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검찰국가’ 꿈꾸나
  • 김인회 (변호사·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호수 630
  • 승인 2019.10.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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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검찰개혁을 구상했던 김인회 교수의 글을 싣는다. 김 교수는 검찰의 정치 성향을 불식시키고, 수사방법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개혁에도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연합뉴스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7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이 궁금한 이들이라면 꼭 집어 드는 책이 있다.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 저자들은 검찰이 수사기관이자 공소 기관으로 수사의 시작, 수사방법 선택, 구속영장 청구, 기소 여부 선택, 공판 진행 등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데 공감한다. 두 저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검찰개혁 방안으로 제안한다(<시사IN> 제505호 ‘대한민국 물음에 책으로 답하다’ 기사 참조).

그런 부담감이었을까? 최근 김인회 교수는 ‘조국 대란’ ‘검찰개혁’과 관련한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언급 자체를 삼갔다. “갈등이 심각하고 그 갈등의 와중에 뛰어드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김 교수는 어렵게 <시사IN>의 기고 요청을 받아들였다.

검찰개혁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서초동 집회’는 검찰개혁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 조국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의 요구에 답해야 할 책무를 지게 되었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 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일부이기는 하지만 즉시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도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6개월 동안 지지부진했던 검찰개혁이 이제야 겨우 시작되는 느낌이다.

현재 시민들은 절박하게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시대와 시민의 절박한 요구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검찰의 정치 경향성을 완전히 불식시켜야 한다. 최근 검찰이 ‘정치검찰’을 넘어 ‘검찰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났다. 검찰국가란 검찰이 내각, 장관 임명권까지 가져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그동안 정치검찰 2단계까지만 나아갔다. 첫 단계는 정치권력의 하수인 단계였다. 고전적인 의미의 정치검찰이다. 두 번째 단계는 정치권력과 함께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다. 국정농단의 중심에 검찰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반영한다. 이번 사태로 검찰은 세 번째 단계, 즉 검찰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즉 장관 임명권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내각 구성권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검찰의 행태는 ‘군인국가’를 꿈꾸었던 일본의 예를 생각나게 한다. 일본이 패망 이전 내각의 구성원인 육군대신(장관), 해군대신(장관)을 현역군인으로 임명하는 제도가 있었다. 1936년 히로타 내각에서 부활시킨 제도인데, 이것은 일본 내각이 군부의 영향을 직접 받도록 만들었다. 군부는 내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육군대신, 해군대신을 임명하지 않아 내각 구성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내각은 군부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이 제도를 계기로 일본은 군인의 나라가 되었다. 그 결과는 태평양전쟁, 제2차 세계대전, 일본의 패망이었다.

검찰개혁 넘어 사회개혁으로 가야

민주주의로 무장한 시민들이 최근 검찰의 행태에 주목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군인국가를 청산했더니 이제 검찰국가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겨났다. 검찰은 이러한 의혹을 빨리 불식시켜야 한다. 이러한 의문은 장관을 둘러싼 가혹한 수사로 깊어지고 있다.

ⓒ연합뉴스2011년 12월7일 ‘검찰개혁 정치 콘서트’에 나선 김인회 교수(가운데).

둘째, 검찰개혁이 제도개혁을 넘어 수사방법 개혁까지 나아갔다. 그동안 검찰개혁은 제도개혁이 중심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 제도개혁에 중점이 있었다. 제도개혁이 되면 그 효과는 사방팔방으로 퍼지기 마련이다. 검찰 수사방법의 변화 역시 제도개혁이 선행되어야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제도개혁과 수사방법 개혁이 반드시 선후의 관계는 아니다. 수사방법을 개혁함으로써 제도의 문제점을 완화할 수 있다.

수사는 원래 인권침해 행위이지만 인권친화적 수사는 가능하다.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수사 또한 인권친화적으로 변해왔다. 수사의 대상에는 제한이 없지만 수사의 방법에는 제한이 있다. 수사는 엄격하고 빠짐없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잔인해서는 안 된다. 이번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는 이 원칙을 어겼다. 수사를 통한 인격 말살이라는 측면이 드러났다. 또한 수사 과정이 얼마든지 잔인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누구나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의 인격 말살과 잔인성은 수사가 아니라 처벌일 뿐이다. 재판을 거치지 않은 비인간적인 처벌, 폭력일 뿐이다.

이렇게 제도개혁과 더불어 수사방법 개혁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제도개혁은 국회의 비협조로 인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핑계라도 있었다. 수사방법 개혁은 이런 핑계도 없다. 청와대, 법무부, 검찰은 시급하게 개혁의 결과물을 내야 하는 처지에 섰다.

셋째, 검찰개혁은 사회개혁의 일부라는 점이 다시 확인되었다. 검찰개혁만 문제가 되었다면 서초동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개혁 목소리는 사회개혁 목소리이기도 하다. 검찰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질타는 사회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질타이기도 하다.

불평등과 불공정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검찰개혁만 잘 한다고 정의와 공정이 제대로 수립될 리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자신을 전진하고 있다고 대견해한다. 그러나 현실의 저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변함이 없다. 과거에도 군림했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부와 명예와 권력을 누릴 것이다. 그 사람들은 진짜 변하지 않는다. 다만 대표하는 얼굴만 바뀔 뿐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분노하는 격차이고 불평등이고 불공정이다. 이 격차와 불공정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격차와 불공정을 개혁해야 할 사람들이 격차를 이용하고 있다. 불평등, 불공정, 재벌 중심 경제, 갑질 사회, 권력형 비리, 부패, 사법농단, 차별, 비정규직, 도덕과 윤리의 망각, 몰염치를 그대로 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검찰개혁은 사회개혁의 일부이다. 정부·여당은 검찰개혁을 넘어 불평등과 불공정한 사회를 개혁하라는 촛불의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 지지부진한 경제개혁 및 사회개혁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 자기희생을 각오하고 사회개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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