을 하며 셀카봉을 들고 쫓아갔다. “KBS 말고 유튜브(또는 구체적인 채널 이름) 봅시다”는 군중 속에서 자주 나오는 구호 중 하나였다.

현장 분위기는 종교색이 짙었다. 많은 이들이 주변 사람들 모두 개신교인이라는 전제하에 말했다. 예컨대 지소미아 종료 철회 속보가 전해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할렐루야” “하나님이 이겼다”라고 외쳤다. 황 대표의 ‘건강 악화’ 보도가 나온 뒤부터는 텐트 주변에서 찬송가를 불렀다. 현장을 지켜보던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이 대놓고는 말 못하고 ‘지소미아 걱정입니다’라고 한마디만 해주면 깨어 있는 성도들은 공산화를 걱정하는 넓은 뜻, 황 대표님께 가라는 뜻을 알아듣는다.”

게다가 청와대 사랑채 옆인 효자로에서는 10월3일부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노숙 집회 중이었다. 이들은 모두 주최 측이 제공한 하늘색 담요를 덮고 있었는데, 황교안 대표나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똑같은 담요를 썼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청와대 광야교회’라고 부르며,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이 ‘종교 탄압’을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종교 행사라고만 보기 어려웠다.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은 범투본 행사에 참석해 황교안 대표 지지를 노골적으로 독려했다. 11월26일 ‘오전예배’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문재인 악령을 이겼습니다!”라고 소리쳤다. 차명진 전 의원은 “황교안 할렐루야!”를 외치도록 했다. 한편 황 대표의 천막 주변에는 ‘목사님’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여럿 포진해 있었다. 범투본 총괄회장으로, 과거 막말 논란을 빚은 전광훈 목사는 특히 돋보였다(<시사IN> 제616호 ‘전광훈 목사의 일갈, 정치는 종교인이 해야’ 기사 참조). 전 목사는 단식 첫날 현장에 온 강기정 정무수석과 황 대표의 대화에 끼어든 뒤부터 꾸준히 황 대표 단식 현장에 출몰했다. 단식 8일째인 11월27일 황교안 대표와 40분간 대화한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건강 상태가 예상보다 좋으시더라. 나도 40일 금식을 해본 금식 전문가다. 저 정도면 상태가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 유튜브로 성경 틀어놓고 묵상하시라고 했다.” 약 12시간 뒤인 오후 11시 황교안 대표는 의식을 잃었다.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된 황 대표는 2시간 후 의식을 되찾았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다시 단식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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