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

국회발 ‘조국 대전’ 2라운드가 시작됐다. 9월2일 11시간 가까이 이어진 기자간담회를 거쳐 9월6일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9월10일 임명장을 받은 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국정감사에 앞서 대정부질문이 시작되면서 9월26일 고성과 야유 속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국회 데뷔전을 치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로 조 장관을 환대하는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 일부는 등을 돌려 앉거나 ‘조국 사퇴’라고 쓰인 손팻말을 걸어두기도 했다.     검찰은 8월27일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을 형사부에서 특수부로 재배당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검찰이 ‘대통령의 시간’과 ‘국회의 시간’을 없애버렸다. 연일 조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피의사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검찰개혁 이슈는 언론에서 실종되다시피 했다. 〈시사IN〉은 9월25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만났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인터뷰(〈시사IN〉 제628호 ‘검찰 특수부 수사 없어져야 한다’ 기사 참조)에 이어 조 장관에게 ‘미완’의 검찰개혁을 어떻게 완성하고 이 논란을 돌파해나갈지 물었다.

취임 2주가 지났습니다. 단순 보도량으로 따지면 가족 관련 수사가 검찰개혁 이슈를 덮는 모양새입니다.   씁쓸합니다.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고요.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이) 이번에도 좌초되면’ 같은 생각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취임사에서도 말했지만 개인으로 선 것이 아니라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입니다. 검찰개혁은 저를 딛고서라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시대의 잿더미를 넘어 새로운 개혁의 시간이 온다는 다짐을 하면서 이를 악물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취임사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법무·검찰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만, 문재인 정부 초기에 좀 더 힘 있게 검찰개혁을 밀어붙여 ‘완성’시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평도 있습니다.   검찰개혁 같은 과제는 단시간에 이루기 어렵고, 더뎌 보이더라도 차근차근 포기하지 않고 끌고 가는 게 중요합니다. 검찰개혁이 시대적 과제라는 건 문재인 대통령이나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저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요. 검찰개혁이라는 게 검찰을 적으로 돌리고, 이를테면 해산이나 해체하는 억압적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입법을 통해 검찰개혁을 불가역적으로 법제화·제도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입니다.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인데요. 모두 법률 개정 사항이고 문재인 정부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검찰과 경찰이 스스로 합의하도록 하면 해결이 되지 않으리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검·경 상급부서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시해서 논의를 거쳐 합의하도록 하는 게 법치주의에 맞는다고 판단했고 민정수석으로서 그 과정이 이행될 수 있도록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참여정부에서 처음 시작됐다. 검찰청과 경찰청이 주체가 되어 ‘검·경 수사권 조정 협의체’와 ‘검·경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가 구성돼 2004년 9월부터 2005년 5월까지 논의했다. 청와대가 주도하지 않고 이해관계자의 자율적인 합의에 의해 추진되도록 한 셈이다. 당시 청와대는 경찰에게 어느 정도 독자적인 수사권을 인정할 것인지 범위를 두고 다투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두 기관이 협조와 양해를 거쳐 합의할 수 있다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합의는 결렬됐다. 권한을 뺏으려는 쪽과 뺏기지 않으려는 쪽은 팽팽히 맞섰고 합리적 온건주의자들이 설 자리는 없었다. 참여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실패를 경험한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기관의 ‘셀프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걸 절감했다(〈문재인·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2011).  2018년 6월21일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하고 서명했다.

 

ⓒ연합뉴스2018년 6월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참석한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뒷줄 오른쪽).

