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독자는 티 났다 문정우 기자 인천공항은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가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시사IN〉 창간 10주년 몽골올레 걷기 행사(7월26~30일)에 참여하려고 대기하는 독자는 금세 티가 났다. 조용히 책에 코를 빠뜨리고 있으면 영락없이 〈시사IN〉 독자였다.그렇게 서로의 존재감을 진하게 확인하면서 몽골 여행은 시작됐다. 게이트가 하나밖에 없는 칭기즈칸 공항은 시골 역처럼 정겨웠다. 몽골 국적 항공사가 예약을 초과해 승객을 받는 바람에 시비가 붙어 공항에 한 시간 이상 발이 묶여 첫날 일정이 숨 가빴다. 다행히 저녁 8시가 넘어서도 북극의 해가 넘어갈 줄 나는 삼성의 진짜 주인을 안다 문정우 기자 예전에 〈중앙일보〉 고위직을 지낸 이에게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가 고백하기를 자신에게는 삼성 이건희 회장한테서 비밀리에 부여받은 임무가 있었는데, 그것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감시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회장이 자기 처남을 인간적으로도, 일로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혹시라도 〈중앙일보〉나 삼성까지 넘보지 않을까 싶어서 항상 경계한다는 말도 했다. 처음에는 이 말을 듣고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한테서도 그와 맥이 닿는 얘기를 들었다. 1999년 〈... 모래가 멸종 위기 자원이라고? 문정우 기자 고생물학자는 망치 하나 들고 온 세상을 헤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북극과 남극, 그리고 적도에서까지 주변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땅만 바라보며 기어 다닌다. 그들에게는 사암 위에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작은 이빨 조각 하나가 무엇보다 소중하다. 자연 풍광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포스를 뿜어내는 이 작은 존재가 고생물학자들을 금방 바다에서 기어 올라와 육지에서 살기로 결심한 육상 생물 공통 조상의 화석으로 안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빨은 희생자가 범행 현장에 간신히 남겨놓은 희미한 증거와 같다. 이 작은 흔적이 노련한 수... 교활한 신독재의 등장 문정우 기자 오랜만에 체코 출신의 언론인이자 작가이며 공산주의자였던 율리우스 푸치크가 쓴 책 〈교수대의 비망록〉을 펴들었다. 잉크가 아니라 피로 썼다고 표현해야 옳을 만한 책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점령하의 프라하에서 반나치 투쟁을 벌이다 체포돼 사형당하기까지 1년5개월에 가까운 고난의 여정을 스스로 정밀하게 묘사했다. 나치에게 처형당한 당사자가 남긴 드문 기록이다. 그가 감옥에서 담배 은박지에 새긴 글을 바깥세상으로 빼돌리려고 간수와 동료 죄수, 그리고 이름 모를 숱한 운반책들이 목숨을 걸었다. 그의 책을 다시 펴든 까닭은 새삼 ... 남녀 구분, 깔끔하지 않아요 문정우 기자 때로는 질문이 전부다. 그 자체가 수많은 답을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천재로 불리는 이론물리학자이며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에르빈 슈뢰딩거는 말년에 과학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의문을 던졌다. ‘원자는 왜 이토록 작아야만 했을까.’ ‘사과는 왜 땅에 떨어지는가’라는 아이작 뉴턴의 발상에 지지 않는 신선한 물음이었다. 그가 이런 질문을 던진 까닭은 원자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우리 몸은 원자에 비해 왜 이렇게 커져야만 했는지, 결국 생명이란 무엇인지 이 질문을 통해 접근해가기 위해서였다... ‘다름’을 응징하는 사회 문정우 기자 당신은 사랑하는 자녀가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교육에는 양면성이 있는데, 훈육과 지지이다. 우리는 아이에게 지식과 규범을 가르치며 변화를 꾀하기도 하지만 잘났든 못났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아이가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애쓰기도 한다. 이 두 가지 면은 종종 서로 충돌하는데 아이가 특별한 경우 부모는 더 큰 혼란에 빠진다. 다름을 응징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 차이를 축복해야 하는가. 사회부 기자 초년생 시절에 트랜스젠더(정확하게 말하면 타고난 성을 남자에서 여자로 바꾼 트랜스우먼)를 깊이 있게 취재할 기회가... 묻지마 핵무기 개발사 문정우 기자 핵 문제를 이해하려면 무기 개발사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핵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금 세계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무엇인지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핵 개발은 순서에 따라 이루어진다. 