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으로 가는 까다로운 실험 시작
  • 장일호 기자
  • 호수 631
  • 승인 2019.10.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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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만으로 검찰개혁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입법 외 영역에서 검찰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대한 방안이 공개됐다. 정권이 바뀌면 역진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해 추진해야 하는 방안이다.
ⓒ시사IN 이명익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월8일 검찰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셀프’로 굴러가는 조직이다. 형사사법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권한인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검사는 수사를 한 다음 피의자를 재판에 회부할 수도 있고 회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기소편의주의라고 한다. 사실상 재판 절차를 제외한 형사사법 절차를 검찰이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권력을 분산하는 내용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현재 패스스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라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입법만으로 검찰개혁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사실상 법무부 내 인사·예산·감찰 등 주요 자리마다 진출한 검사들은 검찰 권력과 영향력을 스스로 확대해왔다. 이처럼 비(非)입법 영역에서 검찰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대한 방안이 10월8일 일부 공개됐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조국 법무부 장관은 이날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특수부를 반부패수사부로 명칭을 바꾼 뒤 3곳만 남겨두고 폐지하는 방안, 별건 수사와 심야 조사를 금지하는 인권보호준칙 제정 등으로 지난 10월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발표한 개혁안을 대폭 수용한 내용이었다.

눈길을 끈 건 감찰 강화 부분이다. 그동안 법무부는 검사 비위가 발생한 경우 1차적으로 검찰에서 감찰을 진행하고, 예외적인 경우 2차적으로 법무부 감찰을 실시하는 형태로 운영돼왔다. 검사 비위를 검찰이 직접 감찰하다 보니 ‘제 식구 감싸기’ 의혹과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조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무부 감찰 역량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검찰의 1차 감찰권을 폐지할 수는 없지만, 2차 감찰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1차 감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무부 훈령(법무부 감찰규정)을 바꾸라는 내용은 10월7일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조 장관에게 권고한 ‘4대 개혁 기조’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인사와 감찰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4대 개혁 기조는 입법 외의 방법으로 검찰을 통제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법무부 및 여러 국가기관에 진출해 있는 검사들을 일선 검찰청으로 최대한 돌려보내 검찰 조직 운영을 ‘정상화’하라는 내용이다. 특히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과 기획조정실 부서장과 부서원이 검사들로 채워져 있는 점을 주요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보았다. 이들이 검찰 수뇌부 의중을 반영해 사실상 ‘셀프 인사’ ‘셀프 예산’을 해왔다는 문제의식이다.

밉보인 검사에겐 ‘깡치 사건’ 배당

검찰 내 사건 배당 문제 역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았다. 컴퓨터로 무작위 사건 배당을 하는 법원과 달리 차장검사가 ‘손으로’ 사건을 배당하는 관행은 검사들이 상명하복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주요 원인이었다. 상부에 밉보인 검사에게 이른바 ‘깡치 사건(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을 수십, 수백 건 맡겨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반면 ‘귀족 검사’에게는 상대적으로 쉬운 사건을 배당해 경력을 관리해준다는 의심도 샀다.

한국 사회는 법무부의 외청인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이제까지 한 번도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행정부에 의한 통제로 오해하기도 한다.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해 찍어냈던 일은 민주적 통제가 아니다. 입법 외의 영역에서 검찰개혁을 한다는 건 정권이 바뀌면 역진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해 설계되어야 한다.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입법보다 훨씬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실험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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