검·경 수사권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진통도 있었습니다.   검찰에서 반대 여론이 있기는 했지만 과거처럼 평검사회의를 연다든가 하는 식으로 집단 항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수사 권한 배분에도 적용함으로써 검찰개혁을 꾀하는 방법입니다. 검찰과 경찰을 상호협력 관계로 설정하면서 1차 수사에서 경찰에 보다 많은 자율권과 책임성을 부여하고, 검찰 직접수사는 부패·경제 범죄 등 예외적으로 인정하면서 검찰의 권력 남용을 제어하는 거죠.   공수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비해 큰 이견이 없었습니다.   과거에는 검찰개혁이라고 하면 검찰 구성원이 무조건 반대했어요. 지금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검찰 내부에서도 공감하는 분위기가 생겼죠. 물론 전적으로 박수 친다, 이런 건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두 명의 검찰 수장은 공히 입법부 의사를 존중하는 스탠스로 가고 있다는 게 의미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반대 의미로 사표 던지고 나가버렸죠.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나 윤석열 검찰총장도 “공수처는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말을 하죠. 물론 두 분 다 수사권 조정안을 찬성하진 않아요. 하지만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 “존중하지만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라고 검찰 수장이 말을 합니다. 일부 맹렬히 반대하는 여론도 있습니다만, 공식 대표의 발언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공수처는 사정기관인 동시에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제어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검찰개혁 수단입니다. 스폰서 검사(2010년), 벤츠 검사(2012년), 정운호 게이트(2016년)로 알려지게 된 전관예우나 ‘전화 변론’ 문제는 검찰이 갖고 있는 기소독점권·기소편의주의 권력에서 기인합니다. 검사 손에 수사와 기소 여부가 달려 있고, 그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검찰 선배는 이를 이용해서 여러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독점된 기소권을 분리해야 합니다. 검사가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도 근절되리라 봅니다. 공수처는 정부 출범 전부터 박범계·이용주 의원안(2016년 8월8일), 고 노회찬 의원안(2016년 7월21일)이 발의돼 있었고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2017년 9월18일)를 통해 법무부안이 마련(2017년 10월15일)되고 당·정·청 협의까지도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국회에서 막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동시에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서 이제 진짜 국회 결정만 남은 상황이죠.   공이 입법부로 넘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법무부 역할은 어떻게 됩니까?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 전략회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분명히 물을 가르고 나갔는데 법·제도까지 개혁하지 않으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도로 물이 합쳐져버리는 것이 참으로 두렵다.” 법·제도 개혁은 결국 입법으로 완성되는 거고, 늦어도 2020년 1월 정도면 결판이 날 거라고 예상합니다. 지금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법안이 완성된 법안이 아닙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 수정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법무부가 도움을 드릴 수밖에 없어요.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나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대한 사법경찰관의 이행 실효성 확보 방안,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 조서의 증거능력 문제 등 수사 실무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여러 우려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의견 개진을 통해서 국회가 수정안을 만들 수 있도록 보조해야죠. 본회의 상정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입법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본회의 상정 시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 같고요.   패스트트랙에 총 세 가지가 올라왔는데 전제가 선거법이 통과되는 거고, 그다음이 공수처, 그게 돼야 수사권 조정안이 표결에 부쳐지니까 첫 번째가 안 되면 다 안 될 가능성도 있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만, 의미는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본회의에 올라간다는 거죠. 그 이전까지는 한 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아예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으니까요. 여러 정치적 이유로 통과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약간 변형된 형태이긴 하지만 본회의에 올라간다는 거 자체에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안 되면 총선 이후까지도 생각을 해야겠습니다만, 지금 당장은 ‘먼 미래’라서…. 하여튼 지난 2년 반을 보면 이런 단계를 거치면서 흐름이 죽 이어지도록 하는 게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로드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종적 완성은 법률이기 때문에 1기(박상기 장관 재직 때)에는 법률 개정에 총집중을 한 거죠. 이제는 행정부 손을 떠났고, 법률과 관계없이 할 수 있는 각종 검찰개혁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더 이상 ‘미완’의 과제로 남지 않도록 법무·검찰 개혁을 완수하라는 것이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조국 법무부 장관이 9월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참여정부 검찰개혁을 복기해보면 당·정·청 협조가 부족했던 점을 우선으로 꼽고 있습니다. 장관의 강한 의지도 중요하지만 역시 혼자 할 수 없는 일인데요.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당의 의지도 굳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남긴 교훈을 깊이 생각하는 의원들도 여럿인 걸로 알고 있고요.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 출범 전부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동으로 공수처법을 발의한 게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정부안이 마련되기 이전부터 개별 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해왔고요. 이 과정에 당내에서 활발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정부안 마련 이후에는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 당·정·청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면서 개혁법안 통과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민정수석으로서 당·정·청 소통을 담당해왔고요, 향후에도 긴밀하게 소통할 예정입니다.   검찰이 패스트트랙 수사를 시작하면서 주도권을 쥐게 되지 않을까요?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게 법안 통과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여야가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도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정치의 사법화’ 문제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가 사법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특히 최근 정치와 사법이 각자 영역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국민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국회가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고소·고발로 최종 판단을 검찰이나 법원으로 전가하는 건 민주주의 원리에 비춰볼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죠.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검찰과 법원에 의해 일도양단식으로 결론이 내려지면 검찰과 법원 역시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테고요.

