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남녀 차별,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김민아 (노무사) 금융권 대졸 신입 공채 서류전형에서 채용 비리가 발각되었다. 남성 지원자 100여 명의 서류전형 점수를 비정상으로 올려서 여성 지원자 일부를 탈락시켰다. 또 다른 은행에서는 ‘남녀 차등 채용’을 사전에 계획했다. 남녀 응시 비율은 1:1 수준이었음에도 서류전형 단계부터 남녀 비율을 4:1로 정해놓고 공개 심사를 진행했다. 선발된 남녀 비율은 5.5:1이었다.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채용 과정에서 사기업이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건이 처음이 기사 후~폭풍 김은지 기자 장자연 사건을 다룬 제593호 커버스토리 ‘조선일보 방 사장은 누구인가’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조사한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와 관련한 새 진술을 보도했다. 두 사람은 각각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과 아들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2700여 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10년 전 사건이지만 아직 실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계속 취재해달라는 독자들의 당부가 많았다. 5년 전 사건의 피해자를 다룬 기사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임지영 기자가 정리한 땅... [SKY 캐슬]의 최종 승자는? 최지은 (〈괜찮지 않습니다〉 저자)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JTBC 〈SKY 캐슬〉 1회 시청률은 1%대였다. 10회 만에 두 자릿수를 돌파했고, 18회에 이르자 22.3% (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비(非)지상파 드라마의 최고 전국 시청률을 경신했다.신드롬에 가까운 흥행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주효한 것은 이야기의 재미였다. 단순한 인물이 빤히 보이는 함정에 빠져 감정적으로 행동하며 괜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많은 드라마와 달리, 영리하고 경계심 강한 주인공이 그 순간 최선처럼 보이는 선택을 하지만 어떻게 해도 딜레마를 벗어날 수 없는 상 남상아 “록 음악 해왔지만 로커이고 싶지 않다”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허클베리핀 이기용이 만난 뮤지션 ㉗ 남상아 얼마 전 나는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보컬 남상아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7년 여름 내가 속한 밴드 ‘허클베리핀’과 ‘3호선 버터플라이’의 협연 이후 약 1년 반 만이었다. 우리는 함께 만든 ‘허클베리핀’의 첫 번째 앨범 〈18일의 수요일〉에 대해, 그리고 신림역에서 처음 만났던 오래전 그날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었다.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나는 안타까움과 이해와 슬픔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남상아는 1990년대 중·후반 시작된 일본 아닌 일본, 류큐 왕국의 수난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오키나와 나하(那覇) 중심부에 있는 슈리(首里)성에는 200여 년 전, 성에서 열렸던 행사를 재현해놓은 미니어처가 있다. 전통적인 일본 군주 복장이라기보다는, 어딘지 한국이나 중국 복장을 닮은 차림을 한 왕이 궁정 한가운데에 서 있고, 그 앞에 장막이 쳐진 단 위에 중국에서 온 사신 두 명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 왕의 부하들은 멀찍이 물러선 채 무릎을 꿇고 있다. 오롯이 왕 혼자서 중국의 사신을 맞이하는 풍경이다. 이 모습은 오키나와의 옛 이름인 류큐(琉球) 왕국의 왕이 새로 즉위한 뒤, 명나라 천자로부터 책봉서를 받는 모습을... 선거는 왜 ‘19금’인가 김은지 기자 선거는 왜 ‘19금’인가. 선거 연령 하향 운동을 하는 이들의 오랜 의문이다. 김윤송(17) 청소년 활동가도 마찬가지다. OECD 35개 국가 중 19세로 선거권을 제한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다른 나라는 그보다 아래다. 18세를 넘어 16세 참정권을 허용하는 나라(오스트리아)도 있다. 한국에선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은 될 수 있지만 정작 투표를 할 수 없는 나이, 18세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돌아가는 가운데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지난해6월 지방선거를... 