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깨닫게 되리라”
  • 임지영 기자
  • 호수 167
  • 승인 2010.12.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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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은 정부와 ‘국민소송단’이 맞선 4대강 싸움의 최전선이었다. 4개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소송 중 한강과 낙동강이 1심 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다. ‘창과 방패’처럼 부딪치는 사안을 정리했다.
11월12일 부산지방법원에서 4대강 소송 최종 심리가 열렸다. 원고 측 법정 대리인 정남순 변호사는 전날 컴퓨터 키보드를 붙들고 끙끙댔다. 1년간 지속된 법정 공방의 최종 변론을 준비 중이었다. 방대한 자료를 요약할 엄두가 안 나서 다른 변호사에게 맡길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정씨의 남편은 지금껏 변호를 해왔으니 변론문을 직접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법정은 철저히 법리의 영역이지만, 환경 소송인 만큼 가치 문제를 짚고 싶었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들은 깨닫게 되리라. 인간이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한 인디언의 말을 인용하던 정 변호사는 결국 법정에서 눈물을 보였다.

4대강 사업 소송 1심 선고가 12월로 다가왔다. 지난해 11월26일, 학계·종교계·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대강 사업 위헌·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국민소송단)이 정부를 상대로 4대강 공사시행 계획 취소 소장을 법원에 접수한 지 1년 만이다.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 관련 소송이 각각 서울·부산·전주·대전 지법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심리는 현장 검증 1~2회를 포함해 평균 7회 이상, 전문가들로 구성된 증인 신문을 주축으로 진행되었다. 그중 한강과 낙동강 소송이 각각 12월3일과 10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지법의 문형배 판사(가운데)가 올 4월19일 경남 창녕 함안보를 찾아 궁금한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낙동강 재판을 맡은 문형배 부산지법 판사는 심리 중 “머리에 쥐가 난다”라고 말했다. 수질·생태·하천 등 이미 일어난 결과가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전문 용어가 난무했기 때문이다. 증인 신문으로 시작해 증인 신문으로 끝났다고 할 정도로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 대립이 심했다. 한강 쪽 변호를 맡은 조성오 변호사는 가장 난감했던 순간으로 “똑같은 사실과 자료를 두고 서로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할 때였다”라고 말했다. 법정은 학계·시민단체·법률가가 머리를 맞댄 4대강 싸움의 최전선이었다.

원고 측이 제기한 문제는 큰 틀에서 1년 전과 다르지 않다. 절차적 위법성 여부와 사업 자체의 정당성, 이 두 가지를 따지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국가재정법·하천법·환경영향평가법 등 4대강 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어긴 절차적 시비가 한 축이다. 정부가 사업 목적으로 내세운 홍수 예방, 용수 확보, 수질 개선 등 정책 자체가 갖는 적절성 여부는 또 다른 축이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발견되는 문제점은 심리 중간 틈틈이 반영되었다. 

   
ⓒ뉴시스
국민소송단이 지난해 9월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예비 타당성 조사를 생략한 것은 원고 측이 위법을 주장하는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국가재정법상 500억원 이상 드는 국가사업은 사업의 적정성을 따지기 위해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중 조사가 이루어진 곳은 9곳으로 전체의 12%뿐이다. 절차적 위법성 소지가 큰 대목이다. 그런데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3월, 4대강 사업을 앞두고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재해예방사업처럼 긴급한 사안의 경우 예비 타당성 조사를 생략하도록 했다. 위법성 시비를 막을 ‘방패막이’를 미리 친 것이다. 이로 인해 보와 준설 등 4대강 사업 핵심 분야가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모두 제외되었다. 결국 법정 공방은 4대강 사업이 과연 재해예방사업이라는 사유에 해당되는가로 모아졌다. 홍수 예방 기능이 보장되어야 법적 요건을 갖출 수 있는데, 홍수 피해 대부분은 본류가 아니라 지류에서 발생했다는 논리였다. 정부 측은 4대강 사업이 재해와 관련한 긴급한 사유에 해당되어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영향평가의 부실도 재판 내내 일관되게 지적되었다. 낙동강 521km 구간에 이르는 지역의 영향평가서 초안이 한 달 만에 나왔다. 국민소송단은 사업 후 수질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대안은 뭔지, 환경영향평가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강 유역 이포보·강천보 등지에서 멸종 위기 종 2급 단양쑥부쟁이가 발견되었다. 멸종 식물에 대한 조사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 곧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을 증명했다. 정부 측은 부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형편없지 않은 한 위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속도전이 야기한 분쟁”

한강 지역 심리에서는 수도권 유기농산물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팔당 유기농 단지에 대한 토지 수용의 적법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강천보와 이포보의 건설로 인근 유적지인 세종대왕릉이 침수될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되었다.