조국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에 대해 과반수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조사됐다. KBS와 한국리서치가 9월19~20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국식’ 검찰개혁에 52%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45%가 ‘잘할 것’으로, 41%가 ‘잘 못할 것’으로 대답했다. ‘모르겠다’는 14%였다.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요동치고 있어 이 수치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실제로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반영된,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9월23~25일 전국 성인 남녀 15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 결과,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48.5%(매우 잘함 30.6%, 잘하는 편 17.9%)로 전주에 비해 3.3%포인트 올랐다. 검찰 압수수색 역풍으로 지지자들의 집결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 장관이 말한 ‘사명’을 잘 이행하실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합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항상 압도적인 편입니다. 특히나 촛불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계속 거론된 문제이기도 하고요.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한국 검찰이 OECD 국가 어느 검찰보다 힘이 셉니다. 어떤 권력도 굴복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지만 정작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는 어떠한 통제나 견제도 받지 않는 권력이죠. 이런 권력은 조직의 이해를 최우선시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걸 국민들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고 계신 걸로 느낍니다. 가까이 군부독재 시절에 ‘하나회’가 있었고, 이후에는 안기부가 공포의 대상이었죠. 아무도 통제를 못하니까요. 이제는 보안사나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서 고문당할까 하는 걱정을 누구도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검찰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현재로서는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법원 정도인데 법원은 사후적일 수밖에 없고요. 국민의정부 시절부터 사법개혁 논의가 이어지면서 사법부 역시 일정 부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법원개혁만큼 검찰은 하지 못했죠.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간 이 정도까지 끌고 와서 패스트트랙까지는 올라갔는데, 아직도 험난한 길에 있는 것 같긴 합니다. 검찰개혁이 그만큼 어려운 과제라는 걸 국민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검찰개혁) 잘할 것 같다’라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거 같고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도 검찰개혁 입법을 시도할 때면 예리한 칼날 위에 서 있는 것 같다고 해요.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법적 제도화에 가까이 왔고, 지금이 아니면 더 어려워질 거라는 간절함이 있습니다.

ⓒ시사IN 조남진4월29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처리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법무부의 ‘외청’인 검찰이 법무부를 오히려 ‘내청화’하는 식으로 흔들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참 아픈 지적입니다. 지난해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일 때 검사장 한 분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수사권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봐라”고 언성을 높였다고 해요. 이것만 봐도 통상적인 부처와 외청 관계와 다른 게 사실이죠. 검찰은 선출된 권력은 아닌데 아주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선출된 권력으로부터 통제를 받는 게 법치주의 핵심입니다. 검찰이 막강한 수사권을 가지고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으니까 통제가 잘 안 되잖아요. 그게 현재 우리 국민들이 검찰을 두려워하고 또 검찰개혁을 바라는 이유죠. 내가 대표자를 뽑아놨는데, 그 대표자가 검찰만은 통제를 못하는 거죠. 주권자는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양자 방식을 동시에 쓰면서 자신이 주권자임을 확인하는데 검찰 권력에 대해서는 전혀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고 생각하죠.   박상기 전 장관이 법무부 탈검찰화에서 일정 성과를 냈습니다만, 법을 바꾸지 않고도 법무부 장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개혁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비법률적인 방식으로 검찰을 바꿀 수 있는 방안이 크게 보면 인사·감찰·조직개편·조직문화 네 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법무부를 주도하는 힘이 검찰에서 나오면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이해를 대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는 검찰국 외에 국가송무, 상사법무를 담당하는 법무실, 범죄 예방 및 소년보호 등을 담당하는 범죄예방정책국, 인권국, 교정본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 실국 본부장이나 과장들이 대부분 검사로, 검찰이 다른 직렬 공무원을 통제하는 외청의 내청화 문제가 계속 누적되어 왔고요. 박 전 장관 시절에 직제로 보면 법무부 내 71개 직위 중 37개를 비검사로 바꾸었습니다. 현재 검사 보임 직위가 34개인데 이걸 점차 줄여나갈 생각입니다.   