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눈을 감을 수 없소 아산/글 정희상 기자·사진 조남진 기자 지난 3월28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에 자리한 성재산 기슭에서 유해 발굴 작업이 공개됐다.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한국전쟁 당시 부역 혐의로 집단 희생된 아산 지역 주민들의 유해를 찾아내기 위해 3월7일부터 20여 일간 진행한 유해 발굴 현장이었다. 한국전쟁 시기 부역 혐의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유해 발굴 사업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폭 3m, 길이 14m 방공호를 파내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골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빽빽한 상태로 매장된 유골들은 대부분 다리가 L자로 구부러진 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특허권 강탈 사건의 진실 정희상 기자 경남 김해시에 사는 신용보씨는 박정희 정권을 상대로 2대에 걸쳐 무려 51년 동안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고 신씨네가 군사독재에 맞섰던 민주화운동가 집안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시민으로 특허기술 개발을 통해 나라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가던 중소 사업가 집안이었다. 대체 그들은 박정희 정권에 무슨 억울한 사연을 갖고 있기에 오랜 세월 신원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을까.사건의 발단은 신용보씨의 부친 고 신경식씨(2015년 작고)가 1962년께 발명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섬유 가공기술 특허에 북한 출신 납치 소년, 67년 한을 풀었다 정희상 기자 남한 특수부대원들에 의해 납치된 북한 소년 김주삼이 67년 만에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다. 1956년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김씨는 그해 10월10일 밤 고향인 북한 황해도 용연군 용연읍 자택에서 잠자던 중 몰래 침투한 한국 공군 특수부대에 의해 납치됐다. 이어 서울 구로구 오류동 군부대에서 4년간 강제 노역을 해야 했고, 풀려나서도 잠재적 대공 용의자로 취급돼 평생 감시와 사찰을 당했다(〈시사IN〉 제778호 ‘납치 소년 김주삼의 60년 망향가’ 기사 참조). 김주삼씨 사건은, 한국전쟁 휴전 후 첩보활동 명목으로 북한 민 독자와의 수다 정희상 기자 독자 번호: 107102324이름: 황길순(57)주소: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전화 건 사람: 정희상 기자동해안 최북단 강원도 간성읍의 황씨 집성촌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황길순씨는 창간 독자다. 오랫동안 지역 농협에 재직한 부친의 권유로 구독을 시작했다. “군사구역인 데다 보수적인 강원도 접경지역에서 아버님은 보기 드물게 균형 잡힌 시각을 중시하신 분이다. 2007년 〈시사IN〉이 창간됐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나에게 정기구독을 신청하라고 하셨다.” 이렇게 시작된 구독 인연이 14년째, 올해 85세인 부친은 요즘도 배달되는 〈시사IN〉 독자와의 수다 정희상 기자 독자 번호:117120073이름:윤세진주소:충북 청주시전화 건 사람:정희상 기자스스로를 ‘88 꿈나무(1988년 서울올림픽 때 대학 신입생)’라고 표현한 윤세진 독자는 21세기 한국 경제의 주춧돌로 불리는 반도체 분야에 청춘을 바쳤다. 오랫동안 LG전자와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근무하다 3년 전부터 중견 벤처기업으로 옮겼다.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늘 시사 및 사회 현안에 갈증을 느꼈다. 5년 전, 후배로부터 〈시사IN〉을 소개받아 구독하게 된 동기다. 가장 인상적인 기사는 2019년 천관율 기자가 쓴 ‘20대 남자’ 이 독자와의 수다 정희상 기자 독자 번호:113020277이름:최동수(57)주소:부산 사하구전화 건 사람:정희상 기자최동수씨는 경력 30년 차 중등 교사다. 2013년부터 8년째 〈시사IN〉을 구독하고 있다. 재벌 그룹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언론이 드문 상황에서 그나마 응원할 언론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최씨는 일부러 독자와의 수다를 자청했다. 요즘 부쩍 〈시사IN〉에 할 말이 많아서란다. 부산 신공항 관련 기사와 퀴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신공항을 커버스토리로 다룬 기사는 시의적절했지만 부산 현지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최씨는 한국의 첫 인정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은 명백한 불법” 정희상 기자 한국인이 즐겨 찾는 베트남 중부 휴양도시 다낭에서 12㎞ 떨어진 꽝남성 디엔반현에 퐁니·퐁넛이란 마을이 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 2월12일 오전, 이 마을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베트남에 파견된 한국군 청룡부대 소속 군인들이 수색 정찰 도중 마을에 들어와 주민들에게 “빵을 나눠줄 테니 모여라”고 했다. 