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35
  • 승인 2019.11.2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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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0
김용섭 지음, 부키 펴냄

“느슨한 연대라고 해서 관계를 포기하는 게 아니다. 다만 관계를 대하는 관점이 변한 것이다.”

거의 사회학 보고서다. 저자의 말마따나 결혼하는 사람보다 결혼 안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결혼하는 것이 비주류가 된다. 나이 든 기성세대마저 졸혼 등에 이끌리는 중이다. 결혼제도에 부과되던 강제성과 끈끈함 대신 자율성과 느슨함을 원하는 개인이 늘고 있다는 증거다. 직장에서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스포츠팀이지 가족이 아니다”라는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가 상징적이다.
‘느슨한 연대’를 키워드 삼아 조만간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메가트렌드를 가늠한 책. 수평적 연결에 기반한 ‘인싸’를 지향하면서 어느 순간 일본산 불매운동으로 뭉치는 등 ‘따로 또 같이’를 삶의 태도로 선택한 이들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테러블
이르사 데일리워드 지음, 김선형 옮김, 문학동네 펴냄

“그리고 하느님, 끔찍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열네 살 소녀 마샤 데일리워드는 뱃속에 아기 삼손을 품은 채 영국으로 건너왔다. 삼손의 동생이자 마샤의 딸인 이르사는 자신의 시집 첫 페이지를 ‘혼자 죽도록 겁에 질린 채’ 공항에 내렸을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쩐지 예술적인 분위기를 풍기던 젊은 시절 엄마의 모습은 곧 이르사의 모습이 되고, 그녀에게도 많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기억하기 싫은 일들이 따라다닌다. 악몽에 마냥 뒤쫓기던 그녀는 백미러를 통해 비로소 ‘테러블’했던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쏘아본다. 모델이며 배우이자 퀴어 활동가인 그녀가 스스로 출판한 첫 번째 시집 <뼈>도 함께 번역 출간됐다.

 

 

 

 

 

 

 

 

 

 

장애학의 도전
김도현 지음, 오월의봄 펴냄

“과연 이 학문들이 장애인의 삶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한국 장애인 두 명 중 한 명은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 이하였다(2017년 기준 10명 중 4명으로 상황은 20년 전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세계적으로도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 가능한 일인가, 통계 오류는 아닐까. 한번 붙잡은 질문은 좀체 해소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책에서도 저자가 지닌 질문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장애운동 영역으로 흘러들어간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보는 지점(point of view)이 아니라 보는 자리(position of view)가 바뀌면 우리는 또 다른 풍경을 만난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낯선 학문인 ‘장애학’에 대해 저자가 현장에서 활동하고 읽고 생각하고 깨달은 것을 정리해 내놓은 대답인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그 ‘자리’를 마련해준다.

 

 

 

 

 

 

 

 

 

 

맥주와 대포동
문성희 지음, 이용화 옮김, 논형 펴냄

“이제 ‘대동강 맥주’는 북한을 대표하는 상품의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책이 같은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저자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기자 출신. 20년간 <조선신보>에 몸담은 그는 평양 특파원을 두 번이나 했다. 하지만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일본인 납치를 인정하자 회의가 들었다. 그동안 자신이 쓴, 일본인 납치를 부정한 기사가 가짜 뉴스가 된 셈이었다. <조선신보>를 떠나 도쿄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평양 특파원 경험을 살려 북한 경제를 논문 주제로 삼았다. 문헌 탐구에 그치지 않고 북한을 다시 방문해 1~2개월간 머물며 ‘취재’했다. 책에는 평양시 낙랑구역 통일거리 종합시장 등 북한 경제의 현장이 담겼다. 현재 <슈칸 긴요비> 기자인 저자는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모비딕 펴냄

“칙칙하고 어두운 반생이었다.”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기록한 일종의 자서전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일터를 떠돌며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타고난 문재에도 불구하고 진학하지 못한 채 학력 차별과 생활고에 짓눌리면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실로 눈물겹다. 마쓰모토의 대표적 단편소설들에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재기 넘치지만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채 비극적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델은 작가 자신이었던 셈이다. 마흔 살 넘어 문단에 데뷔한 뒤 장편 100여 편과 중단편 350여 편 등 무려 750여 권의 저서를 출간한 마쓰모토의 고난과 수련의 기록이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옮김, 창비 펴냄

“마구잡이로 그냥 읽어 내리기만 한다면 하루에 백번 천번을 읽어도 읽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1979년 초판이 나왔고 이번이 제5판이다. 서간문은 비교적 독자와 목적이 분명하게 설정된 글의 양식이다. 수신인 외의 다른 독자들에게 유의미하기 어렵고, 편지가 쓰인 당시를 벗어나 큰 가치를 지니기 힘들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1800년대 다산 정약용이 전라도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며 아들들과 형, 제자에게 보낸 서간문을 엮은 책이다. 200년도 더 전에 쓰인 사적인 편지가 오늘날까지, 그것도 40년 동안 스테디셀러를 유지하며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지에는 학문이 생활에 스며들고, 동시에 생활이 스며든 학문을 추구하는 다산의 ‘지식인’상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우리 사회가 지금 부족하고 갈망하는 것이 그런 지식인 모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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