검사들이 요직으로 여기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기조실장 자리도 검사를 배제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검찰국장과 기조실장 직위에 대한 탈검찰화는 전임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17년 제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권고한 사항이었습니다. 이 자리도 비검사에게 개방하라는 내용이었고요. 일단 바로 비검사로 임명한 건 아닌데, 이임기가 필요하니까요. 저희도 당장 실행할 것은 아직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그 방향으로 가야겠죠.   그 두 자리를 비검사로 채우는 건 매우 의미가 큰 일입니다.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를 관할하고, 기조실장은 검찰 예산과 국회 업무를 다루는 ‘핵심’ 자리입니다. 인사와 예산 문제를 고위 검사가 가지고 있는 건데, 검사에 의해 이뤄지는 법무행정에서 탈피하겠다는 방향이 절대 흔들리지 않도록 법무부 장관으로서 탈검찰화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추진해나갈 겁니다. 어느 시기가 좋을지, 또 어떤 분들을 모실지 이런 건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상기 전 장관은 피의사실 공표 문제와 관련해 기존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다듬었습니다. 조 장관은 이 시행을 가족 수사가 일단락된 이후로 미루셨지요.   박 전 장관이 거의 완성해뒀던 건데,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가 사실상 사문화됐습니다. 법은 범죄라고 하지만 기소된 적이 없으니 처벌되지 않았고요.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는 위반했을 때 징계 조항이 없었어요. 박 전 장관이 그 부분을 손보셨던 건데, 기소는 안 되더라도 행정부 차원에서 징계는 할 수 있도록. 취임과 무관하게 준비해 왔는데 제 가족 수사 문제하고 얽혀 있어서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가족을 보호하려고 만들었다는 오해가 있을 것 같고요. 제 가족 문제가 일단락되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상기 전 장관이 마련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는 기소 전 피의자 소환 촬영 제한, 소환 일정 공개 제한, 실명 공개 금지, 피의사실 공표 시 장관 감찰권 발동 등이 담겨 있다. 지난 7월 말 만들어진 초안은 조국 장관 임명 시기와 맞물리며 논란을 빚었다.   형법 제126조(피의사실 공표)에 따르면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검찰 과거사위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피의사실 공표로 접수된 347건 가운데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범죄행위 주체와 기소 주체가 똑같이 검찰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조국 장관이 9월14일 김홍영 검사의 묘소에서 김 검사 부친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취임 첫 주에 2016년 5월 숨진 김홍영 검사 묘소에 다녀왔습니다. 검찰 내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읽혔는데요.   김홍영 검사는 검찰 조직문화로 인한 희생자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장검사의 인격 모독과 일종의 갑질, 폭언을 견디다 못해 죽음에 이르게 됐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 사건 이후로 검찰 내부에서도 많이 노력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조직문화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일부 남아 있고요. 상사에게 의견을 가감 없이 개진할 수 있는 의사소통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9월24일부터 검사와 검찰 직원이 저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낼 수 있도록 조치했고, 법무부 홈페이지에서 ‘검찰개혁 국민제안’도 받고 있습니다. 하루 사이에, 9월2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국민제안은 1050건, 검찰 직원 이메일은 49건이 왔다고 해서 차분히 검토할 예정입니다. 직원들에게서는 매우 솔직한 내용들이 들어오고 있고, 국민들로부터는 주로 개혁 지지에 관한 내용, 수사권 조정, 조직 인사제도 개선, 법령 개정에 관한 내용이 주축이라고 들었습니다.   감찰 강화 관련해서도 계속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김홍영 검사 같은 경우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보면 비극이나 비리가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감찰이 시작됩니다. 그동안 법무부는 검찰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검사 비위의 경우 1차적으로 검찰에서 감찰을 진행하도록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2차적으로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감찰 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운영해왔습니다. 문제는 검사 비위를 검찰에서 직접 감찰하다 보니 어떤 결과를 내놓는다고 해도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의혹과 비난을 받아왔죠. 감찰을 하려면 조직의 외부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과 기무사를 감찰할 때 모두 외부인인 검사가 들어가서 했습니다. A라는 조직을 감찰하려면 A 조직 구성원이 아닌 사람이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검찰 내부의 감찰부장은 전직 검사가 한 거죠. 통상적 감찰 행정 원리로 봐서는 좀 이상하고. 지금 감찰부장이 공석으로 검증 과정인데, 특정 사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감찰 원리상 소속 출신이 아닌 게 감찰 공정성을 보장한다는 개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검찰권 행사에 대한 견제장치인 검찰에 대한 감찰 기능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되면서 수사 역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불신을 받아왔으니까요. 