핵분열폭탄(원자폭탄·원폭)의 연구와 실험에 이은 실전 배치, 핵융합폭탄(수소폭탄·수폭)의 연구와 실험에 이은 실전 배치라는 단계를 밟아나간다. 이 과정에서 핵무기를 실어 나를 효과적인 운반체를 만들면 무기체계가 완성된다. 운반체로는 전폭기, 잠수함, 탄도미사일 등을 들 수 있다. 운반체에 얹어 장거리를 실어... 세계를 떠도는 ‘핵’이라는 유령 문정우 기자 지난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때 힐러리 클린턴이 했던 얘기가 잊히질 않는다. “여러분을 트위터에서 낚는 그 사람은 핵무기를 맡길 만큼 믿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대선을 앞두고 라이벌을 향해 무슨 험한 말인들 못할까마는 문제는 공화당 의원 가운데도 힐러리 클린턴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를 밀었던 플로리다 주의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조차 트럼프에게 핵무기 발사 코드를 맡기는 걸 내내 찜찜해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대통령 선거에 온 신경을... 4차 산업혁명 운운이 불편한 이유 문정우 기자 대통령 선거 레이스에 나선 거의 모든 주자가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하는 걸 듣기가 거북하다. 대통령 선거전도 유행을 타는지 지난번에는 모든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합창하지 않았던가.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당선한 대통령이 전형적인 과거형 정경유착 비리를 저지르고 쫓겨나고야 말았다는 게 웃프다. 이번에는 모든 주자가 대한민국이 첨단 사이버 기술에 올인해야 한다고 말하는 마당이니 ‘다음에는 또 어떤 굴뚝형 부패를 목격하게 될까’ 걱정해야 하는 걸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만두자마자 그렇게 건져내기 힘들었던 ... 국제사회에서 ‘쩍벌남’이 된 중국 문정우 기자 진화론자는 종종 이 세상을 창조한 지적설계자가 정말 있다면 지나치게 딱정벌레를 좋아하는 매우 뒤틀린 존재일 것이라고 비꼬곤 하는데, 일리가 있다. 이해하기 힘들게도 전체 생물종의 5분의 1이 딱정벌레(35만 종이 넘는다)이며 자연계에서는 엽기적인 일이 너무나 흔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 지적설계자는 혈기 왕성한 곤충과 그 곤충의 뇌에 알을 슬어 미쳐 죽게 하는 기생충을 동시에 만드는 변태 성향을 지녔다. 봄이 되면 티베트의 남녀노소를 산으로 내모는 힘이 바로 자연계의 그런 잔혹한 일면이다. 티베트 초원에 여름이 오면 해질녘 ... 중국은 이러려고 혁명을 했을까 문정우 기자 1970년대에 대학을 다닌 분 가운데는 나 같은 이가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유신 독재 아래 숨도 못 쉬던 시절 나는 진심 중국(그때는 중공이라고 불렀다)이 부러웠다. 중국 인민은 자기 힘으로 외세를 물리치고 공화국을 세우지 않았던가.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수천 년간 인민을 착취해온 악질적인 지주와 탐관오리들을 시원하게 응징했다. 그들은 원주민과 흑인을 말살하고 차별한 미국과 유럽의 백인과는 달리 소수민족을 오히려 우대한다고도 했다. 그때는 문화대혁명마저 불치병에 가까운 인간의 탐욕을 집단 교육을 통해 통제하려는 대실험쯤으로... 황교안 권한대행도, 최순실씨도 힘내시라 문정우 기자 정치인이나 유명인이 던지는 인상 깊은 한마디를 영어로 사운드 바이트(sound bite)라고 한다. 본래는 긴 인터뷰 내용을 짧게 요약한 한마디를 뜻한다. 늙으나 젊으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코 박고 사는 요즘은 그야말로 사운드 바이트의 세상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이 사운드 바이트가 괴력을 발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대선이 당겨질 것이 확실해지면서 짧은 메시지가 횡행한다. 미국의 철학자 잭 보웬은 바로 이 단문을 읽어내는 데 독보적인 경지를 개척한 인물이다. 그는 경쾌하지만 소... 박근혜 게이트보다 해로운 조류독감 문정우 기자 조류독감이 번져 3000만 마리가 넘는 가금을 도살했다는 사실과 박근혜 게이트 중 어떤 게 더 심각한 뉴스일까. 박근혜 게이트가 가볍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뉴스가 한쪽으로만 쏠리는 게 아쉽다. 박근혜 게이트는 한 나라의 문제이지만 이 조류독감은 인류라는 종 전체가 당면한 도전이다. 이것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유행한다면 그 피해 규모는 정치 스캔들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 것이다. 방역 담당자들이 가금을 가스로 질식사시켜 땅에 파묻는, 섬뜩하기 이를 데 없는 장면을 이 행성에 연출한 장본인은 바이러스다. 더 정확하게 말하... 허약한 ‘닭 공장’을 조류독감이 덮치다 문정우 기자 닭은 생각하게 만드는 동물이다. 횃대에 올라앉은 수탉이 새벽을 깨우면 시인은 역사가 시작된 태곳적의 광야를 떠올리곤 했다. 잠깐의 허기를 메워줄 간식거리로만 여겼던 달걀에서 생명이 뛰쳐나오는 걸 처음 봤을 때 누구라서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태양을 닮은 노른자를 품은 알은 우리의 감성을 우주가 시작된 그 혼란한 어둠 속으로 이끈다. 