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정당 10년 한 게 알고 보니 남들 참고서 만들어주는 일이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내놓은 복지 정책 시리즈를 보며 농담 반 진담 반 이렇게 푸념했다.

요즘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분위기가 딱 이렇다.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 등 자신들이 제기해온 의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이 한편으로 반가우면서도, 당장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꾀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걱정해야 하는 국면이 됐다.
 

ⓒ뉴시스이정희 민노당 대표(오른쪽)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왼쪽)는 진보 정당 연대를 꾀한다.

진보 정당은 우선 민주당식 복지 공약의 허점을 공략하며 차별화를 시도한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정면으로 증세 이슈를 들고 나왔다. 민주당 주류가 그것까지 따라오기는 부담스럽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복지 시리즈는 수요자에게 지원을 해줘서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만 집중할 뿐이다. 이대로는 세금으로 사업자들 배만 불리는 정책이 된다. 국가가 나서서 의료·보육 공급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노당·진보신당·사회당은 민주노총 등 진보 진영 사회단체와 함께 ‘새로운 진보 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 테이블을 꾸렸다. 핵심 의제는 단일 진보 정당 건설이다. 두 당 모두에서 통합에 시큰둥한 정파가 있어 난항을 예측하는 목소리가 많다.

각 당의 간판 정치인들도 통합 논의를 두고는 미묘하게 견해가 갈린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진보 정당 통합보다는 민주당과의 야권 연대에 더 무게중심을 둔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 많다. 진보신당 노회찬 전 대표는 지역구 활동에 주력하고 있고, 심상정 전 대표는 정계 개편과 관련해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편이라고 알려졌다. 진보 진영과 ‘가까운 듯 먼 사이’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은 3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해, 곧 당 대표로 취임하리라 전망된다. 〈한겨레〉 인터뷰에서 유 원장은 진보 통합 논의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쌓은 신뢰를 근거로, 진보 진영 정계 개편을 위한 유시민·심상정 연대설이 나오기도 한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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