불법파견 앞에만 서면 검찰은 왜 작아지는가 이창근(쌍용자동차 노동자) 언덕이 너무 가팔라 펜스를 잡고 걸었다. 회사 안을 보여주겠다는 지회장을 따라나선 길이었다. 구미공단 언덕 위에 위치한 공장은 누런 겨울 잔디만큼이나 삭막했고 오가는 이들도 드물었다. 제품 작업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도 발이 자꾸 미끄러졌다. 오솔길조차 제대로 나 있지 않은, 길 아닌 길을 걷고 있었다.경북 구미에 있는 아사히글라스는 LCD용 글라스를 생산하는 일본계 기업이다. 2005년 설립 당시 정규직 800명, 비정규직 300명이 근무했으며 매출 규모 1조원을 넘길 만큼 내실 있는 기업이었다. 외국계 투자 기업에게 한국은 빨갱이·친일파가 대한민국 지켰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독후감은 읽은 책에 대해 샅샅이 말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다. 디스코텍 천장에 달려 있는 미러볼(mirror ball)이 무수히 많은 작은 거울 조각으로 이루어진 구체(球體)이듯, 텍스트 역시 여러 주제와 화제로 만들어진 다면적인 의미체다. 하므로 그 어떤 독후감도 그 책의 전체를 말한 것이 아니다. 한 번으로 전모가 파악되는 텍스트는 없으며, 여러 번을 통해서도 전모를 구할 수 없는 것이 텍스트다. 책은 무수하게 되풀이 읽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독후감 역시 그렇다. 책은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주제와 화제... 귀성길에 챙겨 가면 고향길이 금방이네 김은지 기자 세뱃돈을 받은 어린이만 마냥 행복할 가능성이 높은 ‘우리 우리 설날’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끼리 안 친해서 묻는 게 뻔한 진부한 인사가 오가는 철이다. “취직 안 하냐” “결혼 안 하냐” “아이 안 낳냐” 따위. 친분을 가장한 상처주기가 갑자기 훅 들어올 땐, 긴급 처방으로 이 칼럼을 읽자.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는 이번 설에 읽어도 좋다. 표제작이랄 수 있는 이 칼럼을 비롯해 김 교수의 에세이·영화평론이 묶인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그런 점에서 귀성길 챙겨 가기 좋은 책이다. 서울대 정... [카드뉴스] 구체적 비핵화 실천과 금융제재 해제 맞교환? 시사IN 편집국 구체적 비핵화 실천과 금융제재 해제 맞교환? 미국의 비건 특별대표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앞두고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동시 병행'을 시사한 바 있다. 북·미 정상은 2차 회담에서 무엇을 주고받을까? === 2월27~28일 베트남에서 열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향한 양측의 외교 노력이 한창이다. === 2월6일 평양을 방문해 실무 협상을 벌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미국 측 협상 기조의 전환을 이미 암시했다. 첫째, 북한의 핵무기 목록 신고를 '비핵화 완... 뉴 보수 오더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카드뉴스] 이 주의 그래픽 뉴스 - 13,050,259 시사IN 편집국 13,050,259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제596호 ‘이 주의 그래픽뉴스’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 〈극한직업〉이 올해 첫 1000만 관객 영화로 등극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6위(2월11일 기준)에 올랐다. 〈극한직업〉은 개봉 15일 만에 1000만을 돌파했다. K의 흔적 없는 ‘텐’ K팝 최전선에 서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하루에도 몇 번씩 ‘K’가 붙은 무언가를 만난다. 케이팝(K-Pop), 케이컬처(K- Culture), 케이푸드(K-Food). 이제는 K가 나인지 내가 K인지 알 수 없이 혼미해진 지금, 가열차게 외쳐본다. 대체 ‘K란 무엇인가’. 한국을 뜻하는 Korea의 K를 딴 것이니 한국적인 무엇인가 싶어 무릎을 치다가도, 그렇다면 대체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의문이 똬리를 튼다. 한복을 입고 고추장을 비벼야 한국적인가? 인터넷이 빠르고 수학을 잘해야 한국적인가? 평생을 바쳐도 명확한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혼돈... [카드뉴스] 갚을 수 없는 돈, 돌아오지 않는 동료 시사IN 편집국 #0 갚을 수 없는 돈 돌아오지 않는 동료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 236명 첫 실태조사 #1 “파업은 본질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 파업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라.” 2017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 #2 문재인 대통령도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손배·가압류의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손배·가압류는 노동 3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처사” 2014년 2월 ‘노란봉투 캠페인’에 참여하며 #3 30.9% 지난 1년간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 손배·가압류 피... 