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리블을 하는 현역 선수는 아르헨티나의 실비오 벨루다. 2008 베이징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 마라도나’ 벨루는 공을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 다루듯 했다. 그의 드리블과 몸놀림은 아름다운 탱고의 한 장면이었다. 벨루는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득점왕에 올랐다.
벨루처럼 탱고 리듬을 타고 드리블을 하는 선수가 리오넬 메시(22·아르헨티나)다. 그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드리블은 탱고 리듬에 따라 허리와 다리가 움직인다. 그러면 자신보다 한 뼘이나 큰 수비수들은 어린아이가 되고, 상상도 못했던 공간이 만들어진다. 특히 서너 명이 밀집한 수비 공간을 메시 혼자서 뚫어내는 장면은 아들과 손자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수비수와 골키퍼의 잇단 태클에도 메시의 발목이 성하다는 것 또한 신기한 일이다.

ⓒReuter=Newsis메시는 탱고 리듬을 타듯이 드리블한다.
스물두 살 이 키 작은 젊은이는 벌써 발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이루었다. ‘FIFA 올해의 선수’ ‘유럽 올해의 선수상’(발롱드로)을 받았고, 소속팀 바르셀로나를 챔피언스리그·클럽 월드컵·프리메라리가 정상에 올려놓았다. 더욱이 그는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헤딩골을 넣는 등 중요한 고비에서 스타다운 면모를 보였다. 올 시즌도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을 달리고 있다. ‘축구 메시아’(Messiah), ‘메시가 곧 축구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르헨티나 마라도나 감독은 “메시는 예수와 축구를 하며 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아스날의 벵거 감독은 “메시가 뛰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아름다워서 예술로 느껴진다. 몇 년 전에는 메시가 더는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는 외계인 같다”라고 말했다. 소속팀 바르셀로나 과르디올라 감독은 “메시에 대한 찬사는 마음껏 쓰시길 바란다. 더는 칭찬할 말도 없다. 스물두 살에 모든 목표를 이루는 건 정말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호날두와 루니, 메시의 ‘유이’한 경쟁자

지구 어디에도 메시 같은 선수는 없다. 이제 메시에게 남은 과제는 단 하나.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끄는 것이다. 진정한 ‘전설’이 되려면 월드컵 우승컵이 필요하다.
메시의 활약을 보는 것은 같은 시대를 사는 축구팬의 특권이다. 다만 월드컵 같은 조에 속한 한국에게는 가혹한 일이다. 메시의 골이 터질 때마다 한국 응원단의 한숨 소리가 커질 것이다.

ⓒReuter=Newsis호날두는 스피드와 킥 능력이 세계 최고다.
메시를 최고 선수로 꼽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이 있다. 바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포르투갈) 때문이다. 현란한 발재간, 폭발적인 스피드, 환상적인 프리킥…. 특히 폭발적인 스피드와 킥 능력에서 세계 최고 자리는 단연 호날두 몫이다. 그는 지난 프리미어리그 시즌에서 머리·오른발·왼발·뒤꿈치를 가리지 않고 42골을 넣기도 했다. 호날두의 앞을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비수가 두 명 필요하다.

호날두는 1985년 포르투갈 본토에서 서남쪽으로 800㎞ 떨어진 마데이라섬에서 태어났다. 정원사였던 아버지는 자신이 좋아하던 전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의 이름을 따 호날두로 이름을 지었다. 호날두는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마약 중독자인 형 사이에서 깡통을 차면서 축구를 시작했다. 호날두를 지도했던 마리아 도스 산토스는 “호날두는 게임에서 지면 항상 눈물을 흘렸다. 지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라고 말했다. 빈민촌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이던 호날두는 15세 되던 해에 명문 리스본과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입단 테스트에서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호날두는 수술대에 올랐고, 다행히 호날두는 경기장에 돌아올 수 있었다.

호날두의 실력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꽃미남 외모와 조각 같은 몸매 그리고 끊임없이 스캔들을 일으키는 스타성까지 겸비해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호날두는 연봉으로 약 204억원을 받는다. 축구 선수 가운데 연봉 랭킹 1위다. 그는 지난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8000만 파운드(약 1444억원)라는 세계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래도 소속팀에게는 남는 장사다. 레알은 지난해 여름 호날두를 영입한 이후 120만 장이 넘는 호날두 유니폼을 판매했다. 유니폼 판매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그 전까지 최고 기록은 데이비드 베컴이 이적 첫해에 기록한 100만 장이었다.

