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드림〉, 내 옆에 없는 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외로웠다. 밥을 먹어도 외로웠고 TV를 봐도 외로웠고 게임을 해도 외로웠다. 하품은 전염된다는데 덩달아 하품하는 친구가 곁에 없는 것도 참 외로웠다. 소파에 혼자 앉은 자기 모습이 텅 빈 화면에 반사되는 게 싫어서 얼른 다시 TV를 켰다. “외로우신가요?” 자막과 함께 나오는 반려로봇 광고. 바로 주문. 택배 도착.즐거웠다. 같이 밥을 먹어서 즐겁고 TV를 혼자 보지 않아서 즐겁고 2인용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즐거운 추억을 더 쌓고 싶어 바다에 갔다. 물놀이가 끝난 뒤 나란히 해변에 누워 기분 좋게 낮잠도 잤다. 집에 가 “밥 짓다 열사병 걸려요” 급식 노동자의 숨 막히는 여름나기 [극한 기후, 극한 노동③] 변진경 기자 등갈비찜, 수제 떡갈비, 도라지튀김, 아귀살떡강정, 닭곰탕, 만둣국, 햄모듬찌개, 김말이튀김, 소떡소떡, 왕새우튀김…. 다음 달 식단표를 받아 들면 군침이 도는 대신 공포에 떠는 사람들이 있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 노동자다. 이들의 두려움은 여름철에 더욱 높아진다. 무더위 속 고온의 조리 열기에 정신이 아찔해지고 습도 높은 날 환기 성능이 떨어져 매캐한 연기를 그대로 마셔야 한다. 고온다습·고강도 노동에 줄줄이 퇴사가 이어지지만 환경 개선이나 인력 증원 요구가 좀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그림 2〉는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 [音란서생] ‘록은 죽었다’는 사람들에게 배순탁 (음악평론가) 어떤 재즈 뮤지션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가 받았던 질문을 잊지 않고 있다. 질문의 요지는 이랬다. “재즈가 죽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뮤지션의 대답이다. “그럼, 제가 죽은 사람이라는 건가요?” 반쯤은 농담이겠지만 관점에 따라 이것은 대단히 의미심장한 답변이기도 했다. 우리는 보통 어떤 흐름이 시들해지면 거의 습관적으로 단언하고는 한다. “그건 이제 죽었어.” 그러나 조금만 곱씹어보면 그럴 리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전 재즈 전문 잡지 10월호와 11월호를 쭉 읽었다. 언제나 그 “반려견 입장 가능하십니다.” “와아 감사합니다.” [반려인의 오후] 정우열(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입니다~.아 저기 혹시,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나요?하아아… 아뇨, 죄송합니다. 동물 입장은 안 됩니다.아… 네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아직 가보지 않은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에 갈 땐 먼저 전화로 개의 출입 가능 여부를 묻곤 한다.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들었는지 가게 주인(인지 직원인지 모르지만)의 한숨이 꽤 길었다. 개가 들어와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쪽의 처지는 그럭저럭 알 것 같다. 털이 날릴 것이다. 바닥에 볼일을 볼지 모른다. 짖거나 뛰어다니거나 의자 다리를 물어뜯거나 하여튼 뭔가 말썽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눈부시게 빛나는 스토리텔링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 〉진행자)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⑬ 다시 볼만한 영화 〈툴리〉〈툴리〉감독:제이슨 라이트먼출연:샤를리즈 테론·매켄지 데이비스·론 리빙스턴·마크 듀플래스 나이 마흔. 애가 둘. 그중 둘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의심되는 사내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뱃속에서 셋째 대기 중. 한밤의 진통. 출산. 퇴원. 인생의 제3차 세계대전 발발. 하루하루가 백병전. 집안 전체가 노르망디. 남편은 이번에도 전선 이탈. 언제나 그랬듯이 나 홀로 최전방. 메이데이! 메이데이! 숨이 막힌다. 구조 바람. 메이데이! 메이데이!자, 이런 나에게 누가 이렇게 반야의 거룩한 배 수많은 중생 살렸나니 김형민(SBS Biz PD) 1925년 식민지 조선을 강타한 을축년 대홍수는 가히 20세기 최악의 대홍수로 기억되고 있어. 을축년 대홍수의 시작은 장마철의 끝물인 7월 초였단다. 장마철 빗줄기가 아직 거센 터에 태풍이 휘몰아쳐왔고 1차 물난리가 났어. “1차 홍수는 400㎜에 가까운 집중호우가 내려 한강 이남의 낙동강, 금강, 만경강 유역에 큰 피해를 주었다. 2차 홍수는 약 650㎜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내려 한강 수위가 12.74m에 달하는 사상 최고의 기록을 남겼으며 한강 유역의 영등포·용산·뚝섬·마포·신설동 등지가 침수되었다(국가기록원).” 이후 8... 