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역광장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10·3 광화문 집회).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보수 단체가 모인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날 서울 광화문에 3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집회 참석 인원 집계는 쉽지 않다. 여러 언론에서도 9월28일 서초동 일대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9·28 서초동 집회)와의 대결 양상만 부각됐을 뿐, 집회 참가자들의 성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서초동보다 많은 숫자’에만 주목했다.
〈시사IN〉은 9·28 서초동 집회 분석에 이어 10월3일 광화문 집회 참가자도 살펴봤다(〈시사IN〉 제630호 ‘서초동 촛불집회에 어떤 이들이 모였을까’ 기사 참조). 이번에도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data.seoul.go.kr)에서 제공하는 ‘생활인구’ 데이터를 활용했다.
10·3 광화문 집회 데이터를 분석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 이번 집회가 열린 지리적 권역(왼쪽 〈그림 1〉 참조)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뒤엉키는 공간이다.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서울역광장 등 수시로 집회와 축제, 각종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다. 9·28 서초동 집회 분석에서 2018년 9월 다섯 차례 토요일을 기준으로 삼은 것과 달리, 광화문 일대 생활인구 분석은 비교 대상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시사IN〉은 통계상 오류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기준점이 되는 ‘평시’ 데이터의 모수를 늘렸다. 2018년 한 해 주말 전체 데이터(총 104일)를 비교 잣대로 삼았다. 이때 주의할 점이 평시의 성격이다. 9·28 서초동 집회 분석에서는 2018년 9월 전체 토요일의 산술평균을 활용했다. 광화문 일대는 최대값과 최소값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통계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중앙값을 활용했다.
오른쪽 〈그림 5〉를 살펴보자. 검은 선은 지난 2018년 주말(총 104일) 가운데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시점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통상 이 지역에서는 오후 2시에 많아봐야 20만여 명이 모인다고 볼 수 있다. 적을 경우 5만4000여 명 수준이다. 10·3 광화문 집회 당시에는 오후 2시 기준 약 50만3265명이 이 지역을 찾은 것으로 추계된다. 오후 2시 중앙값은 약 11만6795명 수준. 평상시에 비해 약 38만6470명이 이 지역을 더 찾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날 집회는 오후 1시께부터 열렸는데 데이터에 따르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사이 생활인구가 치솟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강남의 등장과 분화’
대체 어떤 사람들이 10·3 광화문 집회를 찾았을까? 즉 생활인구 데이터의 세부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사IN〉은 집회 참가자들의 이동경로를 추정할 수 있는 O-D 분석(기점-종점 분석) 그리고 성별·연령별 분석을 동원했다.
〈그림 2〉와 〈그림 3〉은 이날 집회 지역을 찾은 이들을 대상으로 O-D 분석을 한 결과다. 집회가 정점을 향하던 오후 2시에 5개 행정동(종로구 사직동, 종로1·2·3·4가동, 중구 소공동·명동·회현동)에 있던 사람들이 어디서 왔는지 추적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눈에 띈다. ‘강남의 등장과 분화’다.
9월28일과 10월5일 서초동 집회에서도 강남에서 온 사람들은 수위권에 올랐다. 이 경향은 광화문 집회에서도 이어진다. 10·3 광화문 집회 분석 결과 서울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에서 많은 이들이 왔고 뒤따르는 지역도 사실상 강남 근교 생활권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지역이었다. 보수 집회라는 특성을 대변하듯 경북에서 서울까지 원정 온 인구도 1만명 가까이 된다.
70세 이상 남성 약 11만명 참석 추정
강남 권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시사IN〉은 서울과 경기도를 각각 5개 권역(서울시청과 경기도청이 선정한 기준에 따름)으로 나누고, 각 권역에서 얼마나 많은 인구가 이날 광화문을 찾았는지 분석했다. 이번에는 집회 참석을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을 더 추려내기 위해 ‘10월3일 당일 생활인구’에서 ‘평시 인구(총 104일 중앙값)’를 뺀 격차를 권역별로 합산했다. 그 결과가 〈그림 3〉이다.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이 가장 많은 약 5만2170명을 기록했고, 이어서 경기 경부권(수원·성남·용인·과천·안양·군포·안성)이 약 5만1080명 수준이었다.
평소 휴일 광화문은 서울 서북권 인구가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이다. 평시 데이터를 따져보면 서대문(2위)·은평(4위)·마포(5위)에서 광화문 일대를 찾는다. 10월3일만은 ‘지역 비율’이 뒤바뀌어 있었다. 평소에 안 나타나던 서울 동남권과 경기 경부권 인구가 광화문에 몰렸다. 서울 동남권과 경기 경부권은 9·28 서초동 집회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가장 극단적인 대립구도를 보이는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에 비슷한 지역 사람들이 서로 분화해 나타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그 분화의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이 ‘강남’을 갈리게 만들고 있는 걸까?
핵심은 연령대에 있다. 이번에는 오후 2시 기준으로 생활인구의 성별·연령별 분석을 시도해보았다. 수치는 남녀 할 것 없이 매우 극단적인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림 4〉를 보면 55세 지점을 넘어서면서 생활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55~59세 남성 약 2만3298명, 같은 나이대 여성은 약 2만5276명 수준이다. 60세 이상 노령층으로 옮겨가면 노인 남성 비중은 더 높아진다. 60~64세 남성 약 3만6232명, 여성 약 3만2694명, 65~69세 남성 약 3만9368명, 여성 약 3만1434명 수준이다.
가장 극단적인 수치는 70세 이상 남성이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집회 권역에만 약 11만713명이 모여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나이대 여성도 6만8445명 수준이다. 똑같이 강남에서 온 집회 참가자라 해도, 결국 4050 세대의 결집(서초동)과 6070 세대의 결집(광화문)으로 나뉜다. 불완전하게나마 데이터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의 결정적 차이는 세대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대규모 인파가 모였다고 해서 모든 세대와 계급의 ‘민의’를 대표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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