감찰관실의 감찰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더 나아가 검찰 수사의 엄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 회복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관 첫 지시사항이 검찰개혁추진지원단 구성이었습니다. 여기에 합류하는 검사 2명에 대해 나이 제한을 두었습니다.   나이 외에도 지방검찰청에 근무하는 비특수부 소속으로 하자고 했습니다. 일선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검사 대부분은 민생과 직결되는 형사부와 공판부 소속입니다. 이분들이 상대적으로 소수인 특수부 등 인지부서 검사들에 비해 인사나 근무평정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고요. 특히 나이를 40세 이하 평검사로 특정한 건 기존 검찰 조직문화에 상대적으로 덜 젖어 있는 젊은 평검사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평검사들의 목소리를 강조하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주의 깊게 듣고 있는 이야기 중 하나가 ‘손으로’ 하는 사건 배당 문제입니다. 이게 검찰 안에서는 엄청난 권력으로 작동합니다. 업무 역량 평가는 공정한 사건 배당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게 잘 되지 않고 있다 보니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고요. 법원은 무작위로 기계 배당을 하는데 검찰이 법원과 똑같이 할 수 있는지, 검찰에 적용했을 때 부작용은 없을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

임은정 검사의 실명을 언급했던 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저는 임 검사를 개인적으로 전혀 모릅니다. 만나본 적도 없고요. 임 검사가 언론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서 검찰 내부에 대한 여러 문제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 그만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검사가 없죠. 그걸 주의 깊게 들어보자는 취지입니다. 검찰 내부 전산망인 이프로스에 검찰개혁과 관련해서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공개적으로는 없다시피 하고, 임 검사의 발언 내용이 검찰 조직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가장 눈에 띄었고요.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검사와의 대화’가 진행된 장소가 강원랜드 수사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가 근무하고 있는 의정부지검이었는데요.   의정부지검에 안 검사가 있어서 간 건 아닙니다. 그곳이 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시설이나 근무 조건이 열악한 곳이라는 건 외부에서는 몰라도 검찰 조직 구성원들은 모두 알아요. 검찰 내에 수도권 연속 3회 근무 제한이 있는데, 인천이나 의정부도 수도권으로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수도권이라고 해서 다 좋은 곳은 아니거든요. 의정부 검사들은 수도권에서 근무한다고 생각을 안 해요. 그런 가운데서도 다들 묵묵히 일을 하고 있고. 첫 장소를 어디로 할까 법무부 간부들하고 논의했는데 ‘근무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으로 가자’라고 했고, 의정부지검이 만장일치로 결정됐습니다.   9월25일에는 대전지검 천안지청을 다녀왔는데, 여기는 과로사로 숨진 이상돈 검사가 근무했던 곳입니다.   방문지 선정은 내부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데, 고 이상돈 검사도 하나의 고려 요소였습니다만 그 이유만으로 간 건 아닙니다. 임기 초반이라 최근에는 시간을 내기가 어렵지만, 여유가 되면 더 멀리 지방으로 가서 이야기를 듣고 싶고요. 천안지청 같은 경우는 작은 곳이고 특수부가 없이 형사공판부만 있는 곳이어서 결정한 부분도 있습니다. 검사만이 아니라 검찰청 직원, 수사관도 만났어요. 제가 확인은 못해봤습니다만, 한 사무국장이 법무부 장관이 검사뿐만 아니라 직원을 만나러 온 건 처음이라고 하던데요. 생생한 이야기를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분들이 뭐라고 말하냐면 “장관님이 고 김홍영 검사 묘지에 다녀오면서 평검사와 부장검사 사이 갑을관계 이 점에만 주목하는 것 같은데 검사 전체와 검찰 직원과의 관계도 좀 살펴봐달라”고 해요. 제가 주로 검사들만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는데, 새삼 깨달은 바가 있었죠. 검사와 비검사 직원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가 분명 있고, 이 역시 바꿔야 할 검찰 조직문화 가운데 하나거든요. 검사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직원들과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데 직원이 그런 느낌을 갖는다면 조직에는 나쁜 게 아니겠습니까? 모두가 검찰청 소속 구성원이니까요.   현재 검사 2100여 명과 검찰 수사관이 7000여 명 있습니다. 지금도 ‘이중 수사’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언젠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완벽하게 분리된다면 이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도 과제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먼 미래 이야기이긴 하고, 현재 수사권 조정안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완전히 백지 위에서 새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수사와 기소를 완벽히 분리한 OECD 국가들처럼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게 수십 년간 이어져 왔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걸 바꾸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일단은 입법이 완료돼서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첫 단추가 끼워지고 나면 그다음에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고요.