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대상은 고등학생이었다. 무료 강연이었다. 학교장 추천을 받기도 했고 개별 신청도 받았다. 고등학생 200여 명이 수강하다 보니 일일이 출석을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아침에 얼굴만 비치고 다른 데로 새는 학생도 있었다. 친구가 대리 출석을 하기도 했다. 온종일 출석만 체크할 수도 없었다. 문제는 참가자들에게 ‘수료증’을 보내주어야 했다. 난감했다. 결국 신청자 전원에게 수료증을 보냈다. 출석하지 않은 학생도 수료증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시사IN〉이 사회 환원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미국 대학 한인학생회와 함께하는 리더십 포럼’을 담당했을 때 일이다. 개중에는 수료증을 대학 입시 스펙으로 활용한 학생도 있었을 것이다. 그 학생 중에 조국 전 장관의 자녀가 있었다면? 검찰 특수부 논리대로라면 나는 꼼짝없이 사문서 위조 공범이 된다.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이 이겼다. 검찰 수사 성패는 보통 ‘3라운드’로 나눌 수 있다. 구속영장 청구, 기소, 그리고 판결이다. 특수통들은 제1라운드(구속영장)와 2라운드(기소)만 주로 신경 쓴다. 특수부가 수사했는데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는다? 발부될 만큼 수사를 확대해 재청구한다. 신병을 확보한 뒤 구속 상태에서 기소한다. 법조 출입기자들의 관심은 이 2라운드까지다. 가장 중요한 3라운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그래서인지 언론이 ‘칼잡이’로 포장한 이들을 보면 실제 무죄율은 높은 경우가 많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표현을 빌리면, ‘쿨하게 사건을 처리했다’는 이명박 정부 때를 따져보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최고의 칼잡이들이 모였다는 당시 대검 중수부 사건의 1심 무죄율이 9.6%였다. 같은 기간 일반 사건 무죄율 0.36%보다 26.7배가 높았다(2012년 서영교 의원 국감 자료).
조국 수사의 1라운드 승리 이면도 살펴보자. 검사 25명 이상을 포함해 검사와 수사진 100여 명을 투입해 7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58일간 수사했다. 조국 전 장관의 딸에 대한 유엔 인턴십 활동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참고인이었던 활동가를 피의자 대하듯 조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렇게 해서 ‘검찰총장 1호 수사’의 1라운드가 검찰 승리로 끝났다. 여전히 법률가들 사이에 과잉 수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선출되지 못한 검찰 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의식도 커졌다. 결국 이번 수사는 그들만의 승리일 수 있다.
수사에 대한 비판은 성역이 없다. 요즘 부쩍 대검 대변인 보도자료가 자주 나온다. 유튜버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반박하고,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에도 총장 의중이라며 적극 해명한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의 검찰 전관예우 의혹 발언엔 근거를 제시하라고 한다. 차라리 검찰총장이 직접 유튜브 방송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게 차라리 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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