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진흙에 던져진 유승민 연꽃을 피울까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증언자


최경환 씨는 알까? 중진공의 애틋한 마음을


철학의 빈곤, 막말 수준의 언사


‘대륙의 실수’ 바람 한번 거세네


집밥이 별건가유 이렇게 하면 쉽쥬?


동양인 편견에 대한 결정적 한 방


세 살배기 주검 앞에 지구가 울었다


흙수저 입에 물고 ‘노오력’ 해봤자

 

12월10일 레바논 베이루트의 라픽 하리리 공항에서 출발한 캐나다 공군 수송기가 시리아 난민 163명을 태우고 캐나다 토론토의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손님맞이로 분주했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까지 직접 공항에 나와서 난민들을 맞이했다. 당시 캐나다의 어린이 합창단이 부른 이슬람 전통 노래 ‘탈라 알 바드루 알라이나(Tala’ al Badru’ Alayna)’는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400여 년 전 메카에서의 포교 활동에 실패한 예언자 무함마드가 메디나로 이주했을 때 메디나 주민들이 그를 위해 불렀던 노래다. 그의 고향 메카를 떠나온 예언자 무함마드를 환영하고 희망을 갖는다는 내용이다.

〈시사IN〉이 올해의 국제 인물로 선정한 아일란 쿠르디(3)는 이 환영을 받지 못했다. 지난 9월 터키 보드룸 해안가에서 빨간 셔츠를 입은 시리아 난민 아일란은 익사체로 발견됐다. 꼬마 난민 아일란이 가려던 최종 정착지가 캐나다였다. 아일란 가족은 지난 6월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망명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캐나다행을 포기한 아일란의 가족은 유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는 배에 탔다가 좌초해 형과 어머니, 그리고 아일란이 목숨을 잃었다.

ⓒAP Photo아일란 쿠르디(위) 죽음 이후 비로소 국제사회가 난민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게 되었다.

세 살밖에 안 된 아일란의 비극적인 죽음을 계기로 국제사회가 비로소 난민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다. 내전 기간 5년 동안 20만명이 넘게 죽었어도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지 못했던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도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거대한 여론이 조성되었다. 유럽은 굳게 닫았던 문을 속속 열고 난민을 받아들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 100만명 이상의 입국을 허락한다는 결단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영국·프랑스·오스트리아 등 대다수 유럽 국가들이 난민 수용 대책을 내놓느라 부산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난민의 분산 수용을 제안했고 유럽 각국은 이에 호응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잠시, 지난 11월 발생한 파리 연쇄 테러 용의자 중 2명이 난민을 가장해 그리스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온 것이 드러나면서 분위기는 180° 바뀌었다. 유럽 각국이 테러에 대한 경계를 이유로 다시 난민 유입을 꺼리게 된 것이다. 헝가리 등 여러 유럽 국가들이 국경에 철제 울타리를 치는 등 난민에게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경에 철제 울타리를 치는 것은 솅겐 조약(유럽 각국이 국경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조약)을 위협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 지난 12월13일 난민 수용과 관련해 과감한 결단력을 보였던 메르켈 총리조차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 수를 분명히 줄이겠다. 어떤 강한 나라라도 난민들을 무제한으로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라고 선을 그음으로써 유럽의 난민 사태는 겨울 한파와 더불어 다시금 얼어붙었다.

“다른 아일란들이 대신 꿈 이루길”

이때 들려온 캐나다 정부의 난민 입국 허용은 그나마 세계가 아직은 아일란에게서 촉발된 시리아 난민에 대한 관심을 기억하고 있음을 알리는 따뜻한 뉴스였다. 가족을 잃고 터키 이스탄불에 머물고 있는 아일란의 아버지 압둘라 씨는 캐나다로 이주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우리 가족의 죽음이 다른 많은 난민 가족에게 문을 열어줬다. 어린 아일란이 이루지 못한 꿈을 다른 아일란들이 이루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세계가 캐나다처럼 “알란 와 살란(Ahlan, wa Sahlan:당신을 가족처럼 여기니 내 집에서 편히 쉬세요)”이라 외치며 아일란들을 맞이하는 날이 새해에도 이어지길 그는 기대한다.

아일란 외에도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와 영국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 동성혼 합헌 판결을 내린 미국 연방대법원, 아웅산 수치 미얀마 야당 대표, 첫 참정권을 행사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등이 국제 분야 올해의 인물 후보에 올랐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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