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런저런 논의가 나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인회 교수가 2011년 쓴 〈검찰을 생각한다〉를 보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끌려가서는 안 되지만 검찰 내부 구성원의 동의와 도움도 개혁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개혁적인 검사들도 현재 상황에서는 목소리 내는 걸 꺼리는데요.     검찰 내에서 합리적인 문제 제기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고 바꿀 수 있다는 내부 구성원의 확신과 신뢰를 형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떤 새로운 제도도 구성원이 불신할 때는 사상누각에 불과하죠. 검사나 직원들을 제가 있는 곳으로 부르는 게 아니라 제가 직접 그분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계속 듣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고요. 사전 각본이나 정해진 형식도 없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생생한 목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하고요. 주로 형사공판부 검사들을 만나고, 나이도 상대적으로 젊은 분들입니다. 제가 장관이라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이런 것도 없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천안지청에 갔을 때 제가 좋았던 말은 이거였어요. 박상기 전 장관 시절에 평검사 인사 시즌을 2월로 못 박았거든요. 이전에는 인사를 언제 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들이 이것만으로도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언제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할지 그동안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던 거죠. 특히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는 경우는 집 문제부터 자녀들의 학교 문제까지 많게는 다섯 가지 이상 경우의 수를 신경 써야 하는데 일도 너무 많잖아요. 형사공판부 검사들 말을 듣고 제가 생각한 건, 여기에 오래 근무하면 임지 선택에서 일정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더니 매우 좋아하더라고요. 형사공판부에 근무하는 검사가 대다수인데 이분들에 대한 복지나 처우 문제, 특히 인사상의 혜택이 그 이전보다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에 크게 나오는 사건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이분들처럼 묵묵히 일하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검찰이 안 돌아가거든요. 통상 70~80%가 민생 범죄로 국민들하고 굉장히 밀접한 일을 하고 있어요. 고 이상돈 검사의 경우도 후임자에게 미제 사건 안 남겨주려고 몇백 건을 처리하려고 무리하다가 결국 과로사했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보니까 미제 사건이 딱 하나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과로사하는 검사가 나올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일이 많기 때문에 수사권을 조정하려는 목적도 있지 않습니까?   검사 한 명당 사건 처리 수가 정말 많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그러면 그걸 좀 놔야 하는데. 수사권 조정 목표 중 하나가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줘서 수사와 기소가 완전 분리되는 건 아니지만 경찰에 일을 맡기고, 검찰이 사후 통제하는 방식으로 업무 부담을 줄이는 건데요. 검사들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는 것 같아요. 자기가 지금까지 딱 쥐고 있었던 것들, 법률 전문가로서 꼼꼼히 다 챙기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이 잘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툭 던지시더라고요. 저는 한편으로 그 걱정이 이해가 됩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1954년 국회가 처음 형사소송법을 만들 때부터 쟁점 사항이었잖아요. 어느 권력기관이나 ‘완벽한’ 존재일 수 없기 때문에 균형 있는 통제가 필요한 거고. 아무리 한국 경찰이 걱정된다고 하더라도 이걸 못 맡길 정도인가, 검찰이 이렇게까지 끝까지 다 쥐고 있어야 하나, 저는 이 정도는 우리가 넘어서야 한다고 봅니다.

ⓒ연합뉴스조국 장관이 9월25일 검사와의 대화를 위해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들어가면서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권한이라는 게 당장 쓰지는 않아도 놓기가 어렵죠.   처음부터 끝까지 검찰이 모두 쥐고 있어야 한다는 건 검찰에 너무 과부하죠. 검사와의 대화에서도 과도한 파견 및 인력 부족으로 인한 형사공판부 업무 과부하를 호소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관련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면 또 그에 맞춰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현 시스템하에서 검사들의 우려와 걱정은 이해할 수 있고요. 그렇지만 한국이 지금 형사소송법을 처음 제정했던 1954년은 아니라는 거죠. 1954년과 2019년 사이에는 엄청난 시간이 흘렀지 않습니까. 가보지 않은 길이라 모두가 두렵죠. 하지만 국회에서 1차적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준다고 선택했고, 저는 이걸 국민의 대표가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고 이해합니다.   흔히 검찰 독립을 검찰에 전혀 간섭을 안 하는 걸로 이해하는 것 같아요.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 예산 분장과 사건 지휘·감독권 행사는 검찰에 대한 부당한 압력 행사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핵심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선출된 권력으로부터 통제받아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미국은 검사장 직선제를 하죠. 미국에서 검사장은 주민들 선거로 뽑기 때문에 인사와 예산을 자신이 쥐는 것에 대해 정당성을 갖고 있어요. 