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망가뜨리는 야간 교대 근무
  •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호수 604
  • 승인 2019.04.1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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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 업무와 관련해서 발생 또는 악화되었는지 직업환경의학 의사의 의견을 구하러 오는 이들이 가끔 있다. 얼마 전에는 대규모 제조업체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다가 대동맥 박리라는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이 찾아왔다. 딸(유족)은 아버지의 사망과 관련해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가 불승인되고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었다. 그에게 아버지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물었다. “교대근무 때문에 잠을 못 자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교대근무를 하신 뒤로, 특히 야간근무를 할 때는 하루에 2~3시간도 못 주무셨어요.” 기계관리 및 정비 업무를 낮에만 하다가 50대 중반에 생산관리자로 4조3교대 근무에 배치되어 일한 지 1년 만에 사망했다고 한다. 야간근무를 연속 5일 하고 난 직후에 쓰러진 것이다.

‘배치 전 건강진단’도 없었다

유족이 낸 서류 가운데 회사 측이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확인서를 검토하면서 몇 번 놀랐다. 첫째, 야간 교대근무는 적응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인의 질병이 업무와 관련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제시되어 있었다. 아직도 교대근무는 적응하면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는 게 놀라웠다. 교대근무 적응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생체시계는 햇빛에 의해 조절되며 낮에는 일어나서 활동하고 밤에는 자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윤현지

둘째, 야간·오후·주간 근무를 각각 5일씩 하고 중간에 2일 휴무를 주는 근무 형태가 노동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는 것에 놀랐다. 우리가 이틀 이내 짧은 주기의 교대근무를 권하는 것은 이틀이 지나면 생체리듬이 바뀌기 때문이다. 일주일 주기의 교대근무는 몸이 적응할 만하면 일정이 바뀌므로 피해야 할 교대근무 일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불행하게도 국내 제조업에서 4조3교대를 하는 대다수 작업장이 이런 근무 형태이다. 대다수가 그렇게 일한다는 것이 이러한 근무 형태가 안전하다는 근거는 아니다. 연속 5일 야간근무를 하는 것은 50대 중반 나이에는 특히 가혹한 근무 일정이다.

셋째, 회사 측은 고인이 평소 불면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유족이 제출한 건강진단 기록을 검토해보니, 고인은 야간작업을 수행하는 데 적합한지 평가하는 ‘배치 전 건강진단’을 받지 못했고, 야간작업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고혈압·불면 증상 등을 확인하는 특수건강진단도 받지 못했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대기업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건강진단을 제대로 시행하지도 않았다.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근무를 하게 되면 수면장애, 우울증, 뇌·심혈관질환, 유방암, 위궤양 등이 발생 또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2014년부터 사업주로 하여금 야간작업 종사자에 대하여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수면장애는 그 자체로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기도 하지만 뇌·심혈관질환과 우울증 같은 교대근무 관련 다른 질병들의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대처가 중요하다.

나는 2011년에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는 연구의 책임자였다. 그 연구 보고서의 제목은 ‘연장, 야간, 휴일근로 등 과중 업무 종사자 관리 방안’이다. 그때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과중 업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 것은 근로시간 규제였다. 건강진단은 효과성·형평성·경제성 등에서 골고루 점수가 낮았으나 수용성이 높았던 방안이다. 차선으로 건강진단을 설계하면서 최소한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근무의 유해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다면, 과중 업무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동료 연구자들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과연 그런 날이 더디지만 오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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