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개혁의 큰 그림 속에서 검찰개혁 해야”
  • 장일호 기자
  • 호수 637
  • 승인 2019.12.0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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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법무·검찰개혁위 김남준 위원장(사진)은 “부족하더라도 공수처는 일단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건 배당 투명화와 정보수집 기능 폐지도 강조했다.
ⓒ시사IN 이명익

회의 시작 10분 전이었다. 한 기자로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사퇴 의사는 따로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언젠가 물러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예상했던 시점은 아니었다. 회의에 앞서 위원 한 명 한 명 의견을 물었다. 의외로 뜻은 쉽게 모아졌다. ‘장관 사퇴와 별개로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자.’ 조국 전 장관 개인이 아닌 법무부로부터 임명됐고 검찰개혁이 조 전 장관 거취보다 중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한 결과였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규정’(법무부 훈령 제1114호)에 의해 설치된 독립기구로 위원장과 위원 임기는 1년으로 정해져 있다.

9월30일 출범한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법무·검찰개혁위)는 김남준 위원장 표현에 따르면 “이런저런 고비가 상당히 많은 위원회”이다. 출범한 지 두 달, 법무·검찰개혁위의 권고안을 실행할 법무부 수장이 있었던 시간보다 없었던 시간이 더 길었다. 조 전 장관 사퇴로 검찰개혁 이슈가 뉴스에서 사라질 거라고는 예상했다. 다만 검찰개혁 필요성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언제든 새로운 장관이 온다면 법무·검찰개혁위의 권고안을 검토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법무·검찰개혁위는 대검찰청 등에 대한 감사원 정례 감사 제외 관행 폐지, 이의제기권 실질적 보장을 위한 관련 지침 개정, 사건 배당 절차 투명화, 대검찰청 등의 정보수집 기능 폐지 등 두 달 사이 모두 여덟 차례 권고안을 내놓았다.

김남준 위원장에게는 절박함이 있다. 검찰개혁이 어떻게 좌절되는지를 지난 세월 숱하게 목격해왔다.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2006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 보좌관을 지냈고, 2012년 대선 당시 법률지원단 활동으로 문재인 후보와 인연을 맺었다.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에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으로 활동하며 검찰개혁 관련 공약을 마련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시절 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맡은 데 이어, 현재는 2기를 이끌고 있다. 11월20일 법무법인 시민에서 김남준 위원장을 만났다.

법무부가 권고안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던데?

직무대행(김오수 차관) 체제라 그럴 거다. 장관이 있으면 권고안에 장관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아무래도 크다. 어떤 조직이든 가장 중요한 게 인사권인데, 그 부분이 불확실하다 보니 법무부 자체가 다소 약화된 느낌이 있다.

1기 법무·검찰개혁위와 2기의 차이는 무엇인가?

1기는 나를 포함해 전원 외부 위원이었다.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같은 입법 사항을 포함해 검찰 조직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권고를 많이 했고 중점도 그쪽이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검찰에 대한 외부 견제기구가 생기고,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면 아무래도 지금보다 더 검사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뀔 거다. 2기 위원 구성은 내가 많이 관여했는데, 검찰 안에서 발생하는 일은 나처럼 외부에 있는 사람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검사와 비검찰 공무원까지 포함해 전체 법무부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대통령령이나 법무부 훈령으로 신속하게 바꿀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 정권 초기부터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못했다는 게 안타깝다.

왜 못했을까?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된 일도 하고 있는데, 정권 초기부터 걱정이 많았다. 적폐 수사와 사법농단 수사가 너무 길어졌다. 검찰이 관련 수사를 하다 보니 개혁을 미룰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개혁이 화두라면 별도로 할 수 있는 일은 초기부터 했어야 한다.

검찰개혁은 역대 정부에서도 모두 용두사미로 끝났다. 언론과 인터뷰에서 “노무현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그 점이 제일 걱정된다. 정권 초기부터 조직을 만들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왜 안 됐을까? 국회를 어떻게 설득해나갈까에 대한 준비나 연구가 부족했던 것 같다. 검찰개혁은 그냥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예를 들면 중심이 있어야 한다. 참여정부 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그 역할을 했다. 적어도 그 정도 조정을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봤는데, 그런 조직이 안 보였다. 법무·검찰개혁위도 위원회이지만 이런 상향식 개혁 방식이 있으면 사개추위처럼 위에서 총괄하는 방식도 결합이 돼야 가능하다. 또 무슨 일을 언제 어떻게 한다는 시간표가 미리 나와 있어야 한다. 검찰개혁이 단순히 검찰만 개혁하는 게 아니라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나마 이만큼 온 것만 해도 다행이다.

권고안에 대한 검찰 쪽 반응은 어떤가?

11월4일 정보수집 기능을 폐지(6차 권고안)하라고 권고했는데 반발이 컸다고 들었다. 대검에서는 수사 목적의 정보수집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나. 문무일 전 검찰총장 때 범죄정보기획관실이 수사정보정책관실로 바뀌면서 40명 정도 되는 인원이 15명까지 줄었다. 이번에 자료를 받아보니까 어느새 34명까지 늘었더라. 수사기관은 수사만 하고, 정보기관은 정보만 하고, 기소기관은 기소만 해야 단계별로 통제가 되는데 검찰은 지금 어디서도 통제가 안 된다. 대검은 우리더러 ‘현실을 모른다’고 하던데, 사람이 늘어나면 역할을 하려 하고, 무리하다 보면 위험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외부(법무·검찰개혁위)에서는 내부(검찰)를 잘 모를 수 있지 않나?

