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성폭력 피해자들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첫 재판이 45년 만에 열렸다.11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 5·18 당시 계엄군 등에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13명)와 가족(3명) 등 17명이 모였다. 2023년 12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국가책임을 공식 인정한 ‘진상규명 결정’ 이후 2년여 만에 열리는 첫 번째 변론기일을 앞둔 날이었다.5·18 성폭력 피해자 자조모임 ‘열매’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5년 동안 고통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온 피해자들의 치유·회복을
“쾅! 큰 소리가 나서 침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선체 후미가 아래로 점점 기울더라. 세월호 때가 생각이 나 배 밖으로 뛰어들어야 하나 고민했다.” 자신의 트럭과 함께 여객선에 탑승한 화물차 기사 김 아무개씨는 사고가 난 당시의 현장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11월19일 저녁 8시17분경,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던 여객선 퀸제누비아 2호가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 족도에 정면으로 부딪쳐 좌초됐다. 원래 설정했던 항로를 이탈한 채였다. 2만6000t급 대형 카페리(car ferry) 여객선에는 승객 244명, 승무원 23명이 타고 있
11월5일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 초록빛과 붉은빛의 단풍잎이 공존했다. 예측대로라면 절정이어야 할 시기였다. 산림청이 발표한 ‘2025년 산림 단풍 예측지도’에 따르면 단풍나무류의 평균 절정 시기는 11월1일이다. 올해는 ‘지각 단풍’이다. 단풍은 최저 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지면 물들기 시작한다. 기온이 높으면 엽록소 분해가 늦어진다. 9월과 10월까지 이어진 늦더위로 인해 단풍 시기는 예년보다 1~7일 정도 늦어졌다. 2000년의 설악산 단풍 시기는 9월26일이었다. 지난해 11월28일에는 단풍이 다 지기도 전에 폭설이 내렸다.기
10월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에 방문했다. 트럼프가 한국을 찾은 건 2019년 6월 이후 6년4개월 만이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일본 일정을 마친 뒤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오전 11시32분경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1박2일 방한 일정의 첫날, 트럼프는 APEC 개최지인 경북 경주로 이동해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했다.같은 날 오후,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탄핵 반대를 주장해온 극우 청년단체 자유대학이 경주 노동동 봉황대 인근 잔디밭에서
IAI는 한국 사람에게 낯선 기업 이름이다. 하지만 영어로 풀어쓰면 대략 감이 잡힌다. ‘Israel Aerospace Industries Ltd.(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 무인기와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강점을 가진 이스라엘 국영기업이다. 민간인 사망으로 악명 높았던 가자지구 폭격 때 쓰인 무인항공기와 정밀 유도 미사일이 바로 IAI 제품이다.10월20일부터 24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아덱스(ADEX) 2025’가 개최됐다. 아덱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무기 박람회이지만, 한편에서는
9월29일 오후, 한창 운항을 해야 할 한강버스 한 척이 서울 여의도 선착장에 접안하지 않은 채 한강 한가운데에 둥둥 떠 있었다. 이날은 지난 9월18일 야심차게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장표 한강버스가 열흘 만에 멈춰 선 이튿날로, 무승객 시범 운항의 첫날이기도 했다.출근길 서울 마곡에서 강남을 배로 잇는 ‘새로운 교통 혁신 수단’이 되겠다며 출발한 한강버스는 첫날 화장실 변기의 오물이 역류되는 신고로 시작해 9월20일에는 팔당댐 방류량이 늘며 운항이 임시 중단됐다. 9월22일에는 전기 계통 이상, 9월26일에는 방향타 고장으로 양방향
“직접 발표는 하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순간 대법원 입구가 술렁거렸다. 9월17일 오후 조희대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를 기다리던 기자들은 ‘서면 발표’ 대체 소식에 설치한 포토라인을 바꾸느라 분주해졌다. 이날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대통령 관련 공직선거법 사건을 논의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한 날이었다.조희대 대법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관련해 외부 인사와의 논의와 만남은 전혀 없었다”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9월18일 정
기자회견 주최 측은 현수막을 두 개 준비했다. 하나는 패소 판결일 때 쓸 하얀 현수막, 다른 하나는 승소 판결이 나면 쓸 녹색 현수막. 주최 측도 바람과는 달리 ‘녹색’을 펼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그래서 활짝 펼쳐 든 녹색 현수막 뒤 활동가와 시민들의 얼굴은 오랫동안 놀라움과 기쁨으로 빛났다.9월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소속 시민 1300여 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국토부가 새만금 국제공항
조심스레 내디딘 한 발이 땅에 닿기까지 600일. 한국니토옵티칼의 해고자인 박정혜씨는 이 싸움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박정혜씨가 일하던 구미 한국니토옵티칼은 닛토덴코 그룹의 자회사로 2004년 구미 외국인투자지역에 50년 토지 무상 임대와 세금 감면 혜택을 받으며 공장을 세웠다. 외국 기업 투자 유치로 지역의 고용 창출을 늘리고자 마련된 일종의 특혜였다. 하지만 2022년 10월4일 공장에 화재가 나자 회사는 두 달 뒤 법인을 청산하고 희망퇴직을 시행했다.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 17명은 구미 공장의 물량을 옮긴 평택 공장으로
8월24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법안에 반대하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의 표결로 강제 종료되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를 거부하며 전원 퇴장했고, 개혁신당 의원 3명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재석 186명 중 찬성 183명으로 통과된 이번 개정법률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된 날부터 시행된다.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원청이 노동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용자’로 인정해 교섭 대상이 되게 하고, 파업 참가 노동자들에게 과도