영산강 국민 소송을 맡고 있는 임통일 변호사는 하천법을 강조했다. “국내 모든 강과 하천은 하천법상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라는 상위법에 따라 진행되는데, 4대강 사업은 이것을 무시하고 따로 진행되었다.” 이 밖에도 수자원공사의 사업자 적격성, 발주 방식(공사 수행 방식) 결정 이전에 건설공사 기본계획을 수립·고시하도록 한 규정, 문화재 보호를 위한 수중 조사의 생략 등 원고 측이 법률 위반 사항으로 지적한 것만 수십 가지다. 이상돈 교수(중앙대 법대)는 “절차상 쟁점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 속도전 때문이다. 이 정도 규모와 예산이 드는 사업을 임기 내 서둘러 하려다보니 무리수가 따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업 타당성과 관련해 4개 소송 모두 심리 과정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보와 수질의 상관관계였다. 정남순 변호사는 “특히 낙동강 지역은 영산강이나 금강과 달리 직접적으로 경남 시민의 취수원으로 쓰이기 때문에 준설이나 보와 관련된 수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보에 물이 갇히면 체류 시간이 증가하고 조류(녹조)와 부영양화 문제가 심해질 거라고 원고 측 증인 김좌관 교수(부산가톨릭대)가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 측은 가동보(수문을 설치해 수위 조절이 가능한 보)의 강점을 들어 맞섰다. 보 설치 이후 수질 개선대책이 마련되어 있고, 필요할 때 수문을 열기 때문에 고인 물이라고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원고 측은 가동보의 수문을 항상 열어둔다면 그 전제가 성립할 수도 있지만 보의 건설은 용수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낙동강 지역은 수질뿐만 아니라 침수 문제에 대한 공방이 치열했다. 보의 관리 수위가 한계치를 넘으면 주변 저지대 농경지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농작물에 피해가 간다. 함안보·달성보 등이 그 사례로 논의되었다. 정부는 결국 지난여름, 함안보의 관리 수위를 7.5m에서 5m로 설계를 변경했다. 국민소송단은 변경 자체가 4대강 마스터플랜의 부실을 입증하는 것이고, 더 낮출 수 있는데도 굳이 높은 수위를 유지하려는 건 수심 확보 차원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 측은 환경영향평가 당시 예상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와도 불협화음 이어져

4대강 소송에서는 국민소송단과 정부 쪽 법정 대리인의 치열한 공방뿐 아니라 재판부와의 불협화음도 불거졌다. 한강 소송과 관련해 재판부가 변론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 측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가 기각당하기도 했다. 심리 기간 국가 상대 소송을 지휘하는 강경필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4대강 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행정법원의 법원장과 해당 재판장 집무실을 찾아가 “소송이 지체되고 있다”라며 재판에 속도를 내달라는 의사를 밝힌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조성오 변호사는 “현장 검증을 할 때도 공사 관계자가 출입을 제한했는데, 재판부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피고 측이 원고가 요구하는 자료 제출에도 불성실했다며 재판 과정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 쪽 대리인 변호사들은 재판 중 취재 요청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년간 이어진 4대강 소송은 주로 원고 측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정부 쪽이 반박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피고는 원고의 적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민소송단이 4대강 사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지역의 주민이 아니어서 원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한강과 영산강 측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되었다. 이들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4대강 소송에 참여한 변호사 중 한 명은 대중이 느끼는 ‘4대강 피로도’에 대해 아쉬움을 말했다. 이름은 ‘국민소송단’인데 가처분신청이 기각된 후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평가다. 12월3일 4대강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첫 선고가 나온다. 어느 쪽이 승소하건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현 정부 임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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