당신을 기다리는 영화 ‘툴리’의 클라이맥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나이 마흔. 애가 둘. 그중 둘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의심되는 사내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뱃속에서 셋째 대기 중. 한밤의 진통. 출산. 퇴원. 인생의 제3차 세계대전 발발. 하루하루가 백병전. 집안 전체가 노르망디. 남편은 이번에도 전선 이탈. 언제나 그랬듯이 나 홀로 최전방. 메이데이! 메이데이! 숨이 막힌다. 구조 바람. 메이데이! 메이데이! 자, 이런 나에게 누가 이렇게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꿈을 이루신 거예요. 매일 일어나서 같은 일을 하는 것, 당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진한 생의 에너지 고재열 기자 카렌 블릭센, 어니스트 헤밍웨이, 데이비드 리빙스턴, 프레디 머큐리…. 〈시사IN〉에서 진행한 ‘나의 첫 아프리카 여행’의 여정 중 마주친 이름들이다. 우리가 여행한 아프리카는 날것 그대로이기보다 백인들이 발견하고 개발하고 착취했던 ‘화이트 아프리카’에 가깝다. 가장 평균적인 아프리카의 모습을 보여주는 케냐와 탄자니아가 특히 그렇다. 비행기에서부터 그 징후는 나타났다. 인천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행 항공기에는 흑인 일색이었는데, 아디스아바바발 케냐 나이로비행 항공기로 옮겨 타자 백인이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달랐다. 선입관... KTX 해고 여승무원의 육성 고백 “우리는 국가에 두 번 속았다” 글 전혜원·사진 신선영 기자 2018년 5월26일 토요일 아침 메신저로 기사 링크를 받았다.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국정 운영에 협조한 사례로 ‘KTX 승무원 판결’을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답장을 바로 보낼 수 없었다. 정치적 판결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막상 문건으로 나오니 “그럴 줄 알았다”라고 쉽게 답하고 싶지 않았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친구의 죽음이 원통하고 억울했다. 우리나라 사법부가 사람 목숨을 한낱 거래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문건은 그 판결을 “노동 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이라고 표현했다. 처음 “‘최순실 금고지기’ 승진은 박근혜 관심 사항” 이상원 기자 ■ 9월1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52차 공판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지난 7월27일 ‘블랙리스트’ 관련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비서관은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은 〈다이빙벨〉을 상영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다”라고 증언했다. 김소영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2014년 2~3월 이후 ‘지원 배제 대상’ 정리는 정무수석실 업무로 정착된 게 맞나? 김소영:그렇다. 검찰:정무수석실의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이 “문화체육비서관실에서 문화체... 목숨 담보 삼아 달리는 광역버스 조소진 (〈시사IN〉 교육생) 지난 7월9일 광역버스 기사의 졸음운전 사고 이후 버스 기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다. 7월19일 서울과 경기를 왕복 5회 오가는 경기도 지역의 ○○여객 소속 20년차 버스 기사 김덕수씨(가명)의 15시간을 동행했다.오전 8시 김덕수씨가 차고지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마친 뒤 광역버스(직행좌석형 시내버스)에 올랐다. 출발 직전 김씨는 늘 기도를 한다. “실수할 수도 있다.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운이다. 그래서 이게 운수업이라고 우리들끼리 이야기한다.” 경기도 남부지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환자복이 잘 어울리는 남자 변진경 기자 한번 돌리면 멈출 수 없다. 요새 ‘피젯 스피너(선풍기 날개 모양의 작은 장난감)’ 열풍이 뜨겁다.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손가락 위에 스피너를 올려 돌리고 돌리고 돌린다. 다리 떨던 사람, 연필 돌리던 사람, 손톱 뜯던 사람, 머리카락 뽑던 사람들도 제 버릇 버리고 스피너를 돌린다. 이 ‘도는 물건’을 보고 있자니 문득 누군가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졌다. 