물론 검사장 직선제는 훨씬 더 정치적인 문제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검찰 독립을 말할 때 이걸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선제라고 보고요. 제가 지금 이걸 하자는 것도, 우리가 지금 그런 제도를 택하고 있는 것도 아니죠. 넓은 의미에서 보면 검사도 행정 관료거든요. 열심히 공부해서 검사가 되고 이른바 ‘관료 트랙’에 타는 건데, 어떠한 관료라고 하더라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선출된 권력으로부터 통제받아야 합니다. 이게 핵심이기 때문에 계속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거고요.   독립의 의미가 다르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외부에서 통제가 되지 않으면 내부의 통제가 강해집니다. 그게 연공서열일 수도 있고, 검찰 조직 내의 검찰논리와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점점 위로 승진하는 구조죠. 사실 검찰을 포함해서 모든 조직에는 내부 논리가 필요합니다. 검찰의 경우에는 ‘이런 사람이 진짜 검사다’ 이런 게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것만 있기 때문에 그 논리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튕겨 나오거나 소외됩니다. 그래서 외부적 통제가 항상 같이 있어야 한다는 거고요. 검찰도 마찬가지죠.   9월18일 국회 예결위에서 검찰 예산편성권을 법무부에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문제가 올라왔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만, 검찰의 예산편성권을 독립시킨다는 건 현재 조직 원리상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검찰은 법원이 아니거든요. 삼권분립에 따라 법원은 독립돼 있고 행정부에서든 입법부에서든 건드릴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물론 검찰도 ‘준사법기관’으로서 경찰에 대해 사법 통제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법원처럼 될 수는 없습니다. 인사와 예산에서 선출된 권력에 의해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역시 검찰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국가 송무 관련해서도 국가송무국 신설이 논의 중입니다.   워낙 중요한 일입니다.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는데요. 법무부가 정부 소송을 대리하고 있기 때문에 패소나 배상금 부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송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현재는 법무부 내 하나의 과(국가송무과)가 맡고 있는 걸 송무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전임 장관 시절부터 추진하던 일입니다.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전담하는 국제법무과도 송무국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요. 지금은 검사들이 순환보직으로 1~2년 정도 일을 하다 돌아가는 식인데 그러면 새로운 사람이 와서 또 새로 배워야 해요.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외부 로펌에 맡기거나 맡길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기는데, 법무부 안에서 이 문제에 대해 안정적으로 꿰차고 일할 사람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일부 검찰에 위임했던 소송지휘권을 회수하고, 법무부 직접소송 수행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검사들은 형사소송법 전문가다 보니 아무래도 국가의 일반 민사, 행정, 헌법 소송 수행에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간첩단 조작사건 같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법원이 국가배상 판결을 선고해도 검찰이 항소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실무적으로 봐도 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고등검찰청 검사가 아닌 공익법무관이 하고 있어요. 국가송무국이 국가 송무 업무를 전담하게 되면 그간 송무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던 각 고등검찰청에서는 형사공판부 기능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합뉴스검사는 한 명당 사건 처리 수가 많아 야근이 잦다.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검찰이 사후 통제를 하면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위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범법자의 경제력에 따라 벌금을 차등 부과하는 재산비례벌금제에 대해 ‘사법적 형평을 해친다’는 등 여러 의견이 많습니다.   현재 법무부안을 준비 중인데, 비판은 오래됐습니다. 제안을 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고요. 현행 벌금제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형벌 효과가 달라지는 불평등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데,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에 맞게 벌금형을 부과해서 동일하게 형벌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하는 게 오히려 헌법상 책임주의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평등원칙을 구현하는 제도라는 의미이고, 이건 제 개인 의견이 아니라 대통령 대선 공약입니다. 재산비례벌금제를 전면 도입하고 있는 독일·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처럼 한국도 전형적으로 대륙법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인데, 못할 이유가 없죠. 이게 낯설어서 그렇지 입법자가 결단만 하면 얼마든지 안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자동으로 국선변호인 변호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공공변호인 제도(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준비 중이시죠.

