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돌리면 멈출 수 없다. 요새 ‘피젯 스피너(선풍기 날개 모양의 작은 장난감)’ 열풍이 뜨겁다.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손가락 위에 스피너를 올려 돌리고 돌리고 돌린다. 다리 떨던 사람, 연필 돌리던 사람, 손톱 뜯던 사람, 머리카락 뽑던 사람들도 제 버릇 버리고 스피너를 돌린다.

이 ‘도는 물건’을 보고 있자니 문득 누군가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졌다. 지난 6월8일 재판정에 앉아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했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잔뜩 쌓인 지우개 가루를 손으로 싹싹 모아 버리기도 하고 물티슈로 박박 닦아내기도 했다는데, 그나마 졸거나 하품하는 시간보다는 훨씬 활기찬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 지루하고도 산만한 풍경은 ‘주 4회 재판 불가론’을 펼치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렷다. 피고인이 “고령의 연약한 여자”이기에 “주 4회 재판이 체력적으로 무리”라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급기야 박 전 대통령을 옴 진리교 교주에 비유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의 옴 진리교 사건은 10년에 걸쳐 겨우 1심이 끝났는데, 국정 농단 사건이 더 중요하고 복잡하면 했지 못하다고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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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고령의 피고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사진)은 6월9일 환자복을 입고 공판에 출석했다. “기력이 없어 사복 바지로 갈아입지 못했다”는 김 전 실장은 “가슴 통증이 있고 언제 어느 순간 심장이 멎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있다”라고도 했다. “나도 내 심장이 언제 멎을지 모르는데…”라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대다수인 가운데 일부는 진심 어린 조언을 하기도 했다. “갑자기 환경이 변하면 심장이 멈출 수도 있으니 거기 그 환경에 쭉 머물러 계시는 게 장수에 도움됩니다.” 혹자는 지난겨울 특검에 출석하는 최순실씨에게 던진 청소 아주머니의 삼창(三唱)으로, 김 전 실장의 지병을 추론해냈다. “염병하네! 염병하네! 염병하네!”


자기 입으로 ‘방송 장악 위기’를 보도하는 MBC에는 무슨 약을 써야 할까? 과거 정권의 힘을 빌려 공영방송을 철저히 망가뜨려놓은 자들이 언론의 자유, 방송의 독립 운운하는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은 진심으로 ‘뿜었다’. 특히 “정권교체 한 달 만에 공영방송사 경영진 교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언론 통폐합을 앞세워 언론을 장악했던 5공 군사정권과 닮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라는 MBC 리포트에 누리꾼들의 깨알 댓글이 이어졌다. “이러려고 MBC가 코미디 프로를 안 하는구나!” “전두환을 고급지게 디스하는 건가” “삼청교육대 초등교육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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