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두 번 덮은 이유 이번엔 밝혀야 한다”
  • 김은지 기자
  • 호수 607
  • 승인 2019.04.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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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김학의 성폭행 사건’ 경찰 수사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사건의 실체가 왜 검찰에 의해 두 번이나 덮였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검찰의 수사 지휘도 부당했다고 밝혔다.

2013년 ‘김학의 성폭행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경찰 수사팀 책임자였던 ㄱ총경(당시 경정)이 공개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다만 현직 경찰 신분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며 익명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2013년과 2014년 검찰은 김학의 성폭행 의혹 사건에 대해 각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번에는 특별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까지 꾸려 세 번째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ㄱ총경은 “여전히 검찰 수사가 사건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한다”라고 우려했다. 그가 왜 우려하는지 들어보았다.



지금까지는 공개 인터뷰를 꺼렸다. 마음이 바뀐 이유는?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최근 벌어지는 상황에 가만히 있기가 힘들었다. 여성 피해자들의 호소를 직접 듣고 수사를 담당했던 내가 아는 것과 너무 다르게 돌아간다.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알 수 없게 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연합뉴스2013년 3월 경찰이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건설업자 윤씨의 원주 별장에 들락거리는 이들이 누구이며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것이 그들이 진행하는 사업이나 사건 등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여성들이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또 경찰이 어렵게 드러낸 실체가 왜 검찰에 의해 두 번이나 덮였는지 밝혀야 한다. 검찰 특별수사단에서는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2013년· 2014년 수사 검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한다는 말은 못 들었다. 결과적으로 피해 여성들은 다시 상처받고, 2013년 당시 사건을 세상에 드러냈던 경찰관들의 명예는 떨어지고, 진실은 묻히게 될까 봐 걱정된다.



2013년 당시 경찰 수사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2013년 3월14일 김학의 차관이 임명된 다음 날부터 ‘별장 동영상’에 대한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3월1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김 차관에 대한 내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팀을 꾸리는 데 진통을 겪었다. 선뜻 수사를 맡겠다는 이가 없었다. ‘윗선에서 원치 않는 수사’를 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경찰 내부에서도 잘 알고 있었다.

검찰의 수사 지휘도 석연찮은 면이 많았다. 경찰이 신청한 강제수사 관련 영장이 계속 검찰에서 반려되었다. 통신사실 조회, 압수수색 영장, 체포 영장, 출국금지 요청 등이 열 차례 이상 반려되었다(<시사IN> 제603호 ‘김학의는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사람’ 기사 참조).

2013년 ㄱ총경이 속한 경찰 수사팀은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윤재필 부장검사)에서 무혐의 처분했다. 해당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밝힌 고소인이 나타나 2014년 다시금 수사가 시작됐지만 검찰(서울중앙지검 강력부 강해운 부장검사)은 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연합뉴스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윤중천씨가 4월19일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
2013년 당시 사건을 어떻게 맡게 되었나?


범죄 정보 수집 단계에서 언론에 사건이 보도됐다. 수사에 착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수사부서가 발을 담그려 하지 않았다. 범죄 정보를 생산한 나를 특수수사과로 발령 내고 직접 수사하게 했다. 본래 범죄 정보 생산과 수사는 분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수사 과정이 쉽진 않았겠다.


삐끗해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죽겠구나 하는 압박이 대단했다. 아무도 발을 디디지 않으려는 상황과 수사 중 지휘부의 교체, 인사 검증의 실패를 경찰에 전가하는 청와대의 태도, 비우호적인 검찰 지휘, 수사 후 인사보복 우려 등으로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2013년 검찰이 김학의 전 차관을 불기소했다.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당시 피해 여성들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와 경찰의 송치 의견서를 비교해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검찰의 불기소보다 훨씬 더 충분하고 합리적인 이유로 성범죄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자신한다. 피해 여성들은 경찰에서 일관되게 진술했다. 게다가 복수의 피해자가 공통되게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검찰은 김학의·윤중천이 연루된 성범죄와 관련해서 수사 착수 때부터 ‘여성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태도였다는 건가?

이 사건의 주요 성범죄 혐의 발생은 2006~2008년, 수사 착수는 2013년이다. 이렇게 사건 발생과 수사가 장시간 떨어져 있는 성범죄는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직접 증거일 수밖에 없다. 가해자들의 변호인이라면 피해자들의 진술을 흔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우연인지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는 그 방향으로 이뤄졌다.

2014년에는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나타났지만 검찰은 또 무혐의 처분했다.


동영상의 의미는 이렇게 봐야 한다. 누가 거짓말을 하느냐를 판단하는 근거다. 동영상 속에 특수강간 장면이 없다, 찍힌 시기가 어떻다는 식의 이야기는 본질을 흐리는 말이다. 애초에 성폭행을 직접 입증하는 증거로 기록에 붙인 게 아니다. 남녀의 진술이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느냐에 대한 증거다. 윤씨는 김 전 차관을 전혀 모른다고 했다. 반면 여성들은 김 전 차관을 윤씨 별장에서 만났다고 했다. 이때 별장에서 찍힌 동영상은 누구의 말이 더 믿을 만한지에 대한 판단 근거라고 보면 된다. 자꾸 동영상이 그 이상의 증거인 것처럼 말하는 건 오히려 동영상의 의미를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검찰의 영장 반려도 잇따랐다.


경찰 수사팀으로서는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검찰의 수사 지휘가 있었다. 예를 들면, 물적 증거가 전혀 확보되지 않은 수사 초기에 주요 피의자를 먼저 불러 조사하라고 했다. 부인할 게 뻔한 상황인데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게다가 특정인의 범죄 혐의 사실을 제외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당시 ‘별장 동영상’ 원본 확보가 급했다. 원본 동영상 소지자가 잠적해 추적 검거가 필요했다. 체포 영장, 실시간 추적 등을 신청했는데 검찰이 반려했다. 결국 보강해 영장을 받아내긴 했지만 영상 확보가 지연됐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지휘한 것이고 결국 영장을 내줬다고 주장한다.

지금과 같은 수사 구조(수사권·수사지휘권·영장청구권·기소권을 검찰이 가짐)에서는 검찰의 수사 지휘는 ‘보강수사’ 하라는 것이라 표면적으로는 항상 옳다. 문제는 검찰이 그런 지위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수사 지휘가 전체적인 수사 흐름에 실질적으로 부정 영향을 미쳤는지를 봐야 한다. 당시 납득할 수 없는 검찰 지휘가 있었고, 부당하다고 느꼈다.

김학의 전 차관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뇌물죄 적용도 염두에 뒀지만 공여자인 윤씨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검찰은 김 전 차관 쪽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 압수수색 영장 등의 수사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피해 진술이 있고, 뒷받침하는 물적 증거와 제3자의 진술이 있는 성범죄에 집중했다. 또한 성범죄 등이 뇌물죄보다 공소시효가 길게 남았던 점도 고려했다.

검찰 특별수사단이 밝혀야 할 핵심은 뭐라고 보나?

이 사건의 본질에 접근해줬으면 좋겠다. 원주 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것을 매개로 부당한 사건 개입이나 특혜가 있었는지 말이다. 또한 여성들은 어떤 피해를 당했으며, 검찰이 이 사건을 두 번이나 덮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경찰 수사팀에 대한 인사 불이익은 누구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도 밝혀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수사 시스템에서 검찰은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수사를 잘하는 조직이다. 자기 조직의 과오도 과감히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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