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진흙에 던져진 유승민 연꽃을 피울까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증언자


최경환 씨는 알까? 중진공의 애틋한 마음을


철학의 빈곤, 막말 수준의 언사


‘대륙의 실수’ 바람 한번 거세네


집밥이 별건가유 이렇게 하면 쉽쥬?


동양인 편견에 대한 결정적 한 방


세 살배기 주검 앞에 지구가 울었다


흙수저 입에 물고 ‘노오력’ 해봤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자신이 인턴으로 데리고 있었던 청년이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부정 채용’된 일과 자신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당시 관련자들 사이에서는 국정감사나 검찰수사 과정에서 “최경환이가 데미지를 입으면 흔들린다” “최경환 의원이라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거잖아요”라는 얘기들이 다급하게 오간다. 〈시사IN〉이 입수한 ‘최경환 인턴 취업 사건 내부자들’ 사이의 대화 내용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면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사실만 나열해보자. 지난 10월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과 김범규 전 부이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2013년 중진공 공채에서 최경환 의원실 인턴 출신 황 아무개씨가 부정 채용됐다는 감사원 보고서(〈시사IN〉 제427호 ‘2299등이 정규직 되는 법’ 기사 참조) 때문이었다.

최 부총리의 인사 청탁이 있었는지를 캐묻기 위한 증인 소환이었다. 박 전 이사장은 다리를 다쳐 나오지 못한다고 했다. 증인 출석 6시간 전이던 당일 오전 10시, 김 전 부이사장은 중진공 상위 기관인 중소기업청의 한 고위 간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연합뉴스최경환 의원실 인턴 출신이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부정 채용된 일과 관련해 최경환 부총리는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고 부인한다.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최 부총리는 아직 검찰 수사를 받지 않았다.

중기청 간부:근데 꼭 (국감장) 가셔야겠어요?

김범규:(불출석은) 제 양심이 허락 안 해요.

국감 불출석 종용이었다. 국감 증인 출석 방해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징역 3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지만 이 중기청 간부는 “다른 사람들 생각해서 (출석) 안 하시는 게 제일 좋을 거 같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김 전 부이사장이 그래도 출석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그는 ‘가이드라인’을 줬다.

중기청 간부:최경환 의원이라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잖아요. ‘누구한테 부탁받았는지 나는 모른다’ 정도까진 가능하지만, 실명 거론은 지금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거 아닙니까. 오시겠다 하시면, 제가 말씀드린 그 선을 넘어서면 안 되거든요.

중기청 간부까지 나서서 그토록 막으려던 발언은 무엇이었을까. 10월8일 국감에 출석한 김범규 전 부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2013년 공채 당시) 제가 최경환 의원실에 인턴 출신 황씨 불합격을 알리자, 이사장이 직접 보고하라고 했다. 이사장은 최경환 의원실에 다녀왔고, 불합격을 전달하러 갔는데 돌아와서 ‘그냥 시켜라’ 해서 입사가 됐다.”

김범규 부이사장의 폭로로 최경환 부총리에 대한 의혹이 커지던 무렵인 지난 10월22일. 이번에는 임채운 현 중진공 이사장이 권 아무개 전 중진공 운영지원실장을 만났다. 권 전 실장은 이번 사건으로 유일하게 감사원에서 정직 처분을 받은 인물이다. 검찰 조사를 앞둔 그에게, 임 이사장은 또다시 최경환 부총리를 언급했다.

임채운:최 부총리가 살아야, 너도 (산다). 내가 오늘 (너) 만난다고 (최경환 쪽에) 이야기했어. 너 녹취 안 하지? 그래서 부총리나 기재부가 너한테 연락할 수가 없어. 오해가 되기 때문에.

임 이사장은 여러 차례 권 전 실장의 ‘노력’을 강조했다. 맥락으로 노력이 의미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임채운:내가 (최경환 쪽에) 얘기했어. ‘권이 무혐의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지? 내가 (최경환 쪽에) 개런티한다 했다. ‘(최경환 쪽도) 노력해라.’ 그랬더니 (최경환 쪽에서) 권이도 노력해야 한다고 얘기. (중략) 최경환이는 실세야. 살아 있어.

