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의 ‘아동보호’ 호평받는 이유는?
  • 뉴욕·글 임지영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 호수 565
  • 승인 2018.07.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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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호 전문가들은 뉴욕 시의 아동보호 서비스가 비교적 잘 정비된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동학대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한 다이앤 데판필리스 교수에게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뉴욕 시 아동서비스국(ACS)은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동 관련 행정 부서 중 하나다. 5개 자치구(맨해튼·브루클린·퀸스·브롱크스·스태튼 섬)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안전과 복지를 담당한다. ACS 소속 직원 1100여 명 중 700명이 아동보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ACS는 지난해 5만6435가구를 대상으로 학대 및 방임 조사를 벌였다(2016년 8월~2017년 8월). 조사 과정에서 지역의 비영리단체(NPO)를 통해 연간 2만여 가구에 약 200개에 이르는 보호·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아동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지난해 뉴욕 시 감찰국의 조사 결과 ACS의 수동적인 대처로 3개월간 10건 이상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사IN 이명익다이앤 데판필리스 교수(위)는 “가정 내 문제가 정확히 평가되어야 효과적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뉴욕은 데이터 수집 등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여왔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동보호 전문가들은 뉴욕 시의 아동보호 서비스가 비교적 잘 정비된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고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신고에서 방문까지 대응이 빠른 편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은퇴한 경찰을 재고용해 조사 인력으로 쓰거나 조사관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등 전문성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다이앤 데판필리스 헌터 대학 실버맨 사회복지학교 교수도 ACS 관리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조언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아동보호기관의 조사관으로 시작해 1970년대부터 미국의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을 연구해온 그는 연방정부가 제작하는 아동학대 매뉴얼을 만드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그가 만든 아동학대 예방 프로그램인 패밀리 커넥션(Family Connections·FC)은 미국 전역에서 쓰이고 있다. 다이앤 데판필리스 교수에게 미국의 아동보호 시스템과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뉴욕 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아동서비스국(ACS)이 2013년부터 연방정부가 인증한 아동학대 예방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년 7만여 가정이 이 서비스에 참여한다. 그동안은 주 정부 단위에서 프로그램을 제공했지만 뉴욕 시가 선제적으로 시 예산 일부를 할당해 예방을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데 높은 성과를 보인 13개 프로그램을 선정해 가족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것이다. 내가 개발한 FC 프로그램도 그중 하나다. 가정방문을 통해 가족 내 학대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표준화된 평가 도구를 사용한다. 볼티모어, 디트로이트, 로스앤젤레스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가족들의 참여 시간이 기존 프로그램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프로그램 종류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동 관련 행정 부서 중 하나인 뉴욕 시 아동서비스국.

학대나 방임으로 아동이 사망할 경우 뉴욕 시는 어떤 조치를 취하나?

뉴욕 시는 아동 사망 보고서(Child Fatality Review)를 작성한다. 모든 상황을 되짚어보면서 학대나 방임을 겪었는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는지 따져본다. 학대든 교통사고든 아동이 사망할 경우 이 작업을 수행한다. 수사 과정과 별개로 진행하는데, 죽음의 이유를 밝혀 미래의 아동 사망률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뉴욕 시의 아동보호 체계는 잘 갖춰진 편인가?


그런 편이지만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복잡하다. 도시가 다섯 개 큰 구로 나뉘어 있고, 그 구역 내에 살고 있는 가구 수가 많다. 많은 가정이 범죄나 폭력 등에 노출되어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정 내 문제가 정확히 평가되어야 효과적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뉴욕은 데이터 수집 등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여왔다.

미국의 아동보호 시스템은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기본으로 하는 것 같다.

정부기관이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유일한 서비스는 아동학대 및 방임에 관한 수사 영역이다. 사건이 가정법원까지 갈 경우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족 도우미(Family Support Workers)가 있는데 거기까지도 공공이 지원한다. 그 외의 학대 방지 및 예방 프로그램들은 비영리단체(NPO)가 진행한다. 연방정부 또는 주정부로부터 기금을 지원받는다.

이런 시스템의 장점은 무엇일까?


지방과 도시에서 모두 살아봐서 그 차이점을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 지방은 인구가 많지 않아 지역 NPO가 아예 없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지역은 정부기관이 NPO 구실까지 도맡게 된다. 하지만 뉴욕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지역 기반의 NPO가 아동보호 대상 가정들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공공기관도 각 구에 있지만 이들과 비교했을 때 접근성이 떨어진다. 또 어떤 부모들은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는 걸 두려워한다. ACS가 수사를 총괄하는 기관이어서 아이를 빼앗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규모가 클 경우 지역 단체와 협력하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미국 아동보호 시스템의 최근 경향은?

10~15년 전부터 차등적 대응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개입해 아이를 부모로부터 분리하기보다 가정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평가해 그에 맞는 도움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가족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미국 시스템의 1차적인 목표는 아동이 집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연방정부에서 보급하는 아동학대 방지 매뉴얼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아동보호 서비스 종사자나 신고의무자 등을 대상으로 만들었다. 아동학대의 정의나 범위, 대응 방식 등이 실려 있다. 어떻게 대응하는 게 방임이나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지 각종 연구들이 나왔다. 매뉴얼을 업데이트할 때 최대한 그런 증거를 기반으로 접근한다.

지난해 괌에서 아이를 차에 두고 간 한국인이 체포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내가 메릴랜드에 살 때 갓난아기를 차에 두고 쇼핑을 했다는 혐의로 한 부부가 재판을 받았다. 아동보호서비스(CPS) 기관이 개입하긴 했지만 아이가 위탁 보호시설로 가지도 않았고 부부의 친권 또한 인정되었다. 아이가 차에 있을 때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고, 쇼핑몰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아이를 차에 두고 갔다는 부부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모든 상황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순위는 예방이다. 또 처음 기관에 사례가 보고되었을 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개입 전에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고 비용도 덜 든다. 스트레스가 높은 가족을 지원해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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