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를 달구는 또다른 주역, 세계의 감독들
  • 김초희(자유기고가)
  • 호수 140
  • 승인 2010.06.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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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말이라도 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이게 축구처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종목도 드물다. 축구는 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열심히 뛰지 않으면 약체에게 패하기 쉬운 게 축구다. 아무리 유명한 스타가 많아도 감독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절대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레알 마드리드·FC 바르셀로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세계 최고 별들이 모인 팀이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자존심 강하고 고집 센 선수들을 하나로 엮은 감독의 구실이 절대적이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는 세계적 명장이 대거 출전한다. 잉글랜드의 파비오 카펠로,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 칠레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명성이 높다.
이탈리아 출신의 카펠로 감독은 AC 밀란·유벤투스·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 명문 팀을 지휘한 명장이다. 프로 우승컵을 무려 14개나 안았다. 카펠로는 잉글랜드가 2008 유럽축구선수권 예선에서 탈락한 뒤 사령탑에 올랐다. 그의 연봉은 120억원 안팎. 32개국 본선 진출국 감독 중 연봉이 가장 많다. 1966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44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바라는 잉글랜드의 절실함이 그를 불렀다.

   
ⓒReuter=Newsis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을 맡은 카펠로 감독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아마도 이탈리아 대표팀 리피 감독일 것이다. 카펠로 감독은 리피 감독에게 종종 조언을 구한다. 이탈리아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리피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생애 처음으로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을 맡아 우승까지 이끌었다. 리피 감독의 목표는 월드컵 2연패. 월드컵 역사상 2연패를 이룬 나라는 이탈리아와 브라질뿐이다. 1934년, 1938년 월드컵을 연패한 이탈리아가 만일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면 비유럽 대륙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유럽 국가가 되는 동시에 월드컵 2연패를 두 차례 이룬 유일한 국가가 된다.

‘축구 지구방위대’ 레알 마드리드를 이끈 스페인의 델 보스케 감독은 스페인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에 도전한다. 스페인의 월드컵 최고 성적은 1950년 대회 4강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조국 아르헨티나에 금메달을 안긴 비엘사 감독은 칠레 대표팀을 이끈다.

마라도나, 지역 예선에서 선수 100명가량 테스트

남아공 월드컵 감독 중 최고령은 그리스 오토 레하겔 감독(72·독일 출신)이다. 그리스를 이끈 지 벌써 11년이 됐다. 2004 유럽선수권대회에서 깜짝 우승해 축구 변방 그리스를 유럽 축구의 중심으로 이끌어 ‘오토 대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002 한·일 월드컵에 이어 또다시 멕시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멕시코 ‘국민 감독’으로 통한다. 벌써 알제리 대표팀만 다섯 번째 지휘하는 라바 사단 감독은 알제리 축구의 산증인이다.

   
ⓒReuter=Newsis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
괴짜 또는 초보 감독도 있다. 대표 인물이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다. 아르헨티나 영웅 마라도나는 감독이 된 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100명 가까운 선수를 무더기로 테스트하면서 혼란을 일으켰고, 자신을 비판한 취재진에게 욕설을 퍼부어 징계까지 받았다. 감독이 된 뒤에도 세계 최고 선수로서 가진 강한 자존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역시 세계적인 스타 출신이지만 자유분방한 브라질 축구에 현실적으로 이기는 법을 주입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브라질 카를루스 둥가 감독과는 완전히 다르다.

레몽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도 점성술을 통해서 선수를 뽑는 등 이상한 행보로 구설에 자주 오른 지도자다. 프랑스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준우승했지만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고 남아공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에서도 티에리 앙리의 비신사적인 ‘신의 손’ 덕분에 가까스로 월드컵 티켓을 얻었다. 그때마다 도메네크 감독의 지도력에 물음표가 찍혔다.

   
ⓒReuter=Newsis
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 감독.
월드컵 직전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감독도 있다. 한국과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나이지리아가 그렇다. 나이지리아는 샤이부 아모두 자국 감독을 경질한 뒤 지난 2월 라르스 라예르베크(스웨덴 출신) 감독을 선임했다. 라예르베크 감독은 스웨덴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궈내지 못해 경질된 뒤 극적으로 월드컵 꿈을 이뤘다. 다만 스웨덴에서만 감독을 했기 때문에 아프리카 팀을 맡아 월드컵에 나서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 출신) 감독도 멕시코를 맡다가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뒤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 사령탑에 올랐다. 디디에 드로그바(첼시)가 뛰는 코트디부아르는 현재 아프리카 최강국이다. 코트디부아르가 아프리카 팀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오른다면 에릭손 감독은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게 된다.

   
ⓒAP Photo
스벤 예란 에릭손 코트디부아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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