비범한 역사 만든 평범한 시골 전도사 김형민(SBS Biz PD)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다. ‘3·1혁명’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아빠도 거기에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명칭이 중요한 건 아닐 거야. 뭐라고 부르든 1919년 3월1일은 우리 역사의 분수령이라 불러 마땅하니까. 그 이전과 이후의 조선은 확연히 달랐고, 조선 사람들도 그랬지. 일제 통계로 7500명 넘는 사망자를 내며 전개됐던 전국적 항쟁은 일본 경찰의 매질 앞에 흐물흐물하던 사람들의 팔다리에 힘을 불어넣었단다. 칼을 차고 가르치던 일본인 교사들 앞에 주눅 들었던 이들의 머리에 완연한 새바람을 불어넣었지.... 그들은 가난했다 그래서 해부됐다 이상희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 저는 사람 뼈가 필요했습니다. 논문 주제는 고인류였지만 화석을 분석한 결과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고인류와 가까운 종인 현생인류·침팬지·고릴라의 뼈를 분석하고 비교해야 했습니다. 남아 있는 부위보다 사라진 부위가 더 많은 화석 자료와 달리, 비교 자료로 쓰이는 골격은 빠진 부위가 없는 개체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제가 있던 미시간 주에서 멀지 않은 오하이오 주에 위치한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에 적합한 자료가 있었습니다. 박물관에는 고릴라·침팬지 골격과 더불어 인골 수천 구가 소장되어 있었고, 개체마다 사망 당시 나이 문화계 들썩이는 정태춘·박은옥 노래 인생 40년 고재열 기자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92년 장마, 종로에서’)라고 노래했지만 그들을 만난 곳은 늘 거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공연장에서, 촛불집회 현장에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 반대 집회장에서 약속 없이 만날 수 있었다. 이슈의 현장에서 그저 묵묵히 지켜보았다. 언제부턴가 카메라를 들고 나와 현장을 기록했다. 정태춘·박은옥. 그 두 사람이 몇 년간 두문불출했다. 딸의 이혼 때문이었다. 수십 년을 한 몸처럼 붙어 다닌 부부였기에 딸의 이혼은 충격이 컸다. 그의 표현대로라... 우리 안의 ‘타자’ 그들이 사는 세상 글 김동인 기자·사진 신선영 기자 샤오룽바오에 담긴 중산층의 꿈홍세화(36·린궁즈멘관 사장) 대림동에 사는 내국인 주민들이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식당이 있다. 얼마 전 유명 맛집 소개 프로그램 제작진이 벌써 이곳을 촬영해 갔을 정도다. 중국식 칼국수와 샤오룽바오(小籠包)를 취급하는 ‘린궁즈멘관(임공자면관)’이다. 가게 주인 홍세화 사장은 ‘대장부’다. 호탕하고 유쾌하다. 지린시에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한국 식당에서 일하며 돈을 모았다. 신길동 신풍시장에 조그맣게 좌판을 열어 장사를 시작한 것이 점점 규모가 커졌다.“딴 건 몰라도 내가 손맛 하나는 조선족이 많아 치안이 불안하다고? 김동인 기자 지난해 12월11일 KBS 팩트체크K 팀이 ‘조선족은 강력범죄의 원흉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날 저는 서울 대림동 구석진 식당에서 시라지국(시래깃국)을 우물거리며 이 기사를 읽었습니다. 댓글을 살펴봤습니다.“기자님께서 먼저 대림동이나 신풍, 가리봉동 이런 조선족 동네서 살아보시죠. 일주일도 못 살고 도망 나올걸.” “밤에 대림동 가보면 이런 기사 절대 못 씁니다. 쪽수 적은 한국인들만 가려서 시비 걸고, 지들끼리 웃고, 지나가면 성희롱하는 게 조선족 패거리들인데.” “책상에 앉아서 숫자 비교하지 말고 조선족 밀집지 “조선족 커뮤니티는 한국 사회 그 자체” 김동인 기자 박우(37) 한성대 교양교직학부 교수는 윤동주 시인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중국 지린성 룽징(용정) 출신이다. 2005년 한국으로 유학 왔다. 당시 우연한 계기로 서울 가리봉동에서 재한 조선족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자진 출국’ 상담을 돕게 되었다. 그 경험이 박 교수를 재한 조선족 집거지 연구로 이끌었다. 연구 과정에서 재한 조선족 커뮤니티의 중심이 가리봉동에서 대림동으로 옮아가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10여 년에 걸친 참여 관찰 연구 끝에 박사 논문 〈재한 조선족 집거지 사업가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서울대 사회학과, 2017)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