국선변호인을 파견하는 주체가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이라는 점에서 법무부가 피의자 변호와 기소를 동시에 담당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되는 것으로 아는데요, 9월18일 당정 협의내용을 잘 보시면 운영주체에 대한 여러 방안이 논의 중입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하더라도 운영위원회를 꾸려서 변협과 법원도 들어와서 공동 운영을 한다면 소속이 구조공단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고요. 아예 별도 조직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형사 공공변호인 제도에 대한 동의만 이뤄지면 운영 문제는 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이유로 사실상 ‘특수부에 날개를 달아준 것 아니냐’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수부 수사 문제에 관해서는 가족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는 게 맞다고 봅니다만…. 국정농단 수사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시작됐고요, 문재인 정부가 키워주고 말고 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과거 정권 실정과 적폐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였고, 검찰이 그 역할을 수행하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특수수사 부분이 확대됐다는 지적에는 공감합니다. 과거부터 검찰권 남용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온 것이 검찰의 직접수사 내지 특수수사 부분이었고, 이에 대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은 정치권, 학계, 검찰 내부에서도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 권한을 어느 범위로 제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비롯해 여러 대안이 있고, 그 실행 방법에서도 법률이나 대통령령 등을 개정하는 여러 방식이 논의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만큼 검찰개혁 취지에 부합하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겠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요즘 법무부 ‘내부 지시사항’이 예전과 달리 이례적으로 많이 공개되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개혁 동력은 안팎에서 같이 가야죠. 제가 법무부와 검찰 내부 사람을 제쳐놓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궁극적 힘, 근본적 힘은 국민, 주권자에게 있다고 봅니다. 그 점에서 본다면 법무부 활동을 알리는 건 의무죠. ‘이런 일이 있습니다’ 알리려고 합니다.

ⓒ연합뉴스2017년 5월6일 대선 직전 열린 투표 참여 행사에서문재인 후보와 조국 교수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취임 전 기자간담회에서도 SNS를 계속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공식적인 입장만 밝히는 용도로 쓰고 있는데, 여전히 직접 올리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제 개인 의견을 표명하지 않고, 공식 입장 중에서 기사화된 것들이 있잖아요. 소개가 잘됐거나 전문이 실린 것들을 보실 수 있도록 올리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법무부 장관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조국 사건 정리’가 나온다. 별도 정리가 필요할 정도로 검찰 수사가 길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조 장관은 자택 압수수색 이후 “강제 수사를 경험한 국민들의 심정을 절실히 느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9월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라며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수사에 대해 언급했다.  

장관을 포함해 모든 가족을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데, 우선 이 사건 관련해서 ‘검찰과 제 아내 사이의 다툼이 있다’라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다툼이 있는 사안이고, 그 다툼은 사후 형사 절차에서 해결돼야 할 것이고요. 음, 지금 시점에서 제가 법무부 장관이자 한 집안의 가장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대한 특정한 언급을 하기에는 매우 곤란하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다툼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 다툼을 헌법과 법률의 원칙에 따라서 해결하는 절차가 남아 있는 거 같고요. 그 과정에서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이야기를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업무를 보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처음 지명됐을 때는 이런 상태에 놓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훨씬 더 신나게, 즐겁게, 제가 원래 구상했던 것들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죠. 그게 제 업보인지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뭐 운명론자는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게 뭘까 생각해볼 때, 제가 아주 나쁜 조건에 있는 거 아닙니까?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를 하자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하자.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진짜 모르겠습니다. 알 수도 없고. 수사 문제는 제가 실제로 알지도 못하고. 제가 아주 개인적으로만 보자면 가족을 돌보는 게 급합니다. 집에 있지를 못하잖아요, 오늘도. 제 가족을 돌보지 못하는 상태에 있거든요. 제가 그냥 사인이라면 빨리 가족에게 돌아가서 돌봐야 됩니다.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상태인데…. 그 점에서 힘들죠. 힘든데 제가 사인이 아니라 공인, 그중에서도 고위 공직자이기 때문에. 앞서 ‘이번에도 좌초되면’이라는 생각은 상상하기도 싫다고 했습니다만, 임명됐을 때 하려고 했던 걸 이루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임명됐을까. 현재 상당수 국민들이 제가 부족하고 미흡하고 불찰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저에 대한 실망도 했고 분노도 하셨고 저의 부족함을 다 알면서도 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실까. 조국 장관이라는 사람이 너무 좋다 이게 아니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뜻, 국민들의 뜻을 생각하면서 일을 하려고 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냥 가보려고요. 갈 때마다 불편한 한 걸음이에요. 공적 행보를 할 때 즐겁거나 이렇지 않은 상황입니다.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일들이 벌어지거든요. 책임, 소명, 소임 이런 말들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말인지 깨우치고 있습니다. 요새는 제가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개혁이고 인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뒤로 되돌릴 수 없는 개혁, 결국은 제도화, 제도화, 제도화라고 봅니다. 죽을힘을 다해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내디딜 겁니다. 언제 어디까지일지 모르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연합뉴스9월23일 검찰 관계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 압수수색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기자명 장일호·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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