이미 검찰 압수수색을 당한 권 전 실장의 가장 약한 고리는 기소 여부였다. 이에 대해 검사도 아닌 중진공 현 이사장이 ‘무혐의’를 운운했다. 최 부총리 쪽에 유리한 증언을 해야 법적 조치를 피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 말이다(임 이사장의 발언 전문은 〈시사IN〉 온라인 기사 ‘“최경환이 살아야 너도 (산다)” 녹취록 전문 공개’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실상 검찰 조사를 앞둔 권 전 실장에게 주는 가이드라인이다.

권 전 실장에 대한 ‘단속’은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최경환 인턴 취업 의혹’이 윗선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권 전 실장의 증언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11월12일 중진공의 한 관계자 ㄱ씨도 권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중진공에 최경환 의원실 출신 황씨를 소개한 사람이다. 전날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온 ㄱ씨는 권 전 실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중진공 ㄱ씨:내가 이따 저녁때 (최경환 부총리실 비서관)하고 만나거든. 하고 나도 통화를 할 수가 없어. 다른 비서관 통해서 저녁에 만나기로 했어. 그쪽(최경환 부총리실)에서 나한테, 권 실장한테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하면서. 다 끝나고 보자고 하더라고.

중진공 ㄱ씨는 최경환 부총리실 비서관 실명을 거론하며, 그쪽에서 권 전 실장을 신경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또한 수사 내용을 전달하면서 최경환 부총리실과 말을 맞춘 정황도 알려줬다.

중진공 ㄱ씨:내가 어제 (검찰) 들어가기 전에 (최경환) 부총리실하고 사전에 다 조율하고 들어갔거든. 한 반나절가량 이상 조율을 하고 들어갔어. 이렇게 이렇게 답변하자. (중략) 이 ‘(검찰) 가서 절대로 (최경환 인턴 출신 황씨를 중진공에 소개한) 채널을, 지역구로만 해주십시오. 이쪽도 다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최경환 부총리실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도 한다.

중진공 ㄱ씨:내가 한테 듣기로는, (최경환) 부총리실에서는 검찰 쪽에다가 어느 정도 선을 대놓고 있는 거 같아. 크게 번지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거 같은데.

이러한 녹취 내용이 알려진 후 나온 관련자들의 해명은 대동소이하다. 녹취가 있기에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못했다. 취지가 오해되었다고 해명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범규 전 부이사장의 국감 발언을 막으려 한 중기청 간부는 〈시사IN〉과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모르는 내용이다”라고만 말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최경환이 살아야 너도 산다’고 한 임채운 중진공 현 이사장은 보도자료를 내 “순전히 개인 생각으로 최경환 부총리를 보호해야 권 실장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도 최소화할 거라는 취지의 말이었다. 기획재정부나 (최경환) 의원실 등의 부탁을 받거나 한 것은 전혀 없다”라고 해명했다. 중진공 ㄱ씨는 〈시사IN〉과의 전화통화에서 “검찰 조사 전후로 최경환 의원실과 연락한 적이 없다. 일부러라도 안 했다”라고 녹취 내용을 부인했다.

〈시사IN〉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최경환 인턴 취업 의혹’에 관련된 인사들은 수면 아래서 한결같이 같은 방향을 향해 뛰었다. 그러고는 관련 내용이 공개되자 자신이 오버했거나 오해받을 상황을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의혹이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검찰 수사에서 최경환 부총리는 아직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최경환 인턴 취업 의혹’ 일지
2013년    6월7일      중소기업진흥공단 공채 시작
          6월28일     ‘최경환 인턴’ 출신 황 아무개, 1차 서류 2299등이지만 통과
          7월31일      최종 면접 후 불합격 결정
          8월1일       “박철규-최경환 만남”(김범규 전 중진공 부이사장 국감 증언)
          8월2월       황씨 최종 합격
2014년    10월13일     감사원 감사 시작
          11월21일      “박철규-최경환 긴급(회동) 주선” (중진공 내부 인사 텔레그램)
2015년    5월19일       감사원 ‘최경환’ 대신 ‘외부’라고 명기한 보고서 공개
          8월3일       감사 결과에 따라, 권 아무개 실장 정직 1개월 처분
          9월14일       국정감사 첫 문제 제기
          10월8일      김범규-중소기업청 간부 국감 당일 전화 “꼭 (국감장) 가야겠나?”
          10월22일     권 실장-임채운 현 중진공 이사장 만남 “최경환이 살아야 너도 (살아)”  
          11월12일      권 실장-중진공 간부 전화 “부총리실에서 검찰에다 선을 대놓는 거 같다.”

기자명 김은지·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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