마을 주민들이 모이자 일제히 사격을 가해 74명이 즉사했다. 희생자는 대부분 부녀자와 어린이 등이었다.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 중에는 8세 소녀 응우옌티탄도 끼어 있었다. 올해 63세인 응우옌티탄 씨에게는 그날의 참상 모범 교사 이만호, 끝까지 간다 대구·정희상 기자 대구에 사는 이만호씨(82)는 평생 교직에 몸담으며 교육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교육자다. 1970년대 초부터 대구 지역 ‘명문 사학’으로 꼽히던 영남고등학교에서 영어 과목을 맡아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그는 특히 진학 지도에 능해 늘 학교 당국이 인정하는 ‘모범 교사’로 통했다. 지방에서 이른바 일류 고등학교의 기준은 서울 명문 대학에 몇 명을 입학시키느냐였다.이만호 교사는 1970~1980년대 영남고에서 서울 소재 명문대를 가장 많이 보내는, 실력 있는 교사로 통했다. 각종 표창을 독차지했다. 그만큼 학교에서는 그의 영향력이 막강 뉴라이트 출신 위원장 ‘화해와 통합’ 가능할까? 정희상 기자 “과거를 파헤치는 모든 권력은 실패한다. 우리는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는 물론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과거사 진상조사를 수도 없이 되풀이했다. ‘진실과 화해’라는 명목으로 스무 개 가까운 과거사 진상조사위가 작동되었고 정치권력의 뜻에 따라 과거사를 사법 심판도 없이 재단했다. 결과는 모두 참혹한 종말이었다.” 2017년 6월2일자 〈미래한국〉에 실린 ‘5·18 신화 만들기는 대한민국을 조이는 족쇄 될 것’이라는 칼럼의 서문이다. 보수단체 뉴라이트 계열에서 대표 논객으로 꼽히던 당시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이 이 무차별적 강제징집 40여 년 만에 드러나다 정희상 기자 1970~1980년대에 학생운동을 벌이던 대학생들을 강제로 군대에 끌고 가 고문·협박·회유를 통해 전향시킨 뒤 ‘프락치(밀정)’로 활용한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11월23일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정근식, 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녹화·선도공작 피해자 2921명의 명단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미 알려진 것과 달리 강제징집은 1984년 끝난 것이 아니라 ‘선도공작’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노태우 정권 시기인 1989년 10월 입대자까지 실시 조심스레 흙을 파내자 치아 68개가 나왔다 정희상 기자 경기도 안산의 작은 섬 선감도. 지금은 육지와 연결됐지만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도에 딸린 외딴섬이었다. 지난 9월26일부터 닷새 동안 이곳(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산 37-1번지)에서는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유해 매장 추정지 시굴 조사가 이뤄졌다. 시굴에 앞서 김훈 작가가 추도사를 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미안해’를 거듭하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과거의 악과 화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능하다면 오직 사실의 바탕 위에서만 화해가 가능하다. (오늘 유해 발굴로) 많은 시신들이 확인돼 그 힘에 의해 화해의 단초가 잡히기 ‘제거 완료’ 팻말 옆, 지금도 미확인 지뢰가 묻혀있다 정희상 기자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광동리 460번지 일대에는 ‘지뢰 제거 작전 완료 알림문’이라고 쓰인 군부대 입간판이 있다. 2013년 군이 이 일대에서 8개월여 동안 지뢰를 탐지해 25발을 제거한 후 ‘지뢰 제거가 끝났으니 안심하고 출입해도 된다’고 공지한 곳이다. 지난 9월28일 오후, 이곳에 민간 지뢰 제거 전문가들이 나타났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 일행은 이곳 입간판 주변 30m 반경에서 수풀을 헤치며 지뢰탐지기로 땅을 탐사했다. 얼마 뒤 곳곳에서 삐~ 하는 금속 탐지음이 울렸다. 일행이 땅을 조심스럽게 파헤치자 곳곳에서 원통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진실 규명 이끌어낸 생존자들 정희상 기자 국회 차원의 과거사 문제해결 방안이 여야 대립으로 공전을 거듭하던 20대 국회에서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어렵사리 태동한 배경에 형제복지원 사건 생존 피해자들의 피나는 노력과 극적인 투쟁이 숨어 있었다. 그 주인공이 한종선씨와 최승우씨다. 한씨는 2012년부터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촉구 1인 시위를 시작으로 그동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던 이 사건 공론화에 불을 댕겼다. 2015년부터는 동료 최승우씨와 함께 5년 동안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특히 최승우씨는 2020년 35년 만에 드러난, 폭력과 인권 유린의 지옥 형제복지원 정희상 기자 강산이 세 번 넘게 바뀌도록 은폐된 억울한 죽음들이 있다.