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9일 저녁 8시17분경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 족도와 충돌한 2만6000t급 대형 카페리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다음날 새벽 목포시 삼학부두로 옮겨진 가운데 해경과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11월19일 저녁 8시17분경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 족도와 충돌한 2만6000t급 대형 카페리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다음날 새벽 목포시 삼학부두로 옮겨진 가운데 해경과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쾅! 큰 소리가 나서 침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선체 후미가 아래로 점점 기울더라. 세월호 때가 생각이 나 배 밖으로 뛰어들어야 하나 고민했다.” 자신의 트럭과 함께 여객선에 탑승한 화물차 기사 김 아무개씨는 사고가 난 당시의 현장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11월19일 저녁 8시17분경,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던 여객선 퀸제누비아 2호가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 족도에 정면으로 부딪쳐 좌초됐다. 원래 설정했던 항로를 이탈한 채였다. 2만6000t급 대형 카페리(car ferry) 여객선에는 승객 244명, 승무원 23명이 타고 있었다. 화물차 88대를 포함해 차량 118대도 실려 있었다. 배는 11월19일 제주에서 오후 4시40분쯤 출발해 목포에 밤 9시 넘어 도착할 예정이었다.

사고 발생 직후 해경은 경비함정 16척, 연안구조정 4척, 항공기 1대, 서해특수구조대 등을 동원해 승객 구조 활동에 나섰다. 밤 10시30분경부터 노약자·어린이·여성을 우선 구조한 뒤, 차례로 나머지 승객들을 구조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약 3시간 만인 밤 11시27분경에 승객 전원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해경은 경비함정을 동원해 구조된 승객 244명과 승무원 두 명을 목포해경 전용 부두로 이송했다. 남은 승무원 21명은 선내에 남아 사고를 수습했다. 구조된 승객 중 임신부를 포함한 30명이 어지럼과 통증 등 가벼운 부상을 호소했고 세 명은 입원한 상태다. 목포 인근에 사는 대부분의 승객은 가족들이 데리러 온 차를 타고 자택으로 이동했고, 화물차주와 일부 승객만 임시 숙소로 이동했다.

11월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2만6000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돼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김경록 전남지사 SNS캡쳐
11월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2만6000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돼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김경록 전남지사 SNS캡쳐
제주도에서 감귤을 실은 화물트럭을 퀸제누비아2호에 선적했던 김모씨가 사고 직후 촬영한 선내 매점 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제주도에서 감귤을 실은 화물트럭을 퀸제누비아2호에 선적했던 김모씨가 사고 직후 촬영한 선내 매점 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목포 시내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승무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안내했다. 승객들은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즉시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굉음이 난 뒤 상황을 설명하는 선내 방송이 나오기까지 30분가량이 흘렀다. 승객들한테 처음에는 갑판으로 나가라 했다가 6층으로, 또 5층으로 이동하라 했다가 안내데스크에 머물라고 하는 등 오락가락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SNS에는 “배에서 쾅 소리가 나더니 기울었다가 어디 이상한 외딴섬에서 잠시 기대고 있는 것 같다” “죽을 것 같은 공포심에 급히 구명조끼를 입고 맨 위에 올라와 있다”라는 한 승객의 글과 현장 사진·영상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11월19일 밤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 전용 부두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탑승객들이 구조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19일 밤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 전용 부두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탑승객들이 구조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20일 새벽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 한켠에 퀸제누비아2호에서 구출된 승객들이 착용했던 구명조끼가 쌓여있다. ⓒ시사IN 조남진
11월20일 새벽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 한켠에 퀸제누비아2호에서 구출된 승객들이 착용했던 구명조끼가 쌓여있다. ⓒ시사IN 조남진

사고는 항해사가 항로를 뒤늦게 바꾸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11월20일 현장 브리핑에서 목포해경 김황균 수사과장은 “일항사(1등 항해사)가 처음에는 방향을 바꾸는 타기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으나, 추후 휴대전화로 네이버 뉴스를 보느라 수동으로 운행하지 않고 자동항법장치에 선박 조종을 맡겼다고 진술했다”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장산도 인근 해역은 연안 여객선들의 항로가 밀집한 협수로(狹水路)로,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수동으로 운행해야 한다. 해경은 선장·일항사·조타수 세 명을 입건하고, 일항사와 조타수의 경우 중과실 치상으로 긴급체포했다. 여기에 더해 목포해경은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 해역 관제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까지 포함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퀸제누비아 2호의 여객 운항선사 씨월드고속훼리 관계자는 11월20일 오전 〈시사IN〉과 현장에서 만나 “선체 문제는 아니고, 저희 쪽 잘못으로 보인다. 해경에서 직접 수사 중이니 적극 협조하겠다. 사고로 인해 손해를 본 화물차주 등 승객분들에게 충분히 배상하겠다”라고 말했다.

퀸제누비아2호가 11월20일 새벽 5시44분께 목포 삼학부두로 입항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퀸제누비아2호가 11월20일 새벽 5시44분께 목포 삼학부두로 입항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0시간 만인 오전 5시44분께 여객선 퀸제누비아 2호가 목포 삼학부두에 입항했다. 돌섬 가장자리 위에 선체가 15도 기울어 올라탔으나 밀물 때에 맞춰 예인선 네 척이 선미에 줄을 묶어 당기는 방식으로 좌초 상태에서 벗어났다. 다행히도 선체에 구멍이 나거나 누수가 생기지 않아 자력으로 부두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경찰이 들어와 선체 내부를 점검한 뒤, 선사 측에서는 빠르게 차량 및 수하물을 하선했다. 화물차에는 감귤, 갈치 등 농산물과 해산물 외에도 의약품 등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배 안에 있던 사람도, 배 밖에 있던 사람도 모두 11년 전 4월16일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오보 없이, 전원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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