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진흙에 던져진 유승민 연꽃을 피울까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증언자


최경환 씨는 알까? 중진공의 애틋한 마음을


철학의 빈곤, 막말 수준의 언사


‘대륙의 실수’ 바람 한번 거세네


집밥이 별건가유 이렇게 하면 쉽쥬?


동양인 편견에 대한 결정적 한 방


세 살배기 주검 앞에 지구가 울었다


흙수저 입에 물고 ‘노오력’ 해봤자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이었다. 백종원 외식사업가(49)는 방송가를 점령하기 전부터 ‘알게 모르게’ 익숙했다. 단지 배우 소유진의 남편이라서는 아니다. 우삼겹과 대패 삼겹살을 처음 도입했다는 그가 관여한 요식업 브랜드만 40여 개. 전국망 프랜차이즈 ‘새마을식당’에서 고기를 주문하려면 그의 얼굴을 볼 수밖에 없다. 그의 사진이 실내 벽면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커피 열풍을 이끈 ‘빽다방’ 간판에도 백씨의 얼굴은 빠지지 않는다.

올 한 해, 우리는 뽀글뽀글 라면 머리에, “쉽쥬?” “맛있쥬?” 따위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이 중년 사내에게 빠져들었다. ‘먹방’ ‘쿡방’의 트렌드에서 그는 대체 불가능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며 전문 예능인의 자리를 위협했다. 문화계 ‘올해의 인물’ 후보로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 신경숙 작가 등이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백종원을 선정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단지 떠오르는 스타에 머무른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침투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3분 요리’와 라면이 고작이었던 20대 자취생부터 중년 남성은 물론 수십 년 요리 베테랑인 60대 주부까지 그의 레시피를 따라 했다.

ⓒTvN 제공tvN 〈집밥 백선생〉에 출연 중인 백종원씨.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이었다. 거기서 그는 어눌한 말투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공개하며 출연진 가운데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슈가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때였다. 설탕을 안 넣어서 맛없는 것보다 넣어서 맛있는 게 낫지 않으냐는 항변은 그간 설탕 대신 매실액을 쓰라는 조언에 익숙해졌던 사람들에게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칼로리가 낮은) ‘하프’를 먹을 거면 뭐하러 마요네즈를 먹느냐는 대꾸 역시 다이어트 콜라에 대리 만족하던 사람들을 뜨끔하게 만들었다.

대단한 음식을 선보이는 건 아니다. 김치볶음밥, 카레, 칼국수 등 평소에 흔히 접하는 메뉴다. 특징은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점(“쉽쥬?”). 거기다 요식업계의 강자답게 밖에서 먹는 것 같은 팁을 하나 더한다(“고급지쥬?”). tvN 〈집밥 백선생〉에서 그의 요리 철학은 더 심화된다. 요리 초보인 남자 연예인들과 꾸려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새로운 의미의 집밥을 이야기한다.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집밥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의미의 집밥이다. 1인 가족을 고려한 레시피부터 주부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요리까지 다양하다.

요식업계의 미다스 손이 이뤄낸 집밥의 진화

그런 그가 고등어를 재료로 쓰면 이튿날 고등어가 동나고, ‘만능 간장’을 만든 다음 날에는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백종원표 만능 간장’이 종일 오르내린다. 요식업계의 미다스 손이 뜻밖에 이뤄낸 건 집밥의 진화였다. 물론 인지도를 얻은 그의 사업체도 승승장구 중이다. 그런 한편 올리브TV 〈한식대첩〉이나 SBS 〈백종원의 3대 천왕〉에서는 왜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마다 조리법에 차이가 있는지, 음식의 기원이 무엇인지, 재료는 어떻게 다른지 남다른 전문성을 보여준다. 요식업계에 몸담은 그가 평생 관심 가져온 주제이기 때문이다.

호감의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한때 “외식업체는 싸구려 식재료로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백종원도 그 정도 수준의 음식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혹평했다. 지난 7월에는 아버지가 성추행 혐의로 구설에 오르자 〈마리텔〉에서 하차했다. 운영하는 기업의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도마 위에 오르는 등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최근 그가 친정 〈마리텔〉에 돌아왔다. 복귀 메뉴는 남은 중국집 음식 활용하기. 공백이 무색하게 우승을 거머쥐었다. 제작진과의 의리로 한 번만 출연하는 거라고 선을 그으며, 그렇게 그는 〈마리텔〉의 전설이 되었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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