지난 6월8일 재판정에 앉아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했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잔뜩 쌓인 지우개 가루를 손으로 싹싹 모아 버리기도 하고 물티슈로 박박 닦아... 록 스타의 ‘정식 이름’을 아십니까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장정일 (소설가) 록 스타와 밴드의 평전과 자서전을 나오는 족족 읽었다. 록 음악은 클래식과 재즈로 개종하기 전인 20대 때 좋아했지만 지금은 어쩌다 레드 제플린을 한 번씩 들을 뿐, 이마저도 곧 그만둘 것 같다. 그런데도 록 스타와 밴드에 관한 책을 빠트리지 않고 읽는 것은 추억이 아니라, 음악사회학적 관심 때문이다. 마크 블레이크의 〈Wish You Were Here-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안나푸르나, 2017)는 제목이 암시하고 부제가 가르쳐주듯이 프로그레시브 록을 완성시킨 밴드 핑크 플로이드에 관한 책이다. 그렇... 박근혜 대통령이 처벌 의사 밝힌 걸까? 전혜원 기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인권국가’라고 분명히 할 수 있습니까? 실례지만.”(나무라 가타히로 〈산케이 신문〉 편집위원)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나무라 위원) (…) “(웃으며) ‘인권국가’입니다.”(노 대변인) 10월16일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일본 기자들은 가 ‘우리 공주님’은 언제 왕자를 구할까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그림책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꼭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안산 합동분향소에 나타난 대통령의 왠지 어색한 걸음, 눈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던 굳은 얼굴이 이 책을 소개하고 싶도록 만들었다.이 책은 영국에서 아동문학이 태동하던 19세기 후반의 중요한 작가 중 하나인 조지 맥도날드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모티프로 만들어낸 짧은 판타지 소설이다. 오랜 바람 끝에 마음 다독여준 한없이 투명한 수채화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위로는 어디에서 오는가. 위로가 너무나도 간절한 이때 드는 생각이다. 신에게서? 인간에게서? 통로는 많겠지만, 모르겠다. 당분간은 아무 생각이 안 난다.그러면서 문득 다시 집어든 책이 있다. 〈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 책을 펼치면 다리가 세 개뿐인 개가 나온다. 때로는 ‘자기가 길거리의 걸레라도 되는 줄’ 아는지 온몸이 쓰레기투성이가 되도록 거리를 굴러 권은희 과장이 무고죄로 걸릴 판? 김은지 기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심 선고가 난 2월6일 저녁, 그동안 법정 중계를 담당했던 사회팀 기자들이 모였다. 김 전 청장의 재판을 방청하고 이를 지면으로 중계한 취재기자들은 지면에 담지 못했던 법정 안팎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기자들 이름은 닉네임으로 처리했다(닉네임은 김하영씨 등 국정원 직원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쓴 아이디 가운데 일부를 차 국정원이 ‘아이가 타고 있어요’ 쓸 수 있을까 홍기표 (자유기고가) ‘아이가 타고 있어요’는 참 좋은 슬로건이다. 나는 자동차 뒤쪽 유리창에 붙여놓은 이 말을 볼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그런데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메시지의 본질은 사실 “너무 가까이 붙지 마라! 운전 살살 해라!”라는 위협적 내용이다. 일종의 네거티브 메시지인 셈이다. 자칫 다른 사람에게 심리적인 불편함을 줄 수도 있는 내용을 사람의 가슴을 ‘경마장 가는 길’ 세상이 달리 보이네 최정선 (어린이책 기획·편집자) 일인칭 시점의 글은 일기장을 엿보는 기분이 든다. 다른 사람의 속내를 알아냈다는 생각도 든다. 무심코 그렇게 믿는다. 화자가 어린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 아이가 말한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은 토토이고, 한 번도 말을 본 적은 없지만 말이 좋다고. 말이 좋아서 말 인형 토토를 좋아하는지, 인형이 좋아서 말이 좋은지 알 수 없는 그 아이가 할아버지를 따 시대의 흐름을 바꾼 뛰어난 정치가 문정우 대기자 세상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드는 의문이 있었다. 그 시대에 그 인물이 없었다면 과연 세상이 크게 달라졌을까 하는 점이었다. 역사학자 사이에서도 이런 논쟁은 치열하다. 맥 빠지게도 개인의 역할에 비중을 그리 두지 않으려는 역사가가 적지 않다.이런 생각은 정치 불신을 키우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세상이 다 아는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