검찰 내부를 잘 모를 수 있고, 맞지 않는 권고안을 낼 수도 있다. 그런데 검찰이 개혁할 의지가 있다면 반발할 게 아니라 조율해야 한다. 어떤 부분은 어렵지만, 어떤 부분은 다른 방식으로도 가능할 거라는 식으로 좋은 방향을 함께 찾아나가야 한다. 대검은 계속 ‘법무·검찰개혁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언론에 말한다. 우리가 모든 안이 다 수용될 거라는 의미로 권고하는 게 아니다. 다만 권고안 취지를 받아들여 지금보다는 훨씬 개혁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목적이다. 알면 너무 알아서 개혁을 못하고, 모르면 너무 몰라서 개혁을 못한다. 알고 모르는 부분을 조합해서 해나가야 한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월8일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평검사들 반응도 접하고 있나?

검사들 사이에 어떤 얘기가 나오나 들어보면 ‘우리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억울하다’는 정서가 있다. 이건 판사들도 마찬가지인데, 사법농단이 말도 안 되는 행동으로 보이지만 법원이라는 조직 안에서는 문제가 아니었다. 조직 내부 논리가 강할수록 국민 정서와 괴리된다. 결국 왜 외부 인사가 관여해 개혁을 해야 하는지 조직 스스로가 증명한다. 중이 제 머리 깎기 힘들다고 하지 않나. 시간이 지나면 내부에서도 좀 더 이해가 깊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검사 업무가 비정상적으로 많고 조직 문화도 경직돼 있다.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개혁이다.

가장 문제라고 느끼는 검찰 문화는 무엇인가?

상명하복이 굉장히 강하다. 인격적으로 종속돼 있는 수준이니까, 나처럼 밖에서 일하는 사람은 참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상명하복 문화가 있는 곳에서는 아무리 개인이 훌륭하고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종속될 수밖에 없다.

사건 배당 문제와도 관련 있다.

듣고 충격을 받은 이야기가 있는데, 지검장이나 차장검사 등이 마음에 안 드는 검사한테는 구속 사건을 한 달에 16건씩 몰아주기도 한다더라. 구속기간이 10일인데,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16건을 처리할 수 있나? 법원처럼 당장 컴퓨터를 이용한 무작위 방식으로 사건을 배당하자는 게 아니라 배당기준위원회를 만드는 식으로 틀을 짤 수도 있다. 법원도 절대 안 된다고 했던 게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정착되었다. 법무부에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검 쪽에서도 여러 개혁안을 쏟아내고 있다.

대검에서 나오는 개혁안을 보노라면 ‘진작 좀 하지’ 싶은 것들이 많다(웃음). 개혁을 하라고 하니까 외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대검 차원에서 공수처나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좀 더 전향적인 의견을 내고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면 좋겠다.

불완전하더라도 일단 공수처를 띄워야 한다고 보는가?

‘호랑이를 그렸더니 고양이가 돼서 왔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긴 했지만, 제도나 조직은 일단 한번 만들어지면 그 자체로 생명력을 발휘해 필요한 부분이 보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부족하더라도 공수처는 일단 만들어져야 한다. 출범하고 나면 국민들도 어떤 점이 부족한지 인식할 수 있고, 그러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검찰 출신 국회의원들의 우려가 장기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다. 공수처도 권력기관이고 위험할 수도 있다. 결국 그 사회에 맞는 수준의 개혁이라는 게 있고, 단계가 필요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경찰 수사력이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검찰의 부패·선거·금융 등 상당부분 수사권을 인정했다. 그동안은 검찰 권한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수사와 기소가 정확히 분리되고 각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공수처가 언젠가 필요 없어지는 날도 올 것이다. 그건 또 그때의 문제다. 분명한 건 공수처 신설은 진영 문제가 아니다. 공수처가 생기면 집권세력이 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야당이 반대할 명분이 크게 없다. 국회에 제출된 공수처 설치 법안을 보면 야당이 반대하는 사람은 공수처장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닌 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20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조국 대란’과 관련해 “검찰개혁 필요성을 알린 계기”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진영 논리가 강한 나라다.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를 보면 조국 전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검찰개혁을 지지하기 위해 나온 이들도 분명 있다. 이른바 보수로 분류되는 이들 가운데 검찰개혁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다. 조국 전 장관 수사를 보며 ‘검찰 권력이 이렇게 강하구나’라고 국민들이 체감한 거 같다. ‘내 문제가 된다면?’ 하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검찰개혁이 부각된 게 아닌가 싶다. 이런 계기가 아니라면 일상에서 검찰개혁 문제를 피부로 느끼는 일이 얼마나 되겠나. 가만 보면 이제는 정치검찰이라는 말도 틀린 것 같다. 정치검찰이라는 말 속에는 정치가 검찰을 조종하기 때문에 검찰이 정치화될 수밖에 없다, 즉 알고 보면 검찰이 피해를 보는 거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지금은 단순히 정치검찰이 조직 안에서 출세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조직 자체의 이익을 가지고 정치를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정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검찰보고사무규칙’(보고규칙·법무부령) 개정과 관련해 논란이 있다고 들었다. 검사 출신이 법무부 장관이었으면 보고규칙과 관계없이 하나도 남김없이 보고하지 않았을까(웃음). 민주적 통제라는 건 어려운 부분이다. 주요하게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관련되는데, 우선 선출된 권력이 임명한 장관이기에 관료를 통제할 권력이 있다. 하지만 선출된 권력일지라도 정파적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래서 수사를 통제할까 우려하는데, 결국은 균형점을 어떻게 찾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이걸 장관에게 초점을 맞춰, 장관이 보고받는 자체를 문제 삼는 건 곤란하다. 선출된 권력이 관료와 수사를 통제하는 건 필요한 일이고,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면 결국 나중에 선거라는 정치 과정을 통해서 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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