ⓒReuter=Newsis로번은 ‘무관의 제왕’ 네덜란드의 희망이다.
자존심 센 호날두가 인정하는 최고 선수는 바로 웨인 루니(25·잉글랜드)다. 호날두는 여러 차례 루니와 함께 뛰기를 원한다고 신호를 보냈다. 메시의 기술·드리블, 호날두의 스피드·킥력은 루니가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루니는 체력과 열정에서는 단연 앞선다. 팀에 미치는 영향력도 절대적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아름다운 축구는 단순함에서 나온다”라는 요한 크루이프의 말에 루니가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시즌부터 루니는 대표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엄청난 골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루니는 “호날두가 떠나고 역할이 바뀌었다. 골대 쪽으로 조금 앞으로 나가서 경기하라는 대표팀의 카펠로 감독 지적 덕분에 골이 많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월드컵이 루니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가 많다. 아르헨티나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는 “루니가 세계 최고이며 그와 함께 경기했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끝에 축구 종가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루니가 없는 잉글랜드 대표팀은 상상할 수 없다(실제로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10세 이하 영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루니는 예수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1위에 올랐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앨런 시어러는 “루니가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면 잉글랜드에 우승 기회는 없다”라고 말했다. 루니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무릎을 다친 날 점잖기로 유명한 ‘더 타임스’ 보도다. “오늘은 맨유와 잉글랜드에 최악의 날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지난 유로 2004에서 루니가 부상으로 팀에서 빠진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내복 투혼’ 로번, 매 경기 골 행진

영국 사람들은 루니가 축구를 하지 않았다면 권투 세계 챔피언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버지처럼 권투를 사랑했던 루니는 권투 선수를 꿈꾸기도 했다. 권투계의 가장 큰 손실은 축구계의 축복이다. 지금도 루니는 가끔 권투 글러브를 끼곤 한다. 루니는 “권투는 분노를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정작 루니는 “축구 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성직자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루니는 성직자가 되기에는 주먹과 발을 너무 잘 쓴다.

ⓒReuter=Newsis루니는 체력과 열정의 사나이다.
루니와 더불어 머리가 빠질수록 힘을 내는 선수가 있다. 아르연 로번(26·네덜란드)이다. 로번은 반짝이는 재능과 이를 시기하는 ‘유리 몸’으로 유명했다. 시즌의 절반은 병원 신세를 졌다. 그래서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방출되어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추운 독일 날씨 때문에 애를 먹던 로번은 지난 12월 내복을 입고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유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였다. 동료들은 비웃었다. 아내도 창피하다고 말렸다. 하지만 로번은 내복을 입고 ‘크레이지 모드’에 돌입해 거의 매 경기 골 행진을 하고 있다. 팀이 가장 필요할 때 로번은 경기를 결정짓는 골로 챔피언스리그에서 피오렌티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침몰시켰다. 남아공에서 내복은 필요 없다.

만약 부상만 없다면 월드컵에서 그를 막아낼 수비수는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그에게는 오렌지 테크니션 군단이 있다. 로번은 ‘무관의 제왕’ 네덜란드의 희망이다.
스페인 공격수 다비드 비야와 페르난도 토레스는 대표팀에 합류하면 불을 뿜는다. 이는 사비 에르난데스(29)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5)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스페인이 월드컵 우승 가능성이 큰 것도, 바르셀로나 클럽이 가장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것도 이들 덕분이다. 사비와 이니에스타는 전방에 누가 있거나 어느 팀에서 경기를 하더라도 창의적인 축구를 하고 경기를 지배한다.

ⓒReuter=Newsis스페인 축구를 이끄는 미드필더 이니에스타(왼쪽)와 사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사비와 이니에스타가 바르셀로나를 만든다. 두 사람은 태어나서 한 번도 공을 빼앗긴 경험이 없는 것 같다. 그들 때문에 현기증이 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마라도나 감독은 “사비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그가 구사하는 축구는 경기장 내에서 법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웨인 루니는 “이니에스타가 세계 최고의 선수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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