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657명이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발생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 일대에서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키는 과정에서 무시무시한 인권유린이 자행됐다. 내무부는 1975년 12월 훈령 제410호인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을 급조했다. 이 훈령에 따라 경찰과 부산시 등 행정기관이 총동원됐다. 1986년 전체 수용자 3975명 가운데 경찰을 ‘간첩조작 수사 공작’ 무대로 형제복지원 활용한 박정희·전두환 정권 정희상 기자 오랜 세월 정부 차원에서 형제복지원장 박인근의 범죄를 비호하고 진실을 은폐한 배경에는 뿌리 깊은 공안 유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박정희 정권은 형제복지원 원생들을 처음부터 잠재적인 공안 위해 사범으로 간주했다. 박인근 원장은 1975년 하반기부터 형제복지원 수용 인원이 갑자기 늘어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주장했다. “1975년 광복절에 조총련 공작원 문세광에 의해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이 발생하자 북한이 대남 공작의 일환으로 조총련을 간첩으로 훈련시켜 양아치와 부랑아로 가장해 활동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당국이 반공 방첩 차원에 납치 소년 김주삼의 60년 망향가 정희상 기자 “지금도 북에 있는 가족과 고향 생각으로 밤잠을 못 이룬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김주삼씨(85)는 국토 분단이 낳은 이산가족이다. 하지만 여느 이산가족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그는 귀순자나 피란민 출신이 아니다. 북한 황해도에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어느 날 밤, 영문도 모른 채 괴한들에게 납치돼 남한으로 끌려왔다. 괴한은 우리 군에서 파견한 북파공작원 세 명이었다.김주삼씨 납치가 발생한 때는 1956년 10월10일 자정 무렵. 황해도 용연군 용연읍 한 농가에 백령도에서 위장 어선을 타고 북방한계선(NLL)을 유신체제 긴급조치, 피해자 구제는 왜 이리 더딘가 정희상 기자 유신체제는 민주주의가 질식한 암울한 시대였다. 1974년 5월17일, 오종상씨(당시 33세)는 경기도 평택 읍내에서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잡담을 나누던 중 박정희 정부의 ‘분식 장려운동(1960~1970년대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쌀에 잡곡을 섞어 먹게 했던 정부 주도 운동)’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고위 관료들과 부유층은 분식이라 해도 국수 약간에다 달걀과 육류가 태반인 분식을 하는데 그럴 처지가 못 되는 국민에게까지 강제로 분식을 따르라고 하는 정부가 나쁘다.”오씨는 그날 일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하지만 박정희 유신독재 체 한 어부에게 국가가 말했다, “넌 간첩이어야 돼.” 정희상 기자 김성학씨(72·사진)는 1971년 8월26일 강원도 속초항에서 울릉도 방면으로 나가는 오징어잡이 어선 해성호를 탔다. 당시 20세였던 김씨는 해성호 김종인 선장의 아들로, 원래 속초 시내의 한 ‘전파사(전자제품 수리 판매업체)’에서 직원으로 일했다. 해당 업체 주인이 전파사 운영을 그만두려고 하자, 김씨는 이를 넘겨받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친에게 부탁해 오징어잡이 배에 오른 것이었다.선원 23명을 실은 해성호는 속초항을 나온 다음 남쪽인 강릉 방면으로 향했다. 조류로 인해 배가 북쪽으로 이탈할 위험을 방지하고자 당시 속초 이북에 평범한 어부였는데, 갑자기 간첩이라 불렸다 정희상 기자 2021년 12월10일, 강원도 속초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는 ‘동해안 납북귀환어부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창립대회가 열렸다. 속초·고성 지역 납북귀환 어부와 유족 등 30여 명이 시민사회단체와 법률가 등의 지원을 받아 ‘50년 묵은 한’을 풀기 위해 첫 삽을 뜬 것이다. 이들은 억울하게 간첩으로 조작돼 가정이 풍비박산 난 수많은 동해안 납북 어부와 피해자 가족들을 찾아내 진실을 규명하고 재심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피해자 명예회복 및 국가 배상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모임 대표는 15세 때 속초의 [기자들의 시선] ‘한국이 최대 동맹국’이라는 미국민, 고작 1%? 정희상 기자 이 주의 여론조사미국민 중 겨우 1%만이 한국을 최대 동맹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재단·연구소가 12월1일 발표한 미국인 25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방 의식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다. 지난 10월25일부터 11월7일까지 실시한 이 조사에서 미국인이 최대 동맹국이라고 응답한 국가는 영국(37%), 캐나다(9%), 이스라엘(7%) 등이었는데, 한국이라고 답한 비율은 1%였다. 반면 최대 위협국을 꼽으라는 설문에는 중국(52%), 러시아(14%), 북한(12%) 순이었으며 한국은 1%로 나타났다.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