세계 최장 비전향장기수인 안학섭씨(95)의 북한행은 통일대교에서 일단 멈췄다.8월20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역을 출발한 ‘안학섭 선생 송환추진단’ 일행은 통일대교까지 행진하며 안씨의 조속한 송환을 촉구했다. 대열을 따라 자동차로 이동한 안씨는 통일대교 입구에서부터는 일행의 부축을 받으며 북쪽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고령의 노인 앞을 막아선 경찰은 “더 이상 갈 수 없으니 돌아가라” “경찰을 밀면 공무집행방해다”라고 경고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협의 끝에 군인과 대동해 통일대교 입구 초소까지 걸어갔지만 그 이상은 허락되지
8월12일 오후 부산 벡스코.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오디토리움 주변으로 경찰과 경호원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입구 곳곳에는 ‘국민의힘 출입기자 등록 등에 관한 규칙’이라고 쓰인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들이 출입자들의 비표를 일일이 확인하며 행사장 출입을 통제했다.경비가 삼엄해진 이유는 앞서 8월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다. 그날 한국사 강사 출신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가 ‘전한길뉴스’ 발행인 자격으로 발급받은 ‘프레스 비표’를 들고 전당대회장에 들어가
검은색 승합차가 멈춰 섰다. 천천히 열린 문 사이로 검은색 구두를 신은 발이 조용히 내려왔다. 흰색 셔츠, 검은색 정장 위로 드러난 얼굴을 향해 카메라 셔터 소리가 쏟아졌다. 잠시 앞을 보고 금방 고개를 떨군 그는 ‘HOPE(희망)’라는 단어가 새겨진 가방을 꼭 쥐었다.그가 향하는 곳에는 그의 16가지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날들로 달라질 미래가 있었다. 2021년 12월26일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약속과 정반대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 윤석열 앞에 너무나도 부끄럽다’고 했던 과거 ‘허물’에 대해
2013년, 쌍용차 파업에 참여한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시민들이 배상금을 함께 모으기 시작했다. 14억6874만1745원이 모였다. 그러나 같은 일은 반복됐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에 참여한 하청 노동자에게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은 2015년부터 국회에서 논의됐다. 이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
“물에 잠겼다 빠진 게 아니고, 물이 하우스를 다 뚫고 갔어요. 그냥 다 완파된 거죠. 새로 심은 딸기 모종 12만 포기도 못 쓰게 됐고 외국인 숙소도 다 지어놨는데 그냥 농사를 다 포기해야 하나 막막할 뿐이에요.”7월22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신안면 청현리에서 만난 권정현씨(73)는 다리를 살짝 절뚝거렸다. 사흘 전인 7월19일 양천강 제방이 무너지며 넘어온 물에 비닐하우스들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 급히 피신하던 길에 무언가 날카로운 물건에 발이 베였다. “병원에 들러 치료를 받긴 해야 하는데···.” 혼잣말을 하던 권정현씨는
7월14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작된 인사청문회 ‘슈퍼위크’는 고성과 파행의 연속이었다.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이 일었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정회와 속개가 이어졌고, 다른 후보자들 청문회에서도 자료 제출 문제, 증인·참고인 출석을 놓고 곳곳에서 공방이 벌어졌다.철도 기관사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난데없는 ‘주적’ 논란으로 청문회가 중단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최민희 독재 OUT’ 인쇄물을 들고나와 파행을
대북 전단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던 사람들이 웃으며 포옹했다. ‘대북 전단 살포 중단 합의 공동 기자회견’이 7월8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국립 6·25전쟁 납북자기념관 인근에서 열렸다. 납북자 가족모임은 이곳에서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에 대북 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이에 맞서 접경지역 주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와서 저지 시위를 벌였다. 전단 살포를 만류하던 김경일 파주시장과 최성룡 납북자 가족모임 대표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최 대표는 7월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개성에서 비공개라도
7월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정문 포토라인 앞. 이날은 원래 내란 특검 피의자 윤석열이 출석하기로 한 날이었다. 하지만 윤석열은 나타나지 않았고 취재진만 앉거나 서서 하염없이 그를 기다렸다.윤석열은 7월1일 오전 내란 특검의 2차 소환에 끝내 불응했다. 윤석열 측은 입장문을 통해 ‘오늘 조사는 특검이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고지한 날’로 “협의되지 않은 출석 요청은 법령에서 금지하고 있다”라며 “출석 불응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6월28일 1차 출석 이후 6월30일이 2차 출석일로 잡혔으나 특검은 윤석열 측의 요청에 따라
6월26일 취임 첫 시정연설을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입구부터 연단까지 양측에 서서 박수를 보내는 여당 의원들과 달리 국민의힘 의원석은 조용했다. 피켓 시위나 야유는 없었지만, 시정연설 내내 박수를 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시정연설이 끝난 뒤에는 기립해 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며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시작과 함께 연단 양쪽 화면에는 ‘우리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위해’라고 쓰인 발표 화면이 띄워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첫
하늘에 갇혔던 노동자가 97일 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은 지난 3월15일 조선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과 손해배상 철회,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30m 높이의 CCTV 철탑에 올랐다.6월19일 오후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서’에 서명한 김 지회장은 크레인을 타고 내려왔다. 이번 단체교섭 합의 내용에는 상여금 50% 인상, 상용공 확대, 취업 방해 금지, 산재 예방 등이 담겼다. 2022년 파업에 대한 470억원의 노동자 손해배상도 철회될 예정이