이집트의 ‘사자의 서’, 인도의 ‘리그베다’, 그리스의 ‘오르페우스 신화’, 고려의 〈삼국유사〉를 써내려간 옛 현인들이 모두 그처럼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강렬한 영감에 사로잡혔음에 틀... 광화문에 가면 칼과 저울이 있다 문정우 기자 광화문광장 촛불 속에서, 박근혜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 중계를 들으면서 계속 법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우리에게 법은 무엇일까. 1215년 영국에서 대헌장이 공포된 때만큼이나 지금 우리는 법치에서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고 생각했다. 대헌장은 라틴어로 돼 있고 뜻도 모호해 실제로는 해독하기 어렵다는데 제39조만은 언제 읽어도 힘 있다. “자유민은 그와 동등한 자의 적법한 판정에 의하거나 국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금되거나, 재산이나 법적 보호가 박탈되거나, 추방되거나 다른 방법으로 침해당하지 않으며 우리... 촛불의 바다에서 피델의 부음을 듣다 문정우 기자 11월26일 4차 촛불집회가 열리던 밤, 시위대 틈에 끼어서 차량이 사라진 광화문 네거리를 걷는데 전광판에 그가 죽었다는 뉴스가 떴다. 90세였다. 대한민국이 다시 불의한 권력에 치를 떠는 이때 1970~1980년대 젊은이들에게 독재에 항거할 힘을 불어넣어준 바로 그 사람의 부음을 접한 것은 공교로운 일이었다. 쿠바의 아주 오래된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바로 그 사람 말이다. 새삼 우리가 거리에서 참 오래 싸운다고 느꼈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카스트로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는 1959년 정월 초... 스모킹 대포가 들려주는 이야기 문정우 기자 특정 범죄나 사건의 진상을 설명해주는 명백한 증거를 ‘스모킹 건’이라고 한다. 1893년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스 시리즈물 〈글로리아 스코트호〉에 등장한 ‘연기가 올라가는 권총(smoking pistol)’이란 표현이 살짝 변형됐다. 미국에서 닉슨 대통령의 탄핵 소추가 한창 진행 중이던 1974년 7월14일 〈뉴욕 타임스〉 칼럼에 등장해 요란하게 부활한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이 유행한 것은, 워터게이트 사건 때는 정황 증거는 많았지만 ‘깊은 목구멍(deep throat)’이라고 불린 내부자의 제보 외에는 결정적 한 방이... ‘박근혜 검찰’한테서 최순실을 빼앗자 문정우 기자 국가 전체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해야 할 지경이다. 환란이나 대지진보다 더 엄혹하다. 위기에 대처할 시스템 자체가 망가졌다. 방어 체제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녹화 사과’를 한 데다 국민이 받아들이기 힘든 개각을 하는 바람에 정부청사 전체가 마비되게 생겼다. 당연히 국가의 시급한 현안마저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은 경제 위기도 국가부도를 부를 수 있다. 메르스나 세월호 참사 같은 큰 사건이 다시 터진다면 수습 불가의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나쁜 일은 혼자 오지 않... 그 아버지에, 그 아버지보다 못한 딸 문정우 기자 역사에는 한없이 복잡해서 답이 없어 보이는 문제를 관통하는 기본 원리를 알아내는 이들이 드물게 나타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인류는 그동안 얼마나 무지몽매했는지 깨닫고는 새삼 놀랐다. 19세기 초 지질학계는 근본 문제를 놓고 끙끙댔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세계에서 가장 깊은 스위스의 비코스 협곡, 설악산의 천불동계곡 같은 장엄한 단층을 누가 만들었느냐는 것이었다. 다수의 학자들은 어느 시기 지구에 닥친 엄청난 격변이 순식간에 이와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으리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던 중 영국의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은 영겁의 세... 유구한 ‘뻘짓’, 대북 정책 문정우 기자 생각하면 기막힌 노릇이다. 아버지는 6·25 때 징집돼 생사의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기고 6년 넘게 군에서 복무했다. 나는 3년 가깝게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리가 왕왕 울리는 서부전선 철책 근처에서 근무했다. 첫째 아들은 공군에 지원해 2년간 백령도에서 제대하는 순간까지 북쪽에서 포탄이 날아올까 봐 전전긍긍했다. 둘째 녀석도 나이가 차서 입대를 앞둔 형편이다. 우리 3대가 군에 바치는 세월이 13년이 넘는 셈이다. 신의주 출신인 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끝내 북에 남겨놓은 친지들 얼굴 한번 못 보고 돌아가신 지 오래다. 제국의 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